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계엄’ 北 매체는 ‘조용’···주민들은 발 빠른 소식

노동신문 등 8일까지 5일간 침묵
대남 비난 소재 생겼는데도 잠잠
화교-무역일꾼들 통해 급속 전파

양승진 북한 전문기자 | 기사입력 2024/12/08 [06:30]

‘비상계엄’ 北 매체는 ‘조용’···주민들은 발 빠른 소식

노동신문 등 8일까지 5일간 침묵
대남 비난 소재 생겼는데도 잠잠
화교-무역일꾼들 통해 급속 전파

양승진 북한 전문기자 | 입력 : 2024/12/08 [06:30]

윤석열 대통령이 7일 대통령실 브리핑룸에서 비상계엄과 관련해 대국민담화를 열고 사과를 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이코노믹포스트=양승진 북한 전문기자]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 정국이 급물살을 타는 가운데 북한이 이에 대해 아무런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어 주목된다.

하지만 북한 주민들은 중국을 오가는 화교나 무역일꾼들로부터 한국의 계엄사태 소식이 빠르게 퍼지고 있다는 소.

북한 매체인 노동신문, 조선중앙TV, 조선중앙통신 등은 8일까지 윤 대통령의 3일 심야 비상계엄 선포와 이후 지속하고 있는 후폭풍을 단 한 줄도 보도하지 않고 있다.

통상 노동신문은 주 1회 정도 6면을 할애해 윤석열 퇴진 집회 등 반정부 단체들의 동향 등을 대남 적개심 고취 차원에서 보도해왔는데 지난달 하순 이후로는 거의 매일 실릴 정도로 빈도가 높아졌다.

이달 들어서는 1일에 ‘괴뢰한국의 서울대학교 교수들 윤석열 괴뢰 퇴진을 요구’, 2일 ‘괴뢰한국에서 윤석열괴뢰퇴진을 요구하는 범국민항의행동 전개’, 3일 ‘괴뢰한국 종교인들 윤석열 괴뢰 퇴진을 위한 시국선언운동에 합세’, 4일에는 ‘괴뢰한국 단체들 윤석열 퇴진과 파쇼 악법 폐지를 요구’를 끝으로 조용하다.

북한이 3일 밤 벌어진 한국의 비상계엄 사태를 곧장 대남 비난 소재로 이용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아직까지 잠잠하다.

북한은 2017년 3월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 인용 결정, 2004년 5월 노무현 대통령 탄핵 기각 결정 당시에는 발 빠르게 관련 소식들을 보도했었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북한이 도발이나 군사적 공세를 벌이기보다는 향후 적절하다고 판단되는 시점에 보도를 통해 북한 내부 결속을 도모하고 남남갈등 유발에 나설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 대북 전문가는 “한국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확산시키는 차원에서 이번 비상계엄 사태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크다”면서 “북한 주민들이 갖고 있는 한국에 대한 환상을 없애는 차원에서 대남 정치투쟁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국민들의 반대에 부딪혀 비상계엄이 2시간 만에 해제된 것을 북한 주민들에게 전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라며 “대통령도 함부로 할 수 없다는 것을 알릴 수 있어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북한 내부에서는 중국을 오가는 화교나 무역일꾼들이 한국의 계엄사태 소식을 주민들에게 전하면서 이 소식이 빠르게 퍼지고 있다고 자유아시아방송(RFA)가 보도했다.

RFA는 이날 함경북도 주민 소식통을 인용해 “주민들 속에 남한의 계엄령 소식이 퍼지고 있다”면서 “남한 대통령이 계엄령을 선포했다가 몇 시간 뒤에 해제했다는 내용이 큰 화제가 되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을 자주 드나드는 이웃으로부터 계엄 관련 이야기를 들었다는 소식통은 “주민들은 그동안 당에서 선전한 대로 남한 사회가 계엄령을 선포할 정도로 복잡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면서 “하지만 대통령이 선포한 계엄령이 국회의 반대로 해제되었다는 소식은 많은 주민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여기(북한)서는 상상도 못할 일”이라면서 “원수님의 한마디가 법 위에 존재하는 여기서는 (원수님에게) 반기를 든 모든 사람이 아마 총살형이나 무기형에 처해졌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계엄령 소식을 듣고 남한에 대한 주민들의 동경심이 한층 높아진 분위기”라며 “남한 사회가 여러 가지 의견으로 나뉘어도 대통령의 뜻을 거부할 수 있고, 대통령은 한번 선포한 계엄령을 해제할 수 있다는 것이 놀랍다”고 덧붙였다.

소식통은 “(한국) 계엄령은 우리(북한)를 추종하는 세력을 척결하려는 의지도 반영된 것으로 안다”면서 “말 한마디 함부로 못하면서 김정은을 친근한 어버이로 불러야 하는 독재사회를 맹신하는 이들이 (한국에) 있다니 이해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EP

ysj@economicpost.co.kr

이코노믹포스트 양승진 북한전문 기자입니다. 좀 더 내밀한 북한 소식의 전령을 추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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