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도겸 칼럼]티베트 최대 불교행사 칼라차크라, 내년 라닥
이코노믹포스트 | 입력 : 2017/11/19 [20:43]
우리에게 아직 낯선 티베트 불교는 흔히들 라마교라고 한다. 라마교란 중국식의 표현이며 소승, 대승과 구별해 금강승이라는 표현이 맞는다고 한다. 티베트어의 라마는 스승을 의미한다. ‘라’는 생명의 근원, ‘마’는 ‘라’가 위탁한 사람의 의미로 제자를 말한다. 밀교에서 스승과 제자의 밀접한 관계를 중시하고, 불법승의 3보가 아닌 라마(스승)를 포함한 4보라고 하기도 한다. 간덴 숨첼링 곰파의 달라이라마 좌상이나 겔룩파의 시조인 총카파의 좌상은 어느 불상보다도 정중앙에 크게 설치돼 있다. 달라이라마 14세가 싫어해도 중국에서 부르는 라마교란 말이 편파적이라고 해도 전혀 틀리지 않는 듯하다. 우리나라 고려시대 유행했던 그 라마교 아니 티베트의 금강승 불교는 티베트 밀교를 수입한 몽골의 라마교가 전래한 것이다.([하도겸 티베트이야기]화정박물관 티베트유산공개 뉴시스 2012년 9월 7일자 참조)
티베트 불교는 대체로 손챈감포(松贊岡保 : ?~649)왕 때 중국 당나라의 문성공주와 네팔의 브리쿠티 데비 공주와의 결혼을 통해 각각 중국계와 인도계의 불교를 도입한 것에서 비롯됐다. 당시 티베트에는 주술적인 치료 등을 중시하는 티베트의 고유 신앙인 뵌교라는 토속신앙이 유행했다. 우리나라의 불교 전래과정과 마찬가지로 티베트에 전래한 불교 역시 이러한 토착 신앙을 배척하지 않고 상호 변용되면서 습합 또는 융화되는 과정을 거치면서 민중적 기반을 조금씩 잡게 된다. 그 후 8세기 중엽에 인도의 샨티 락시타(寂護)와 파드마삼바바(Padmasambhav․蓮華生․구루린포체)가 밀교(密敎)의 가르침을 전한 후부터는 티베트 불교가 오늘날의 라마교 즉 밀교가 근본이 된 것이다.
이후 랑다르마 왕이 한때 파불(破佛) 등의 폐불 정책이 있어서 불교가 매우 위축되기도 했다. 그러나 1038년께 인도에서 초빙된 아티샤의 가르침이 홍포(弘布)되고 티베트 밀교계를 크게 개혁하면서 다시 중흥하게 됐다. 그렇게 정립된 밀교가 13세기에는 원(元)나라에 전파돼 몽골의 국교가 돼 우리나라에도 전래했다. 15세기에 이르러서는 달라이라마가 속한 겔룩파의 시조인 총카파(宗喀巴) 대사가 반야중관(般若中觀)사상을 밀교와 융화시키면서 티베트 불교의 이론적 기반을 확립했다고 평가된다. 그의 종파에 속한 제자들이 불교 의식 때 노란 모자를 쓴다고 해서 황모파(黃帽派․겔룩파)라 한다. 그전의 종파 즉 구루린모체를 모신 자들은 빨간 모자를 썼다고 해서 홍모파(紅帽派:닝마파)라고 구별한다. 이 총카파 대사의 제자 가운데 한 명인 겐둔 둡빠(1391∼1475)가 초대 달라이라마로 등극해 즉 법왕(法王)이 됐다. 그가 환생을 거듭해 1989년 노벨평화상을 받은 텐진 갸초는 제14대 달라이라마가 된다.
몽골어로서 달라이는 바다를 뜻하며 라마는 덕이 높은 스승을 가리킨다. 따라서 달라이라마는 넓은 바다와 같이 넓고 큰 덕을 가진 스승이란 뜻이다. 겔룩파의 법왕으로 정교일치(政敎一致)의 사회인 티베트의 수장(首長)이다. 티베트인들은 ‘문수리근본의궤경’(文殊利根本儀軌經)의 예언을 인용해 티베트는 원래 관음보살 교화의 땅으로 정해져 있고, 통치자인 달라이라마를 관음보살(觀音菩薩)의 화신으로 생각하고 있다. 우리나라 신라 제24대 진흥왕(재위 540∼576)이 스스로 내세우려고 했던 전륜성왕(轉輪聖王)이 바로 달라이라마에 해당한다고 보면 된다.
정법에 따라 세계를 정복·지배한다는 불교의 왕즉불(王卽佛)사상에 기반을 둔 전륜성왕으로는 세계사적으로 마우리아왕조의 아소카왕(阿育王 : BC 3세기)이 이에 해당한다. 이 달라이라마가 인도의 불교성지 보드가야에서 2011년 12월 31일부터 2012년 1월 10일까지 칼라차크라 법회를 열었다. 보드가야는 부다가야(Buddha Gaya)라고도 하며, 인도 북동부 비하르(Bihar)주 가야(Gaya)시에서 11km 떨어진 곳에 있다. 부처님께서 깨달음을 얻은 곳으로 탄생지 룸비니, 최초의 설법지 녹야원(사르나트), 열반지 구시나가라와 함께 불교의 4대 성지다. 부처님이 깨달음을 얻은 그 자리에는 기원전 3세기경에 아쇼카왕이 세웠다는 마하보디 대탑(大塔)이 서 있어 매년 많은 참배객이 찾는다.
전통적인 티베트의 설 명절은 로사르(Lhosar)라고 한다. 보통 2월 말에서 3월 초로 우리 설날에 40일 정도를 더한 날짜에 해당한다. 2012년은 2월 22일이 티베트의 설날이 된다. 우리에게 설날과 신년새해가 있듯이 티베트에서는 양력으로 신년새해에는 종교적인 행사로서 칼라차크라를 개최한다. 전 세계에서 수많은 참배객이 인도의 작은 마을 보다가야에 집결하는데 연로한 달라이라마가 내리는 마지막 칼라차크라 관정이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 때문에 최소 20여만 명의 불자들이 이 관정을 받기 위해 모여들었다. 티베트 불교의 최대 법회인 칼라차크라는 범어인 시간(kala)과 바퀴(cakra)가 합해진 합성어다. ‘영원한 시간의 수레바퀴’라는 의미가 있다.
이 관정을 받게 되면 시간과 공간과 운세의 장애를 초월할 힘이 생긴다고 한다. 시륜금강(時輪金剛) 관정이라 하는 이 관정은 달라이라마가 모든 중생의 업장(業障)을 정화하고 가피를 내리고자 하는 원력으로 전 세계에 내린다는 가장 수승한 관정이라고 할 수 있다. 이 관정을 주제로 한 만다라가 바로 칼라챠크라 만다라로 영원한 시간의 수레바퀴가 바로 우리 마음의 본래 모습임을 깨닫게 해주기 위한 불교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다. 색색의 화려한 모래가루로 만드는 이 만다라는 달라이라마의 집전 아래 법회를 시작하면서 조성을 시작한다. 법회가 끝나면 덧없음(空)을 깨닫고 강물에 띄어 보내는 의식으로 업장소멸, 소원성취를 이루게 된다고 한다.([하도겸 티베트밀교]관정, 수행을 허하노라! 뉴시스 2012년 2월 17일자 참조)
티베트 불교에서 관정(灌頂)이란 중생들에게 본래 내재한 불성의 종자 즉 부처님의 씨앗을 가피를 통해 드러내는 의식이다. 수행하기 전에 제자가 제일 먼저 스승에게 받아야 하는 밀교의식인 입문식인 셈이다. 관정은 티베트어로는 ‘왕(Wang)’이라 하는 데 힘을 부여한다는 뜻으로 수행을 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거나 허가한다는 의미다. 티베트 사람들을 포함해 근래 세계의 불교 신자들은 관정 의식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지 열심히 참석한다. 관정을 많이 받음으로써 그 가피력에 의해 악업이 소멸하고, 좋은 곳에 환생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작년에도 수많은 한국인이 보다가야로 향했다고 한다.
베스트라닥(www.bestladakh.com)에 의하면 14대 달라이라마 칼라차크라 관정은 1954년 티베트 라싸 노블링카를 시작으로 전 세계에서 32번 행해졌다고 한다. 라다크 지역에서는 1976년(레), 1988년(잔스카)에 이어 내년 2014년 7월 3일부터 14일까지 다시 라다크 레에서 38년 만에 진행된다. 이번 행사 중에는 달라이라마의 생일인 7월 6일부터 8일까지 달라이라마의 티칭도 행해지니 불자로서 꼭 가보고 싶다. [국립민속박물관 학예연구사]. E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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