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촌 작사, 나화랑 작곡, 도미 노래 ‘청포도 사랑’의 1절은 다음과 같다. “파랑새 노래하는 청포도 넝쿨 아래로 어여쁜 아가씨가 손잡고 가잔다/ 그윽이 풍겨주는 포도 향기 달콤한 첫사랑의 향기 그대와 단둘이서 속삭이면 바람은 산들바람 불어준다네/ 파랑새 노래하는 청포도 넝쿨 아래로 그대와 단둘이서 오늘도 맺어보는 청포도 사랑”
포도(葡萄, grape)가 제철인 8월 8일은 ‘포도의 날’이다. 숫자 ‘88’이 동글동글한 포도송이 모양을 닮았기 때문이다. ‘포도의 날’은 지난 2008년 농림수산식품부, 농촌진흥청, 농협, 한국포도협회가 포도 소비문화를 확산하고자 지정했다. (사)한국포도협회는 올해로 17회째를 맞은 포도데이 헹사를 ‘국산포도로 팔팔(88)한 여름 보내세요!’라는 슬로건으로 국산 포도의 맛과 우수성을 홍보했다.
포도는 노아대홍수 이후 인류에게 희망을 심어준 성서(聖書) 식물로 구약성경 창세기(創世記, Genesis)에 기록되어 있으며, 과수 중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포도 재배가 과수원의 형태를 갖추기 시작한 것은 1906년부터다. 이때부터 외국품종인 블랙 함부르크(Black Hamburg) 등을 들여와 재배시험을 하기도 했다. 국립농업과학원 자료에 따르면 현재는 캠벨 얼리(Campbell Early) 품종이 70% 가량이고 거봉, 델라웨어 등이 그 뒤를 잇고 있다. 캠벨 얼리는 육질은 질긴 편이나 껍질이 쉽게 벗겨지고 과즙이 많다.
그동안 시장에선 포도 수출 확대와 내수시장 안정화를 위해 품종을 다양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아직까지는 ‘캠벨’ 포도가 주종이지만 최근엔 다양한 신품종이 쏟아지며 소비도 늘어나는 추세다. ‘효자 포도’라 불리던 샤인머스캣(Shine muscat)은 값싼 중국산 샤인머스캣의 대량 유입으로 가격 경쟁력이 약화된 실정이다.
대형마트나 백화점에서도 추석(秋夕) 시즌에 맞춰 새로운 프리미엄 품종을 선보이고 있다. 이마트는 신품종인 ‘골드스위트’, ‘루비로망’, ‘레드샤인’ 3종을 내놓았다. 경북농업기술원이 개발한 ‘골드스위트’는 껍질째 먹을 수 있는 포도다. 평균 20브릭스(Brix)의 당도와 아카시아향이 특징이다. 루비처럼 붉은 빛깔을 가진 루비로망은 프리미엄 거봉 품종이며, 평균 15브릭스 이상의 당도를 가졌다. 레드샤인은 껍질째 먹는 적포도다.
포도에는 몸에 좋은 포도당과 구연산, 펙틴(Pectin)과 탄닌(Tannin) 성분 그리고 각종 비타민 등이 있어 해독작용과 피로 회복 등 신진대사를 돕는 대표적인 알칼리성 식품이다. 포도는 채소-과일에 들어있는 항산화물질(antioxidant)이 특히 많다. 플라보노이드(flavonoid) 성분은 불포화지방산과 시너지 효과를 내어 나쁜(LDL)콜레스테롤을 배출, 혈관을 막는 혈전(血栓) 생성을 억제한다. 또한 포도에는 염증과 암 발생을 억제하는 성분들이 있다.
포도를 잘 고르는 방법은 △포도 품종 고유의 색깔이 나고 과일 표면에 과분이 있는 것, △포도 알의 굵기가 균일하고 송이의 크기가 적당한 것, △포도송이 줄기가 마르지 않아 싱싱한 것, △포도 송이의 아래쪽 포도알까지 잘 익은 것, △구입 전에 맛을 뽈 때는 가장 아래쪽 포도를 먹어보아 앗이 좋으면 포도송이 모두 맛이 좋다. 포도의 보관온도는 섭씨 0-4도가 적당하며, 냉장 보관한 포도를 깨끗한 물에 식초 몇 방울을 넣고 5분 정도 담갔다가 흐르는 물에서 깨끗하게 씻어 먹으면 좋다.
포도주(葡萄酒, wine)는 포도를 으깨서 나온 즙을 발효시킨 술을 말한다. 제조 방법상 양조주 중 과실주에 해당한다. 와인의 알코올 도수는 13-15% 사이다. 다양한 종류의 포도와 효모(酵母) 종은 다양한 포도주 스타일을 결정하는 주요 요소이다. 이러한 차이는 포도의 생화학적 발달, 발효에 관련된 반응, 포도 재배 환경, 포도주 생산 과정 사이의 복잡한 상호작용으로 인해 발생한다. 이에 많은 국가에서 포도주의 스타일과 품질을 정의하기 위한 법적 명칭을 제정한다. 오늘날 5대 포도주 생산국가는 이탈리아, 스페인, 프랑스, 미국, 중국이다.
포도주는 수천년 전부터 생산되었다. 포도주의 최초 증거는 오늘날의 조지아(Georgia, 기원전 6000년), 페르시아(기원전 5000년), 이탈리아 및 아르메니아(기원전 4000년)의 코카서스 지역에서 나온다. 포도주는 오랫동안 종교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적포도주는 고대 이집트인에 의해 피와 연관되었으며, 그리스의 디오니소스 숭배와 로마인의 바카날리아에서 사용되었다. 유대교는 포도주를 키뒤시에, 기독교은 성찬(聖餐)에 사용한다.
포도주의 종류는 크게 적포도주(red wine), 백포도주(white wine), 로제 포도주(rose wine) 등으로 나뉜다. 이 분류법은 포도주의 색상에 기초한 분류법으로 백포도주라고 해서 꼭 청포도로만 만드는 것은 아니고, 양조방법에 따라 적포도로도 충분히 백포도주을 만들 수 있다. 포도의 즙과 함께 적포도의 껍질과 씨를 같이 발효시켰느냐 아니냐의 여부에 따라 색이 결정된다. 로제와인 만드는 방법은 적포도주와 백포도주를 섞거나, 적포도를 으깨어 백포도주의 제조법으로 만들거나, 적포도를 담그면서 색소 추출을 해 꺼내는 방법을 사용한다.
식사시 용도에 따른 포도주 분류는 식전, 식중, 식후에 마시는 포도주를 따로 분류하는 방법으로, 각각 에페리티프(aperitif) 포도주, 테이블 포도주, 디저트 포도주로 불린다. 식전주는 보통 신맛이 나고 산뜻한 샴페인(Champagne)이나 백포도주 혹은 도수가 낮은 세리 포도주를 많이 쓴다. 식중주는 음식과 같이 마시는 포도주이다. 일반적으로 양고기나 쇠고기 요리에는 탄닌 등이 많아 강한 맛을 내는 적포도주가 잘 어울리고, 담백한 맛을 내는 생선오리에는 백포도주를 많이 찾는다. 식후주는 디저트와 같이 마시는 포도주로 단맛이 나는 포도주를 쓰는 것이 특징이다.
프랑스는 전통적인 고급 포도주 산지로 이름 있는 포도원의 역사적 배경과 기후, 토양 등을 바탕으로 등급(프랑스 와인의 품질 체계)이 정해져 있다. 프랑스의 포도주 생산지역 중 이름 있는 곳은 알자스, 루아르, 보르도, 부르고뉴, 론, 샹파뉴 등 6개의 지방이다. 알자스와 루아르는 대부분 백포도주를 생산하며, 보르도와 부르고뉴는 적포도주와 백포도주를 모두 생산한다. 론 지방에서는 적포도주를 주로 생산하며, 샹파뉴는 샴페인이라 알려진 발포성 포도주(스파클링 와인, sparkling wine)를 생산한다.
포도주의 성분(적포도주 기준)은 수분 86%, 에탄올(알코올) 12%, 글리세롤 1%, 유기산 0.4%, 타닌 및 폴리페놀계 화합물 0.1%, 기타 성분 0.5%로 구성된다. 일단 술에 들어간 알코올은 그 자체로 WHO 선정 1군 발암물질이며, 체내에서 분해될 때 아세트알데하이드(acetaldehyde)가 발생하여 간(肝)을 훼손시키고 암을 유발한다. 끼니마다 포도주를 반주로 곁들이는 것을 즐기는 프랑스는 간암 발생률이 높은 나라 중 하나다. 이른바 ‘프렌치 패러독스(French Paradox)’설은 전형적인 결과에 맞추어 원인을 잘못 분석하는 경우이다.
포도주는 병에 넣은 뒤에도 숙성이 진행될 수 있다는 것이 브랜디(brandy)와의 차이점이다. 코르크가 완전히 밀폐되지는 않기 때무에 극미량의 공기와 접촉하면서 숙성이 가능하다. 이상적인 보관조건은 섭씨 12-14도 전후의 항온, 60-70% 정도의 항습, 어둡고, 잡냄새가 없으며 진동이 없는 곳이다. 이럴 조건에서 고급 포도주들은 10-20년에 걸쳐 서서히 숙성하여 젊은 포도주였을 때는 없었던 복잡한 풍미(風味)를 띠게 된다.
포도당(葡萄糖, grape sugar)은 단당류중 하나로, 단맛이 있고 물에 잘 녹으며 환원성이 있다. 생물 조직 속에서 에너지원으로 소비된다. 분자식은C6H12O6이다. 포도당은 이름대로 과일인 포도에 매우 풍부하게(10-15%) 들어 있다. 1747년 독일 화학자 마르그라프(Andreas Marggraf, 1709-1782)가 건포도에서 뽑아낸 것에서 유래한다. 즉, 포도에서 처음 발견되어서 포도당이라는 이름이 붙은 것이다.
포도당의 특징은 생명체의 주 에너지 발생원으로 피에 녹아 있으면 혈당(血糖)이라고 한다. 피에 포도당이 너무 많이 있으면 고혈당, 너무 적게 있으면 저혈당이 된다. 인체의 항상성 유지로 혈당이 높아지면 인슐린(insulin)이, 낮아지면 글루카곤(glucagon)이 분비되어 혈당을 조절한다. 이 항상성이 무너지는 질병이 당뇨병(糖尿病)이다. 또한 2형 당뇨병 환자의 경우 헤모글로빈(hemoglobin, Hb)을 당화시켜 당화혈색소 수치를 높이는 원인이 되는 것이 바로 포도당이다.
자연에서 발견되는 형태의 포도당은 D-glucose(글루코오스)로 이 형태를 덱스트로스(dextrose)라 한다. 인체에서 사용되는 형태이기 때문에 임상적으로 의의가 있는데, 대표적으로 포도당 정주에 사용하는 5% 포도당·생리식염액(dextrose saline)이나 5% dextrose in water(DSW)으로 사용한다.
병원에 입원하는 사람은 누구나 수액제를 접한다. 우리가 흔히 부르는 ‘링거’는 19세기 영국의 의사 시드니 링거(Sydney Ringer)에 의해서 발명된 치료용 수액이다. 이후 알렉시스 하트만(Alexis Hartmann)이 산성혈증(acidosis)을 치료하기 위해 수액에다가 젖산(lactate)을 첨가하여 하트만 수액(Hartmann’s solution)을 개발했다. 수액(輸液)은 환자에게 수분과 포도당, 아미노산 등을 공급하는 필수의약품이자 기초의약품이다. E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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