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포스트=황채원 기자] 박근혜 정부 당시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깊이 연루됐던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최근 서울시립교향악단(서울시향) 비상임이사로 위촉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문화계 블랙리스트'를 만들며 문화인들을 탄압했던 세력들의 복귀가 점점 노골적이 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조윤선 전 장광은 박근혜 정부에 비판적이었던 문화 인사들의 지원을 배제하는 이른바 '예술인 블랙리스트' 작성 및 지시를 한 혐의로 1년 2개월간 수감 생활을 했고 지난 8월 광복절 특사로 사면복권됐다. 서울시에 따르면 그는 지난 9월 서울시행 이사 공모 절차에 응모했으며 임원추천위원회를 거쳐 지난 8일 비상임이사로 위촉됐다. 위촉을 한 이는 오세훈 서울시장이다. 블랙리스트에 관여한 핵심 인물의 문화계 복귀는 큰 반발을 가져왔다. 서울시의회 더불어민주당은 8일 "오늘 결정으로 문화예술가 공공서비스에 대한 (오세훈 시장의) 이해 부족과 공공기관의 위상에 대한 잘못된 인식이 여실히 드러났다"면서 조 전 장관 임명에 대해 "공공기관의 공정성과 공익성에 정면으로 위배된다. 정권 입맛에 따라 공공기관의 존폐와 인사를 좌지우지하는 오세훈 시장은 천만 서울시민의 대표이자 정책수행자로서의 자격이 없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또 평론가 출신인 강유정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조 전 장관은 문화예술인들의 삶을 짓밟고 헌법이 보장한 표현의 자유를 무참히 훼손한 장본인"이라고 평가하면서 "오세훈 시장은 벤치마킹할 것이 없어서 블랙리스트 범죄자 재기용을 따라하느냐. 블랙리스트 주범에게 정치적 재기 기회를 주며 자기 세력만 모으려는 자 역시 블랙리스트 공범"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문화계 블랙리스트'는 단순히 문화예술인의 지원을 끊은 것을 넘어 문화인들의 작품 활동에도 큰 피해를 줬고 이로 인해 지금까지도 트라우마를 호소하는 문화인들이 많다는 것이 여러 자료를 통해 나온 바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2017년 대선 후보 당시 문화예술인과 만난 자리에서 "자신 때문에 문화인들이 피해를 봤다"며 블랙리스트 재발 방지 등을 약속했지만 블랙리스트 진상 조사, 방지법안 국회 통과 등 핵심 사항들이 미진하게 남은 상태에서 윤석열 정부가 들어섰다. 앞서 지난 7월에는 2014년 박근혜 정부 당시 '문화예술계 배제인사 명단'을 문체부에 전달하는 등 블랙리스트를 주도한 인물로 알려진 용호성 당시 문체부 국제문화홍보정책실장을 문체부 1차관으로 임명해 파장을 일으킨 바 있다. 문화연대 등 문화단체들은 그의 임명에 대해 "대한민국 정부, 법원, 그리고 문화예술계를 노골적으로 조롱하고 모욕하는 인사 범죄"라고 규정했다. 지난 10월 한강 작가가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결정됐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문화계 블랙리스트' 문제가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바로 한강 작가가 박근혜 정부 블랙리스트에 이름이 올랐던 인물이기 때문이다. 강유정 대변인은 한강 작가의 수상자 결정 소식이 전해진 후 한 방송 인터뷰에서 "한강 작가과 가깝게 지내던 동료 시절 작가가 <소년이 온다>를 쓴 이후 모든 지원금에서 노골적으로 배제되면서 '내가 다시 글을 쓸 수 있을까'라는 두려움까지 느꼈다는 고백을 들었다"라는 말을 전했다. 그리고 현 상황에서 블랙리스트가 있다고 의심할 만한 정황이 있다는 이야기도 함께 전했다. 이 상황에서 블랙리스트 작성과 지시를 한 혐의가 인정됐던 전직 장관이 다시 문화계로 돌아온다는 것은 다시금 문화계에 파장과 반발을 가져오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서울시는 조 전 장관이 문화 관련 책을 저술했던 예를 들며 '적합한 인사'였다고 주장하고 있다. 오세훈 시장의 '인사 전횡' 논란까지 이어지고 있는 현 상황은 잘못을 바로잡을 기회를 놓치면 더 큰 잘못으로 이어진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상기하고 있다. '어제의 잘못을 개선하지 못하면 그 잘못은 다시 오늘 나타난다'는 인생의 교훈을 느끼게 하기에 충분한 대목이다. EP hcw@economicpost.co.kr <저작권자 ⓒ 이코노믹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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