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베트남 합의에 '환적 관세' 새 난관

협상국들 "카드 적은 베트남보다 유리할 것" 기대
中겨냥 '환적 관세'···다른 신흥 亞에도 요구할 듯
베트남 무역 합의, 韓기업에도 파급효과 불가피

최민경 기자 | 기사입력 2025/07/04 [13:31]

美·베트남 합의에 '환적 관세' 새 난관

협상국들 "카드 적은 베트남보다 유리할 것" 기대
中겨냥 '환적 관세'···다른 신흥 亞에도 요구할 듯
베트남 무역 합의, 韓기업에도 파급효과 불가피

최민경 기자 | 입력 : 2025/07/04 [13:31]

사진=뉴시스


【이코노믹포스트=최민경 기자】 미국과 베트남이 상호 관세 유예 종료 약 일주일 전 무역 합의를 발표하면서, 다른 국가들과 협상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협상 카드가 상대적으로 적었던 베트남보다 유리한 합의를 낼 수 있다는 기대와 함께, 일부 국가는 '환적품 관세'라는 새로운 난관을 만났다는 분석이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2일(현지 시간)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베트남과 무역 협상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상호 관세는 기존 46%에서 20%로 대폭 낮추고, 환적품엔 40%를 과세하기로 했다.

 

세부 사항이 확정된 건 아니다. 베트남은 이번 합의를 "무역 협정 틀에 관한 공동 성명"이라고 소개했다.

 

폴리티코가 입수한 성명 초안에도 향후 몇 주 내 최종 합의를 체결해 관세를 상당 수준 인하한다고 적혔다. 구체적인 관세율은 명시되지 않았다.

 

'원칙적 합의'를 도출한 뒤 세부 사항을 추가 협상하는 구조로, 영국과 무역 협상도 유사한 방식이었다.

 

◇ "20%보다 낮은 관세 가능…환적품 관세는 난관"

 

전문가들은 다른 국가들은 베트남보다 더 유리한 조건을 얻어낼 수 있지만, 아시아 신흥 국가들에겐 환적품 관세가 새로운 난관이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마크 윌리엄스 캐피털 이코노믹스 아시아 담당 수석 경제학자는 CNBC에 "다른 국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20%보다 낮은 관세율을 확보할 수 있다고 느낄 것"이라며 "베트남은 미국과 무역 의존도가 높아 협상력이 유난히 약한 국가였다"고 분석했다.

 

씨티그룹은 보고서에서 "종합적으로 볼 때 이번 합의가 앞으로 일어날 일들을 반영한다면, 신흥 아시아 국가들은 이익보다 걱정할 게 더 많다고 판단된다"고 전망했다.

 

특히 환적 화물에 대한 40% 관세는 향후 협상에서 주요 요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제3국에서 생산한 물품을 미국으로 다시 수출할 때 부과하겠다는 건데, 중국의 공급망 비중을 줄이려는 조치로 해석된다.

 

보고서는 "태국에 이어 말레이시아가 다른 신흥 아시아 국가들보다 더 큰 영향을 받을 수 있다"며 "환적 화물에 대한 별도의 엄격한 관세 부과는 시장이 가장 예상치 못한 조치였다"고 분석했다.

 

◇ 韓기업에도 영향…"베트남에 공장 설립한 수출업체들에 파급 효과"

 

베트남에 진출한 한국 기업에도 영향은 불가피하다.

 

일례로 삼성전자는 베트남 공장에 스마트폰 생산 상당량을 의존하고 있는데, 미국 수출 물량에 대해서는 20% 이상 관세가 부과될 것으로 보인다. LG전자 역시 베트남에서 생산한 가전제품 일부를 미국으로 수출하고 있다.

 

씨티 보고서는 한국을 직접 거론하며 "지난 몇 년간 베트남에 공장을 설립한 다른 수출업체들에게도 파급 효과가 있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뉴욕타임스(NYT)도 "지난 몇 년 동안 중국의 베트남 투자가 급격히 늘어났지만, 전체적으로는 여전히 삼성과 LG를 포함한 한국 기업들이 베트남의 최대 외국인 투자자"라고 전했다.

 

◇ 다음 협상국은 인도 유력…EU는 단기간 내 합의 어려울 듯

 

8일 상호 관세 유예가 종료되는 가운데,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은 그전까지 주요 교역국과 무역 합의가 잇따라 이뤄질 것이라고 예고했다.

 

기한을 넘기면 4월 2일 발표된 상호 관세율이 다시 적용될 수 있다며, 협상을 서두르라는 일종의 압박을 보낸 것이다.

 

현재로선 다음 협상 대상국으론 인도가 가장 유력하다.

 

다만 트린 응우옌 나탁시스 CIB 신흥 아시아 담당 선임 경제학자는 "인도의 경우 농업 부문이 장애물로 부상할 수 있다"며 "인도는 국내 반발 없이 미국 시장 접근을 허용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럽연합(EU)과는 단기간 내 합의를 도출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라바냐 벤카테스와란 OCBC 은행 아세안 선임 경제학자는 이메일 논평에서 "EU의 경우 베트남 등과 달리 과정이 순조롭지 않았다"며 "미국은 지난 몇 달간 EU에 대한 비판을 공개적으로 강하게 제기해 왔다"는 점에 주목했다.

 

응우옌 선임 경제학자도 "베트남은 유럽이 원하는 관세 면제가 매우 어렵다는 걸 보여줬다"며 "EU는 10% 관세에 동의하고 품목별 협상에서 성과를 내려고 시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EU와 미국 간 교역 규모와 구조가 매우 복잡한 만큼 시한 내 세부 사안까지 모두 조율하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9일까지 원칙적 합의 도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EP

 

cmk@economicpost.co.kr

이코노믹포스트 최민경 취재부 기자입니다.

"미래는 타협하지 않는 오늘이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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