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년 족쇄 풀리나···금산분리 완화, 뭐가 좋아질까?

李 대통령 "AI, 천문학적 투자 재원 필요"
"안전장치 내 금산분리 규제 완화 검토"
지주사 CVC 외부자금 제한 등 완화 기대
수천억원에서 조단위 펀드 조성 가능
"기업 5000만원 투자시 은행은 10배 투자"

최민경 기자 | 기사입력 2025/10/02 [14:26]

43년 족쇄 풀리나···금산분리 완화, 뭐가 좋아질까?

李 대통령 "AI, 천문학적 투자 재원 필요"
"안전장치 내 금산분리 규제 완화 검토"
지주사 CVC 외부자금 제한 등 완화 기대
수천억원에서 조단위 펀드 조성 가능
"기업 5000만원 투자시 은행은 10배 투자"

최민경 기자 | 입력 : 2025/10/02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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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믹포스트=최민경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함께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를 만난 자리에서 금산분리 규제 완화 가능성을 언급해 재계의 관심이 쏠린다. 

 

오픈AI와 손잡고 인공지능(AI) 산업을 키우려면 막대한 자금이 필요한데 금산분리 완화를 통해 투자를 키우겠다는 것이다. 단적으로 금산분리가 완화되면 지주사 벤처캐피탈 펀드의 외부자금 비중 완화로 조 단위 펀드 운영이 가능해진다. 

 

이에 지난 43년간 지속돼 온 금산분리 규제가 이제는 바뀔 수 있을 지 주목된다. 

 

2일 재계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은 전날 올트먼 CEO와의 접견 자리에서 "AI는 전략적으로 워낙 중요한 산업이고 천문학적 투자재원이 필요하다"며 "독점 폐해가 없는 안전장치가 마련된 범위 내에서 금산분리 규제 완화를 검토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오픈AI는 삼성, SK에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를 위해 메모리 반도체를 대량 공급해달라며 협력 파트너십 LOI(Letter of Intent·협력의향서)를 체결했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브리핑을 통해 "AI는 전략적으로 워낙 중요한 산업이고 (삼성, SK) 두 회사가 점하고 있는 위치, 우리나라 산업 정책이나 제조업, 실물경제, 미래에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며 "다른 영역으로 번지지 않는 안전범위 내에서 현행 규제를 재검토할 수 있다는 지시를 내린 것"이라고 밝혔다. 

 

금산분리는 대기업집단 지배주주의 '사금고화'를 방지한다는 목적에서 1982년 처음 도입됐다. 1997년 외환위기 후 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서 재벌개혁을 이유로 비금융주력자(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보유 한도를 4%로 강화했다가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09년 9%로 완화, 이후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3년 다시 4%로 복귀됐다.

 

지금도 비금융주력자는 은행주식의 4%를 초과 보유할 수 없고,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는 조건으로 금융당국 승인을 얻은 경우에는 10%까지 보유 가능하다.

 

43년 전 만들어진 금산분리 규제가 현재 급변하는 기업 환경에 맞느냐는 의문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 

 

현행법상 일반 지주사는 원칙적으로 금융업을 영위하는 국내 회사의 주식 소유가 금지된다. 단 2021년 공정거래법 개정으로 지주사의 벤처캐피털(CVC) 보유는 제한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현재 지주사의 CVC는 지분 100%인 완전 자회사 형태로만 설립 가능하다. 부채비율은 자기자본의 200% 이내로 제한하며 투자 업무만 할 수 있다. 총수일가 지분 보유기업, 그룹 계열사,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소속 회사에는 투자가 제한된다.

 

펀드 조성시에는 외부자금 비중을 40% 이내로 제한하고 계열사나 총수일가 출자는 역시 금지된다. 해외투자는 CVC 총자산의 20% 내에서만 허용한다. 

 

이같은 내용이 완화될 경우 연간 수 십조원을 들여 반도체 공장을 만드는 삼성, SK의 투자 재원은 더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이승웅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이날 보고서를 통해 "금산분리가 완화되면 지주사 CVC 펀드의 외부자금 비중 제한 완화가 예상된다"며 "모회사뿐 아니라 외부 투자자의 자금 유치가 추가적으로 가능해질 수 있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수 천억원에서 조 단위의 초대형 펀드가 조성될 수 있고, 유망 스타트업에 대한 스케일업 투자 확대도 가능해질 수 있다. 

 

또 지주사의 사업 방향과 연계된 전략적 투자는 물론 외부 출자자의 수익률 극대화를 위한 재무적 투자도 병행될 전망이다. 

 

이 연구원은 "지주사의 자금 부담을 줄이는 동시에 대규모 펀드 조성을 통해 그룹의 미래 성장동력에 대한 투자 기회가 확대되고 이는 자본 효율성을 제고하는 효과로도 이어질 것이다"고 전했다. 

 

재계에서는 금산분리 규제가 첨단산업 투자 촉진의 걸림돌이라며 꾸준히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왔다.

 

홍대식 서강대 교수는 지난해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회관에서 열린 '첨단산업 국가전략 세미나'에서 "지주사의 CVC가 설립한 펀드의 외부자금이 40%를 넘는 상황에서 금융기관의 사금고화 가능성은 낮다"며 "지주사 보유 CVC에 대한 제한, 특히 외부자금과 해외투자 비중에 대한 제한을 좀 더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지난달 10일 이 대통령이 연 국민성장펀드 보고대회에서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은 "금산분리 제도를 바꿔주면 저도 1조원까지 펀드를 키울 수 있다. 대기업이 후배들을 양성하면 성공 확률이 가장 크다"고 밝히기도 했다.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도 "CVC를 금산분리로 묶어놓은 곳은 한국뿐일 것"이라며 "CVC를 금산분리에서 제외하면, 셀트리온이 투자를 5000만원 할 경우 은행은 5억원을 할 수 있다"고 밝혔다. EP

 

cmk@economicpost.co.kr

이코노믹포스트 최민경 취재부 기자입니다.

"미래는 타협하지 않는 오늘이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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