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6살 소녀의 목소리' 벤 하니아가 받은 '23분 기립박수'

황채원 기자 | 기사입력 2025/09/08 [07:07]

'팔레스타인 6살 소녀의 목소리' 벤 하니아가 받은 '23분 기립박수'

황채원 기자 | 입력 : 2025/09/08 [07:07]

카우더 벤 하니아 감독. 사진=AP

【이코노믹포스트=황채원 기자 지난 6일(이하 현지시간) 막을 내린 제82회 베니스국제영화제는 <파더 마더 시스터 브라더>의 짐 자무쉬에게 황금사자상의 영예를 안겼다. 올해 경쟁부문에 오른 박찬욱 감독의 <어쩔수가없다>가 큰 호평과 관심을 받으면서 한때 황금사자상이 유력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기는 했지만 세계적인 호평을 받은 것만으로 만족해야 했다.

특히 이번 영화제에서 가장 큰 화제를 모은 것은 바로 2등상인 심사위원 대상을 수상한 튀니지 출신 카우더 벤 하니아 감독의 <힌드 라잡의 목소리>였다. 이 영화는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의 폭격을 피하기 위해 피란길에 올랐다가 결국 비극적인 최후를 맞이한 6세 소녀 '라잡'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작품이다.

라잡은 지난해 1월 피란 도중 가족들이 사망한 차량에 갇히게 된다. 그는 구조대와 3시간 가량 통화를 했다. 영화 속에는 라잡이 구조대에게 "너무 무서워요. 제발 와주세요. 저를 구하러 오실거죠?"라고 말한 것이 그대로 담겼다.

하지만 이후 라잡은 연락이 끊겼고 며칠 후 그 차량에서 라잡과 그를 구조하러 온 구조대원 2명이 시신으로 발견됐다. 유엔 보고서는 이스라엘군이 이들을 사살한 것으로 기록되어 있지만 이스라엘군은 공격을 부인하고 있다.

영화의 대부분은 배우들이 상황을 재연한 것이지만 라잡과 구조가 나눈 실제 통화 녹음을 삽입하는 등으로 현실감을 높였다. 특히 이 영화는 헐리우드 스타인 브래드 피트와 호아킨 피닉스가 공동으로 제작에 참여했다는 점도 눈길을 끌었다.

이 작품은 지난 3일 처음으로 선을 보였고 무려 23분이나 기립박수를 받았다. 또 '팔레스타인에 자유를' 이라는 구호가 울려퍼졌고 팔레스타인 국기를 흔든 이들도 있었다. 독일 dpa통신은 "경쟁 부분에 출품된 어떤 작품들보다도 (기립박수가) 길었다. 이처럼 긴 박수갈채는 흔하지 않다"고 당시 상황을 전하기도 했다.

실제로 베니스 영화제 기간 동안 영화제가 열리는 리도섬 선착장에서는 수천 명의 팔레스타인 지지자들이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학살'을 비난하고 학살 중단을 요구하는 시위와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개막식장에서도 '팔레스타인 해방'을 외치며 팔레스타인 국기를 들고 영화제 거리를 행진했고 영화제는 <힌드 라잡의 목소리>를 향한 23분의 기립박수와 심사위원 대상으로 이에 화답했다. 팔레스타인에게 자유를 주고 폭격을 멈춰야한다는 것에 세계 영화인들이 동참한 것이다.

지난 5월 칸 영화제에서 이란의 거장 자파르 파나히가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데 이어 이번 영화제에서 벤 하니아 감독이 심사위원 대상을 수상했다. 국제 영화제들은 이처럼 용기있는 감독들의 작품들을 주목하고 이들에게 경의를 표하고 있다. 물론 박찬욱 감독의 영화도 훌륭한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영화제의 흐름은 생각하지 않고 그저 '수상 여부'만 관심을 가지는 '냄비식' 보도는 세계 영화의 흐름을 전혀 생각하지 않는, 영화제를 그저 '경쟁'으로만 보는 것임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쓸쓸함을 준다. 영화가 세상을 바꿀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또 다시 벤 하니아 감독이 보여줬다. EP

hcw@economicpost.co.kr

이코노믹포스트 황채원 취재부 기자입니다
 
  • 도배방지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