[이코노믹포스트=한지연기자] 현대중공업의 회사 분할 결정이 지주회사 체제 전환의 첫 단계라는 분석이 나왔다.
16일 국내 주요 증권사 전문가들은 현대중공업이 비조선 사업부를 나눠 6개 독립회사 체제로 전환하기로 했다는 결정과 관련해 "인적분할의 궁극적 목표는 지주사 전환"이라고 입을 모았다.
한국투자증권 이경자 연구원은 "현대로보틱스에 현대오일뱅크 지분과 오일뱅크가 가진 차입금 2조원, 기존 현대중공업의 자사주 13.4%가 편입되고 그 외 주식은 모두 현대중공업에 잔존한다"며 "이로써 현대로보틱스가 나머지 3개 회사의 지분 13.0%를 보유한 상태에서 향후 실질적인 사업 지주사 역할을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안타증권 이재원 연구원도 "사업부문별 경쟁력 강화와 경영위험의 분산이라는 회사의 공식적 분할 명분과는 별개로 이번 결정은 지주사 체제로의 변화를 염두에 둔 포석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이 연구원은 "현대로보틱스는 성장성이 높은 로봇 사업을 보유할 뿐만 아니라 투자사업 역할도 담당할 예정이어서 확장성이 높은 회사가 될 것"이라며 "향후 정몽준 회장이 보유하게 될 현대중공업, 현대일렉트릭, 현대건설기계 지분을 현대로보틱스에 현물출자하게 된다면 정몽준회장의 현대로보틱스 지분율은 10.2%에서 40.0%대로 상승하고 최종적으로 지주사 체제가 완성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이번 분할을 통해 현대중공업이 부채 비율을 줄이고 부문별 사업의 밸류에이션(평가가치)을 회복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한국투자증권 이경자 연구원은 "이번 분할로 현대중공업은 3조4000억원의 차입금과 2조1000억원의 순차입금을 줄이는 동시에 상반기 부채비율을 117%에서 100% 미만으로 낮출 수 있게 됐다"며 "이는 동종업계 최상위 수준의 재무비율"이라고 밝혔다.
이 연구원은 이어 "선제적 구조조정과 사업재편으로 과도하게 많은 사업부에서 파생된 비효율성으로 할인됐던 밸류에이션이 정상화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대신증권 전재천 연구원도 "인적 분할은 양호한 사업을 영위하는 법인의 밸류에이션이 조선 대비 긍정적으로 평가받을 가능성이 많다"며 "이는 전체 주가를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현대중공업은 조선해양(가칭 현대중공업, 존속기업), 전기전자(현대일렉트릭앤에너지시스템), 건설기계(현대건설기계), 로봇투자(현대로보틱스) 사업부의 인적 분할을 결정했다고 전날 장 마감 후 공시를 통해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