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 남편 甲과 아내 乙은 혼인하여 乙이 첫째 자녀를 출산하자 자연스럽게 甲의 성과 본을 따라 출생신고를 하였습니다. 이후 둘째 자녀를 임신한 乙은 둘째 자녀를 출산하면 자신의 성과 본을 물려주고 싶어 甲과 협의하여 둘째 자녀를 乙의 성과 본에 따라 출생신고하기로 하였습니다. 현행법상 가능할까요? 불가능하다면 어떤 법적 절차가 필요할까요? A : 현행 민법 제781조는 원칙적으로 아버지의 성과 본을 따르도록 하고 있으며, 예외적으로 혼인신고시 미리 부모가 협의한 경우에만 어머니의 성과 본을 따른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또한 출생신고 이후에 성과 본을 변경하기 위해서는 법원의 허가를 받아야 가능하며, 이 경우에는 자녀의 복리를 위해서라는 점을 입증해야만 합니다. 즉, 현행법상 모의 성과 본을 따르기 위해서는 혼인신고시 미리 협의를 해두거나 법원의 허가가 필요합니다. 부부간 혼인신고시 장차 태어날 자녀에 대한 사전협의가 없는 한 출생하는 자녀는 모두 아버지의 성과 본을 따르게 되며, 어머니의 성과 본을 따르기로 사전협의한 경우라면 태어나는 모든 자녀는 어머니의 성과 본을 따라야 합니다. 따라서 첫째 자녀에 대한 출생신고 이후에 부모가 협의하더라도 둘째 자녀에 대한 성과 본을 달리 정할 수 없습니다. 결국 둘째 자녀에 대해 첫째 자녀와 다른 성과 본을 부여하기 위해서는 자녀의 복리를 위해서임을 입증하여 법원의 허가를 받아야 가능합니다. 원칙적으로 아버지의 성과 본을 따르도록 하는 현행법의 규정은 전통적인 가부장적 사고방식에 기초하고 있어 이러한 법적 구조는 시대의 변화와 양성평등의 가치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습니다. 2005년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으로 폐지된 아버지의 성과 본을 강제적으로 따르도록 했던 규정에 비해서는 진일보한 면이 있으나, 현행법에 대해서도 여전히 부성 우선주의가 원칙으로 남아 있어 부모가 동등하게 자녀의 성을 결정할 수 있는 권리를 제한하는 요소로 작용하므로 부모가 자녀의 성을 협의하여 결정하자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성의 결정에 관한 양성 평등의 목소리는 혼인시 부부의 동성 사용에 관한 논의에서도 마찬가지로 존재합니다. 인접한 일본의 경우 법으로 부부동성을 규정하여 부부 중 일방의 성으로 변경할 것을 혼인신고의 요건으로 정하고 있어서 실질적으로 결혼한 부부의 대부분이 남편의 성을 따르고 있으며, 일본 최고재판소는 부부 동성의 규정이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결정하여 부부 동성제도를 법률로 정한 세계 유일의 국가로 남아 있습니다. 서양에서는 비록 법적 의무는 아니지만, 결혼 후 아내가 남편의 성으로 바꾸는 오랜 관습이 있습니다. 미국의 경우에는 예전보다 결혼 후 남편의 성을 따르지 않는 여성의 비율이 점점 늘어나고 있으며, 이러한 여성들을 19세기 여성인권 운동가인 루시 스톤의 이름을 따서 ‘루시 스토너(lucy stoner)’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와 같이 부부 별성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시대의 변화에 따라 대부분의 선진국에서는 부모가 자녀의 성을 협의해 결정하는 것을 법적으로 보장하고 있습니다. 영국에서는 부모가 자녀의 성을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는데, 부모의 성 가운데 선택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새로운 성을 지을 수도 있습니다. 프랑스에서는 부모의 성 이외에 부모의 성을 결합하거나 병기할 수도 있습니다. 인접한 중국에서도 부모의 선택권이 부여되어 2016년 두 자녀 정책 시행 이후에는 어머니의 성을 따르는 자녀의 수가 점차 증가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외국 사례와 비교하면 다소 경직된 우리의 법적 구조하에서, 2019년 실시한 문화체육관광부와 여성가족부의 ‘가족 다양성에 대한 국민 여론조사’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70% 이상이 자녀의 성을 부모가 출생신고시 협의해 결정할 수 있도록 하는 것에 찬성했습니다. 이는 사회적으로 자녀의 성을 결정하는 문제에 있어서 더 많은 선택권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자녀의 성을 부모가 협의해 결정하는 것은 단순히 성 선택의 문제를 넘어서, 양성평등과 가족 내 평등을 실현하는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현행법상으로 乙은 혼인신고시 사전협의가 없었으므로 첫째 자녀는 물론 둘째 자녀도 甲의 성과 본을 따라야 하며, 출생신고시 부모가 협의하더라도 乙의 성과 본을 따를 수 없습니다. 다만, 두 자녀들에 대해서 누구라도 乙의 성과 본을 따르게 하려면, 자녀 출생신고 이후에 법원에 성과 본 변경 청구를 해야 하며 이 경우 자녀의 복리를 위해 성과 본의 변경이 필요하다는 이유를 증명해야 합니다. EP law@haeseung.com <저작권자 ⓒ 이코노믹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