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추석 ‘실종’···물가 폭등에 장마당 발길도 줄어

차례상에 최소 50만원...엄두도 못내
돼지고기 작년보다 3배 올라 10만원
사과, 배 1.5배- 소시지도 2배나 올라

양승진 북한 전문기자 | 기사입력 2025/10/04 [06:38]

北 추석 ‘실종’···물가 폭등에 장마당 발길도 줄어

차례상에 최소 50만원...엄두도 못내
돼지고기 작년보다 3배 올라 10만원
사과, 배 1.5배- 소시지도 2배나 올라

양승진 북한 전문기자 | 입력 : 2025/10/04 [06:38]

북한도 추석이 코앞이지만 물가폭등으로 장마당이 썰렁하다는 소식이다. 사진=웨이보

【이코노믹포스트=양승진 북한 전문기자】 북한도 추석이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장마당을 찾는 주민들의 발길이 크게 줄었다. 

예년 같으면 장마당이 붐볐으나 올해는 물가 폭등에 주민들의 소비 심리가 크게 위축돼 상인들도 명절 대목을 기대하기 어려운 눈치다.

북한 전문 매체 데일리NK는 4일 양강도 소식통을 인용해 “추석이 다가오면 장마당에 발 디딜 틈이 없는데 올해는 그 어느 때보다 썰렁해 명절다운 분위기를 찾아보기 힘들다”며 “차례 준비에 최소 50만원은 필요하다 보니 장마당에 사람이 없고 있어도 가격만 묻고 돌아선다”고 전했다.

그는 “추석에 차례상을 제대로 차리지 않으면 조상들이 노여움을 품어 집에 불운이 따른다고 믿기 때문에 여기(북한)서는 어느 집이나 정성을 다해 차례를 지내려 한다”면서 “그런데 올해는 장마당 물가가 너무 올라 차례상을 준비할 여력이 되지 않는 집들이 너무 많다”고 말했다.

실제로 북한 주민들은 매년 추석 명절에 햇곡식으로 만든 떡과 고기, 생선, 과일, 부침개, 당과류 등을 준비해 조상들에게 차례를 지내왔다. 그러나 올해는 크게 오른 물가에 제사 음식을 마련하는 것 자체가 버거운 상황이다.

소식통에 따르면 현재 혜산시 장마당의 돼지고기 1㎏ 가격은 약 10만원(북한 돈)으로 3만 5000원 수준이던 지난해보다 3배 가까이 뛰었다.

사과와 배는 1㎏에 각각 1만5000원, 2만1000원으로 지난해에 비해 1.5배 올랐으며 수입산은 이보다 더 비싼 가격에 거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차례상에 자주 오르는 수입산 칼파스(소시지)도 개당 도매가 4700원, 소매가 5000원으로 지난해보다 2배 가까이 상승했다.

이런 형편에 올해는 명절을 앞둔 장마당 경기가 전반적으로 부진하다는 지적이다. 

통상 추석 즈음해서 장마당 거래가 활발해지고 상인들도 이때만큼은 큰 수익을 올릴 수 있어 얼굴에 웃음이 떠나질 않았는데, 갈수록 경제난이 심화하면서 이런 풍경은 찾아보기 힘들어졌다는 설명이다.

혜산시의 한 장마당에서 오랫동안 육류를 취급해 온 한 상인은 “명절이면 고정 손님들만 찾아와도 고기가 없어 팔지 못할 정도로 장사가 정말 잘됐다. 그래서 평소보다 가격을 조금 올려 팔아도 수익이 크게 남았다”며 “그런데 지금은 발길이 줄어 고기도 팔지 못하고 보관비만 들어가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이 상인은 “예전에는 돼지고기가 1만5000원, 2만원만 해도 비싸다고 했는데 10만원 선으로 올랐으니 더이상 무슨 설명이 필요하냐”고 토로했다.

다만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주민들은 상황이 다르다. 소위 ‘돈 있는’ 주민들은 수입 식료품이나 과일 등을 구해 풍족한 차례상을 마련하는 데 여념이 없다는 전언이다.

소식통은 “혜산세관과 압록강 비공식 경로를 통해 중국에서 각종 식료품과 과일이 반입되고 있고, 돈 있는 주민들은 무역업자들을 통해 이를 구매하고 있어 일반 주민들과 사정이 확연히 다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같은 추석을 맞이해도 누구는 비싼 수입산으로 차례상을 차리는데 누구는 아예 상차림 할 생각도못할 정도”라며 “명절 차례상에서조차 빈부격차가 뚜렷하게 드러나는 현실은 오랫동안 ‘평등한 사회’를 강조해 온 국가의 이념적 기반 자체를 흔들고 있다”고 했다. EP

ysj@economicpost.co.kr

이코노믹포스트 양승진 북한전문 기자입니다. 좀 더 내밀한 북한 소식의 전령을 추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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