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수의 '고공농성', 하청 노동자들의 '소리없는 아우성'

황채원 기자 | 기사입력 2025/06/23 [07:07]

김형수의 '고공농성', 하청 노동자들의 '소리없는 아우성'

황채원 기자 | 입력 : 2025/06/23 [07:07]

97일간의 고공농성을 끝내고 지상으로 내려온 김형수 금속노조 경남지부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장. 사진=뉴시스

【이코노믹포스트=황채원 기자] 지난 19일, 서울 중구 한화빌딩 앞 철탑에서 97일간 고공농성을 했던 김형수 금속노조 경남지부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장이 마침내 지상으로 내려왔다. 한화오션 거제사업장 하청 노사가 임금·단체협약에 잠정 합의하면서 나온 결과였다. 

김형수 회장은 지난 3월 15일 하청노동자의 상여금 인상, 처우개선 등 단체교섭 타결을 요구하면서 서울 한화 본사 앞에 있는 30m 높이의 철탑으로 올라갔다. 한화오션 하청노동자들은 상여금 50% 인상안을 제시했지만 하청업체는 15%를 제시하면서 교섭이 결렬됐고, 노동자들은 원청인 한화오션과 교섭을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하청 노사의 갈등과 원청인 한화오션의 무관심 속에서 생존을 건 노동자의 고공농성은 어느새 두 달이 넘어가고 있었고 날씨는 점점 여름으로 치닫고 있었다. 그리고 김형수로 대표되는 노동자들의 '소리없는 아우성'을 알리려는 노력이 시작됐다. 권영국 민주노동당 대선 후보는 철탑에 올라가 김형수 회장을 만나는 것으로 자신의 공식 선거운동을 시작하며 농성 노동자들의 고통을 알리는 것에 주력했다. 

그리고 지난 11일, 변광용 거제시장이 ""땡볕이 내리꽂히는 철탑 고공농성은 단순히 한 개인의 요구가 아닌 조선업이 안고 있는 원하청 이중 고용구조의 모순, 열악한 노동환경과 현실적이지 않은 임금체계 등 지금껏 외면되고 반복되어 온 차별에 대한 문제 제기"라면서 한화오션과 정부를 향해 책임있는 해결을 할 것을 요청했고, 더불어민주당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의원들과 한창민 사회민주당 대표 등도 12일 고공 농성장을 찹기도 했다.

마침내 6월 18일, 노사는 쟁점이 됐던 '상여금 50% 인상'에 합의했고 휴업 수당 지급 명문화, 산업재해 은폐 근절 등도 합의했다. 또 노사가 서로를 대상으로 진행한 고소 및 고발도 전면 취하하기로 했다. 잠정합의가 이루어지면서 김형수 회장도 97일 만에 땅에 발을 디디게 됐다

김형수 회장은 "노동자, 시민분들의 힘으로 승리한 것"이라면서 "한화오션은 교섭 과정 내내 코빼기도 비치지 않았다. 올해 교섭에서 반드시 원청을 테이블에 앉힐 것이며 이를 위해선 더 넓은 연대, 더 강인한 결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민주노총은 논평에서 "조선업 호황은 하청노동자의 희생을 딛고 이뤄졌음을 직시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조선시장이 호황을 누리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있지만 그 호황의 뒤에는 하청노동자들의 땀과 아픔이 배어 있었다. 하지만 배를 만들고 있는 하청노동자들은 원청 기업들에게 제대로 보상을 받지 못하며 희생의 제물이 되기 일쑤였고 사고를 당해도 원청은 하청에 책임을 넘기고 뒷짐을 지는 상황도 나왔다. 이로 인해 하청 노동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하청이 아닌 원청을 '사용자'로 인정하고 사용자가 노동자, 노동조합을 향해 무분별하게 손배소를 제기하지 못하도록 노조법 2, 3조를 개정하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97일간의 고공농성은 잠정합의로 일단 종료가 됐지만 완전한 권리 보장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 게다가 지금 이 시간에도 농성을 하고 있는 노동자들이 남아있는 것도 사실이다. 살아남기 위한 노동자들의 '소리없는 아우성'은 현재진행형이다. EP

hcw@economicpost.co.kr

이코노믹포스트 황채원 취재부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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