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악령' 삼성 하만 사업으로 轉移
이코노믹포스트 | 입력 : 2017/01/14 [13:08]
[이코노믹포스트=박재경기자] 삼성전자가 '차세대 먹거리'를 위해 추진하고 있는 미국 전장전문기업 하만(Harman) 인수가 좌초될 위기에 처했다. 미국 헤지펀드와 소액주주들에 이어 하만 내부에서도 삼성으로의 인수합병에 반대하는 움직임이 잇따라 터져 나오고 있어서다.
14일 하만 사정에 정통한 현지 소식통에 따르면 하만 내부에서 삼성과의 인수합병(M&A)에 대한 반발 기류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관계자는 "하만 주주들의 M&A 반대는 이익 추구 차원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지만 하만 일부 임직원들은 전 세계적으로 알려지고 있는 최순실 사태와 연관된 삼성의 리스크 확대에 우려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물론 삼성의 기업 규모로 봤을 때 오너리스크로 인해 전반적인 사업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마이너스적인 요소는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해 11월 하만을 인수한다고 전격 발표한 바 있다. 연간 9%의 고속 성장을 하고 있는 커넥티드카용 전장 시장에서 글로벌 선두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결정이었다.
업계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을 중심으로 전장사업을 준비해 온 삼성전자가 하만을 인수함으로써, 전장사업분야 토탈 솔루션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내놨다.
하지만 이후 미국 헤지펀드가 반대 입장을 드러낸데 이어 소액주주까지 집단소송을 내는 등 인수합병이 난항에 부딪혔다. 여기에 하만 내부 직원들까지 오너리스크에 대해 우려를 하고 있는 모습이다.
하만 인수 가격은 주당 112달러(약 13만1260원), 총액은 80억 달러(약 9조4296억원)다. 국내기업의 해외기업 M&A 사상 최대 규모다.
애틀랜틱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를 이끌고 있는 알렉산더 로에퍼스 대표는 지난달 하만의 가치가 삼성전자의 인수 가격보다 높다는 점을 들며 인수합병 찬반 투표에서 반대표를 던지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애틀랜틱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는 하만이 2015년 4월 하만 주식이 주당 145달러(약 17만1100원)에 달한 것으로 봤을 때 회사 가치가 주당 200달러(약 23만6000원) 수준까지 평가받을 수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2014년 6월 기준 230억 달러(약 27조1400억원)의 자산을 운용 중인 애틀랜틱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는 이날 기준 하만의 지분 2.3%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 3일 미국 델라웨어주에서는 하만의 소액주주들이 디네쉬 팔리월 하만 CEO(최고경영자) 등 이사진 멤버들이 삼성전자와 합병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신의성실의 의무'를 위반했다며 집단소송을 제기했다.
소송을 제기한 주주들은 소장에서 하만의 이사진이 회사의 가치를 저평가하고 불리한 협상 조건을 감수해 주주들의 이익을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또 하만이 협상 과정에서 다른 파트너를 찾지 않기로 한 '추가제안금지' 조항을 문제 삼았다. 로에퍼스 대표 역시 "하만이 잠재적인 입찰자를 찾지 않은 결정을 내린 것은 잘못됐다"고 지적한 바 있다.
업계에서는 하만 인수 문제가 '최순실 게이트'로 인해 시작된 오너리스크가 삼성전자가 진행하고 있는 주요 사업에 영향을 줄 첫 번째 사례가 될 수도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이 부회장은 이번 사태로 인해 출국금지 조치를 당해 해외로 나가지 못하고 있다.
하만 인수는 애초부터 이 부회장이 깊숙이 개입한 빅딜이었다. 그는 미국 출장에서 하만 경영진과 직접 만나 인수협상을 담판 지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이 부회장이 하만 임직원들을 직접 만나 두 회사의 결합이 줄 수 있는 시너지를 강조하는 동시에 구체적인 청사진을 밝힘으로써 신뢰를 얻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또 주주들의 반발을 잠재울 수 있는 오너의 설득도 동반되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어떤 인수합병이건 임직원들의 반발이 일어날 수 있지만 기류가 번지게 되면 인력 이탈 현상 등이 벌어질 수 있어 주요 대주주 역시 입장을 선회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CEO들은 임기가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비즈니스 파트너 입장에선 어떤 약속도 확실한 담보가 될 수 없다"며 "특히 외국에선 회장이 감옥에 들어가면 회사의 방향성이나 경영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으로 인식한다"고 언급했다.
이어 "오너가 감옥에 있다고 해서 회사가 돌아가는 사정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피드백이 늦춰질 수밖에 없는 단점은 분명 존재한다"며 "전문경영인이 실무적인 일을 한다면 큰 결단은 오너가 내리는 구조 자체도 영향을 미친다"고 덧붙였다. E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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