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포스트=양승진 북한 전문기자】 정권이 바뀌면서 ‘통일부’ 이름을 바꿔야 한다고 난리다. 장관 후보자부터 “평화와 안정을 구축한 바탕 위에서 통일도 모색할 수 있다”며 명칭 변경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그는 “통일은 마차에 해당하는 것이고 평화는 말인데, 마차가 앞에 가서는 말을 끌 수 없고 말이 앞에 가야 마차를 끌어갈 수 있다”고 했다. 통일 차관은 “현재 상황 변화를 고려해 명칭 변경 여부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가 그동안 내부와 외부에서 여러 가지로 나왔다”며 “통일부 내부적으로는 앞으로 그런 상황을 전반적으로 고려해 검토를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앞서 국정기획위원회는 통일부의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통일부 명칭에서 ‘통일’을 빼고 다른 명칭으로 바꾸는 문제에 대한 통일부 입장을 질의한 바 있다. 지난 대선 과정에서도 일부 시민단체들이 통일부 명칭을 ‘남북관계부’ 등으로 바꿀 것을 제의한 바 있고, 대선 후에는 일부 재외동포 단체를 중심으로 ‘남북교류협력부’ 또는 ‘남북평화협력부’ 등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나오는 상황이다. 이 같은 통일부 명칭 변경이 수면 위로 떠오르자 통일부 내부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헌법 제4조 ‘평화적 통일 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추진한다’는 정부의 임무를 포기하는 것 아니냐는 논란까지 일고 있다. 전직 통일부 고위 관계자는 “정부가 ‘통일’을 빼버리게 되면 북한이 선언한 ‘두 국가론’을 수용하는 꼴이 될 수 있다”며 “통일부 내부에서도 명칭 변경에 대한 찬반 이야기가 오가고 있다”고 밝혔다. 통일부 관계자는 “북한의 눈치를 보고 명칭을 변경했냐는 비난을 받게 될까 우려스럽다”며 “신중한 판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했다. 전문가들도 통일부 명칭 변경에 정치·외교적 논란 소지와 오히려 기존의 방향성이 분산되거나 혼선이 빚어질 것이라는 견해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통일부라는 이름을 지금 시점에서 바꾸면 안 된다”면서 “북한이 전혀 한국과의 관계를 맺지 않겠다는 상황에서 섣부른 변화를 모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밝혔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총장은 “통일부를 평화협력부로 변경하려면 통일을 삭제하는 헌법개정이 우선”이라며 “주적론처럼 정권 교체마다 평화, 통일 명기 변화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만약 가칭 남북협력부·평화협력부·남북관계부·한반도부로 변경된다면 보수·민주정부, 북한의 대남관계 변화 시마다 통일부는 ‘동네북’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실 정권이 바뀌었으니 이름 하나 바꾸는 건 문제가 아니다. 북한이 2023년 말 남북관계를 ‘적대적인 두 국가’ 관계로 규정한 후 ‘통일’을 추구하지 않는다고 밝혀 북한과 대화하기 위해선 통일부도 부처명에서 ‘통일’을 뺄 필요가 있다는 시각이다. 하지만 통일부에서 ‘통일’을 지우는 건 헌법 정신에 부합하지 않는다. 헌법 제4조는 ‘평화적 통일의 사명’을 부여하고 있다. 설령 우리가 ‘통일부’ 이름을 바꾼다고 과연 남북관계가 개선될지 의문이어서 초장부터 끌려가는 관계가 될 가능성도 있다. 남한과의 체제 경쟁에서 완패한 북한이 흡수통일 가능성을 우려해 아예 남북관계 단절에 나섰는데 우리가 그 뒤를 따라가는 건 적절치 않다. 북한이 포기한 것은 ‘평화통일’이고 ‘무력에 의한 적화통일’은 여전히 주효한 카드로 남아 있는 상황에서 섣불리 동조하는 모양새를 띠는 건 부적절하다. 특히나 우리가 ‘통일’을 포기하는 듯한 모습은 북한 주민과 우방국들에게 잘못된 시그널을 줄 수도 있다. 속 좁게 ‘평화’만 보다 우발적 충돌 등으로 남북관계에 변화가 생기면 그때는 또 뭐라고 붙일건가. 70여년 간 단 한 뼘도 좁히지 못한 간극을 이름 하나 바꾼다고 달라질 것이라고 보는 건 무리다. ‘통일부’에서 ‘통일’을 빼면 부(部)만 남는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SW ysj@economic.co.kr <저작권자 ⓒ 이코노믹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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