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의 못 이룬 'ILO 핵심공약 비준', 공은 정부로

임동현 기자 | 기사입력 2019/05/22 [09:40]

합의 못 이룬 'ILO 핵심공약 비준', 공은 정부로

임동현 기자 | 입력 : 2019/05/22 [09:40]
박수근(가운데 왼쪽)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산하 노사관계 제도·관행 개선위원회 위원장이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경사노위에서 ILO(국제노동기구) 핵심협약 비준을 위한 논의에 대한 전체회의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 /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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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믹포스트=임동현 기자]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의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논의가 실패로 끝나면서 'ILO 핵심협약 비준'이 국회와 정부의 공으로 넘어갔다. 사실상 비준이 힘들어졌다는 전망이 나온다. 
 
현재 우리나라는 ILO 회원국이지만 '핵심협약' 8개 중 4개 협약에 비준하지 않았다. 결사의 자유와 강제노동 금지가 담긴 내용으로 제29호 '강제노동에 관한 협약', 제87호 '결사의 자유 및 단결권 보호 협약', 제98호 '단결권 및 단체교섭권 협약', 제105호 '강제노동의 폐지에 관한 협약'이 그것이다. 
 
지난 20일 경사노위는 제6차 운영위원회를 열어 ILO 핵심협약 비준 관련 의제를 논의했지만 합의를 이루지 못했고 경사노위의 임무는 사실상 여기서 마무리가 됐다. 경사노위는 추가 협상을 하기보다는 그간의 논의 결과를 국회와 정부에 전달하는 방안 등을 마련할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경사노위는 지난해 7월부터 논의를 시작해 그해 11월 공익위원 8인이 '공익위원 의견' 형식의 합의안을 제시한 바 있고 이후 올 4월까지 다시 회의를 열고 '협약 비준을 위한 법제도 개선방향에 대한 공익위원 입장'을 발표했지만 노사의 반발과 공익위원 내 갈등으로 실효성을 보이지 못했다. 
 
이후 경사노위는 노사정 부대표급 비공식협상과 두 차례에 걸친 운영위원회 차원의 추가 논의를 진행했으나 역시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 
 
경사노위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운영위를 계속 열어 합의를 내려 했지만 실패했다. 더 이상 이와 관련된 논의를 못한다. 어느 부분에서 노사의 입장차가 컸다고 명확하게 말하기가 어렵다. '단체교섭'을 말하려면 단결권, 단체행동권 이야기를 해야한다. 여러 문제들이 얼키고 설키고 노사의 입장이 서로 다르게 나오면서 합의를 도출하기가 어려웠다. 범위를 많이 줄이고 쟁점도 줄이고 '정말 원하는 게 뭐냐'를 놓고 논의했는데도 힘들었다. 결국 입장차가 있기에 합의가 되지 않은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경영자총협회 관계자는 "비준을 먼저할 것이냐 법을 고쳐야할 것이냐의 부분이 있고 단결권을 강화하기에 앞서 노사간 불균형한 관계를 맞추고 다음 단계로 가야 부작용을 예방할 수 있다는 입장이었는데 입장 차가 줄어들지 않았다. 합의가 안 되기에 정부와 국회가 논의하고 결정해야하는데 국회가 차분하게 법안 개정 논의를 해야할 것이다. 법안 개정이 먼저 필요하다는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고 밝혔다. 
 
이에 비해 민주노총 관계자는 "경영계가 쟁의행위 시 사업장 점거 금지나 대체인력 투입 등을 요구하는 것은 핵심 협약과 전혀 상관없는 것이며 오히려 협약에 반하는 것을 요구했다. 이를 가지고 합의를 하라는 것이 문제였고 정부가 의지가 있다면 그간의 내용을 듣고 합의를 이루도록 해야하는데 이를 경사노위에 떠넘긴 것도 문제였다"고 밝혔다. 
 
경사노위가 더 이상 협상을 할 뜻을 밝히지 않으면서 사실상 ILO 핵심협약 비준은 정부와 국회의 공으로 넘어갔다. 하지만 현재 국회가 정상적으로 열리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제때에 비준 동의안 통과 및 법 개정이 이루어질지 불투명하다는 전망이 많다. 
 
여기에 여전히 노사간의 갈등이 남아있어 자칫 정치권의 갈등으로 넘어갈 소지가 있다. 이로 인해 국회가 법을 개정하는 것을 먼저하기 보다는 정부와 대통령이 먼저 의지를 갖고 비준을 추진해야한다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경사노위를 통한 합의가 불발됐다면 결국 대통령의 결단이 필요하다. 다른 논의는 이후에도 후속으로 진행할 수 있기에 정부가 의지를 가지고 돌파구를 찾아야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선입법으로 합의가 불가능하다는 것은 지난 20년간 증명이 됐다. 정부가 비준동의안을 먼저 발표하고 법안을 국회로 넘겨 진지하게 논의하는 것이 맞다. 핵심협약 비준의 첫 관문은 무조건 정부의 의지다”라고 밝혔다. 
 
경사노위 관계자는 “장기적으로 보면 지금 당장은 어려워도 노사 갈등의 폭을 줄이는 과정이다. 국회가 개정안을 만들거나 논의를 시작하려면 결국 경사노위의 자료를 볼 수 밖에 없다. 어떤 이야기가 나왔는지, 왜 노동법을 개정해야하는지를 알아야하기에 그렇다. ILO 핵심협약 비준이 이루어지려면 결국 노사관계가 개선되어야한다. 그 과정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정부도 대화 내용을 다 봤기에 판단을 할 것이라 본다"고 밝혔다. EP 
 
ldh@economicpost.co.kr
이코노믹포스트 임동현 취재부 가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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