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박근혜 게이트’ 검찰 특별수사본부(이하 검찰 특수본, 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최순실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강요, 강요미수, 사기미수죄 등으로, 안종범을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강요, 강요미수죄 등으로, 정호성을 공무상비밀누설죄로 구속기소하였다.
오전 11시에 발표된 수사 결과에 따르면, 검찰 특수본은 대통령 비서실과 최순실, 안종범, 정호성 등의 주거지, 대여금고,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하여 정호성의휴대전화, 안종범의 업무수첩과 대통령 비서실 보고문건 등 다수의핵심증거를 확보했다고 한다. 10월 27일 검찰 특수본이 꾸려진 이후, 대통령과 단독 면담한 삼성그룹 등 9개 대기업 회장과 김종덕 전 문화체육부장관, 김상률 전 교육문화수석비서관 등 다수의 관련자를소환조사하여, 최순실과 안종범 등이 연루된‘미르·케이스포츠 재단 출연금 강제모금 의혹’ 및 최순실과정호성이 연루된 청와대 문건유출 의혹 등을 확인하여 이들을 기소하였다고 한다. 또한 차은택 전 창조경제추진단장, 송성각 전 한국콘텐츠진흥원장을강요미수 등 혐의로 구속수사 중에 있고, 김종 전 문화체육부 2차관, 최순실의 조카인 장시호 전 동계스포츠영재센터 사무총장에 대하여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한 상황이라고 한다.
이들을 기소하기 전, 박근혜 대통령은 두 번의 대국민 담화를 통하여 ‘검찰 수사에 충실히 임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지만, 유영하 변호인을 대리인으로 선임한 이후 검찰 특수본의 거듭되는 대면 조사요구를 무시하더니, 급기야 최순실 등의 공소장에 대통령의‘공모 혐의’가 적시되자 검찰 수사결과에 전혀 승복할 수 없다며 '환상의 집', '사상누각' 등의 표현을 써가며 검찰 발표를 정면 반박하고, 향후 검찰 직접 조사에 일절 응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특히 유영하 변호사는 18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검찰이 (박 대통령을 둘러싼) 의혹만 품고 일방적으로 (범죄 혐의를) 주장한다. 우리나라 국민성이 ‘우’하는 게 있어서 조금 국민이 차분해졌으면 싶다. 무당이 나라를 운영했다는 둥 박 대통령이 주사를 맞았다는 둥 입에 담지 못할 유언비어가 나돈다. 국민들도 실망한 게 있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가라앉지 않겠나.”라고 말하여 국민적 공분을 사기도 했다.
통상 검찰의 공소장은 아무리 피의자가 많아도 10페이지를 잘 넘지 않는데, 이번에 검찰이 제출한 최순실 등에 대한 공소장은 33쪽이나 되고, 특히 4쪽 이하에서는 ‘피고인 최순실, 피고인 안종범, 대통령의 공모행위’라는 제목으로 대통령이 최순실 등과 재단법인 미르, 케이스포츠 설립 모금 관련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강요죄와, 케이디코퍼레이션, 플레이그라운드 관련 현대자동차 그룹 재단에 대한 그리고 롯데, 포스코, 케이티, 그랜드코리아레저 관련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강요죄 등을 어떻게 구체적으로 행하였는지를 자세히 적시하고 있다.
그런데, 특이한 것은 이와 같은 검찰의 공소장에‘삼성’과 관련한 내용이 단 한 줄도 언급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해 7월 25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독대하며 문화, 체육 관련 재단 법인 설립을 추진 중이니 지원해 달라는 취지의 발언을 하였고 이후 삼성그룹은 총 185억 원(삼성전자 60억 원, 삼성생명 55억 원, 삼성화재 45억 원, 삼성물산 15억 원, 제일기획 10억 원)을 미르·K재단에 출연하였다.
특히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및 이서현 삼성물산 패션부문 사장에 대한 편법 논란으로 시끄러웠던 작년 7월의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사이의 합병과정에서, 제일모직 1주당 옛 삼성물산 0.35주로 합병 비율이 결정되는 바람에 소위 ‘깜깜이 찬성표’를 던진 국민연금이 5,865억 원(합병 전 자산 가치 2조1,050억 원에서 합병 후 지난 17일 종가 기준 자산 가치 1조 5,186억 원)의 손실을 입었고, 그로 인해 홍완선 전 기금운용본부장이 배임혐의로 검찰에 고발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삼성과 최순실 및 대통령 사이에 뇌물 공여 및 수수 문제가 반드시 밝혀져야 한다는 여론이 매우 뜨거운 것도 사실이다.
이에 검찰은 지난 18일 삼성그룹의 핵심인 미래전략실에서 대외업무를 총괄하고 있는 장충기 사장을 직접 소환하여 삼성 측이 지난해 최 씨 모녀가 독일에 설립한 코레스포츠와 컨설팅 계약을 맺고 35억 원을 보낸 배경과 2020년 도쿄올림픽 승마 유망주 지원을 위해 4년간 186억 원을 지원하기로 한 경위를 집중 추궁하기도 했다.
삼성전자가 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다 백혈병 등의 질병에 걸린 피해 노동자들에 대해 위로금 500만원 지급을 끝으로 사건을 마무리 하려고 한 사실로 얼마 전까지 지리한 법적 공방이 이어져왔던 점을 고려해 보면, 최순실 모녀에게 지급한 금원이나 앞으로 지급하기로 약속한 몇 백억 원은 매우 파격적인 것이고, 그러한 금원의 지급이 아무 대가없이 이루어졌다거나 순전히 대한민국의 비인기종목인 승마계의 발전을 위한 것이었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약하다. 게다가 삼성은 그동안 정유라 씨의 승마 활동 특혜 지원을 부인하며 재활 목적의 승마단만 운영한다고 밝혔으나 삼성 소속 선수가 국내 대회에 출전해온 것으로 18일 밝혀짐에 따라 삼성의 거짓변명은 더욱 궁색할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이번 공소장에 삼성에 대한 내용이 한 줄도 언급되지 않은 것은 무슨 이유일까? 어떤 이는 삼성 봐주기가 아니냐며 의심하기도 하지만, 나는 이것은 검찰의 ‘신의 한수’ 혹은 ‘고도의 전략’일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본다.
삼성의 최순실 모녀 및 대통령에 대한 직, 간접적 금원의 제공은 다분히 ‘대가성’을 인정하기에 충분하고 이미 검찰은 그와 같은 혐의 사실을 입증할만한 증거를 가지고 있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에 대한 수사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섣불리 삼성으로부터의 금원 수수 사실을 공소장에 적시한다면 그 내용이나 증거는 매우 부실할 것이고, 자신에 대한 직접 조사 이전에 공소장과 증거를 먼저 확인한 대통령이 철저한 대비를 통해 검찰의 추후 기소를 무력화시킬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뇌물죄는 공무원이라는 신분이 있어야 성립되기 때문에 만약 대통령에 대한 기소가 무죄로 판결된다면 최순실씨 역시 무죄가 될 수밖에 없다는 점 또한 미리 고려되었을 것이다.
과거 어느 때보다 강도 높게 진행될 특검을 앞두고 이제 검찰은 승부수를 던졌다. 계속된 거짓말과 변명으로 검찰 조사를 거부하고 실체적 진실 발견을 방해하고 있는 대통령을 ‘피의자’로 규정하여 국정 농단의 공범들과‘공모하였다’는 점을 공소장에 명시하기도 하였다. 또한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 등에 대한 뇌물죄 수사를 계속할 것이라고 발표하기도 하였다. 뇌물죄가 인정되면 직권남용이나 강요미수 따위와는 비교도 안될 만큼 형량이 높아진다. 무기징역까지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번 검찰의 공소 제기가 용두사미가 되지 않기를, 어떠한 권력 앞에서도 굴하지 않고 실체적 진실 발견을 위해 노력하는 검찰로 국민 앞에 당당히 거듭나게 되기를,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빌어본다. 정말로 정말로. EP <저작권자 ⓒ 이코노믹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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