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협박에 USMCA 존폐 기로

벼랑 끝 전술에도 '당장 폐기는 없다'···10년 연장전 돌입
"의회 승인 없는 독자 탈퇴는 불법"···법적 공방 예고

조명애 워싱턴 에디터 | 기사입력 2026/07/02 [06:23]

트럼프 협박에 USMCA 존폐 기로

벼랑 끝 전술에도 '당장 폐기는 없다'···10년 연장전 돌입
"의회 승인 없는 독자 탈퇴는 불법"···법적 공방 예고

조명애 워싱턴 에디터 | 입력 : 2026/07/02 [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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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026년 6월 18일 워싱턴 D.C. 백악관 이스트 룸에서 열린 명예훈장 수여식에서 연설하고 있다. UPI   

【이코노믹포스트=조명애 워싱턴 에디터·불문학 박사】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과거 ‘역사상 가장 공정하고 유익한 무역협정’이라 극찬했던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이 존폐 기로에 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협정 폐기까지 시사하며 압박에 나섰지만, 전문가들은 실제 탈퇴에 따른 경제적 파국과 법적 걸림돌 때문에 실현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우리는 캐나다나 멕시코가 가진 그 어떤 것도 필요하지 않지만, 그들은 우리가 가진 모든 것을 필요로 한다. 그들은 우리를 더 잘 대우해야 한다."

지난달 트럼프 대통령이 USMCA 갱신을 거부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며 던진 일갈이다. 6년 전 본인의 주도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대체하며 출범시킨 USMCA를 이제는 스스로 폐기할 수 있다고 으름장을 놓은 것이다.

하지만 호언장담과 달리 상황은 그리 간단하지 않다.

1일(현지시간) 트럼프 행정부는 멕시코·캐나다 무역 지도자들과 화상 회의를 진행했으나 결국 합의에 실패했다고 제이미슨 그리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밝혔다. 6년마다 협정을 검토해 갱신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규정에 따라 이번에 담판을 시도했으나 불발된 것이다.

협상이 결렬되었다고 해서 USMCA가 당장 효력을 잃는 것은 아니다. 협정 조건에 따라 현재의 관세 면제 등 현상(Status Quo)은 그대로 유지되며, 향후 10년 동안 매년 다시 만나 협상을 이어가야 한다.

미 정부 고위 관계자들은 무역 적자를 줄이기 위해 양자 간 협상을 지속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 같은 장기 무역 분쟁이 경제에 미칠 부작용을 우려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협정 자체를 완전히 탈퇴하는 '옵션'을 쓸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협정 규정상 탈퇴 효력은 통보 후 최소 6개월이 지나야 발생한다.

더 큰 문제는 대통령 독단으로 의회 승인 없이 무역협정을 폐기할 권한이 있느냐는 점이다. 이미 지난 2020년 미 상원 재무위원회는 보고서를 통해 "미국은 의회가 승인한 무역협정에서 의회의 동의 없이 탈퇴할 수 없다"고 선을 그은 바 있다.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강행할 경우 극심한 법적 공방에 휘말려 프로세스가 더욱 길어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반(反)트럼프 진영과 경제학자들 역시 미국이 짊어져야 할 리스크가 너무 크기 때문에 실제 탈퇴로 이어지진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연간 약 2조 달러에 달하는 3국간 교역이 마비되면 당장 자동차 산업 등의 공급망이 무너지고, 이는 곧 주가 폭락과 물가 상승, 생필품 부족 사태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정치적 타이밍도 트럼프 대통령에게 불리하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의 마이클 피어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보고서에서 "최근 가스 가격 상승 등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이 압박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중간선거를 앞두고 옵션을 발동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분석했다.

특히 미 중서부의 핵심 경합주(Swing State)들이 북미 무역과 투자에 크게 의존하고 있어, 전면 탈퇴 시 치러야 할 정치적 비용이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크다는 분석이다.

결국 '협정 폐기'를 무기로 이웃 국가들을 압박해 더 많은 양보를 얻어내려는 트럼프식 '거래의 기술'이, 이번에는 미국의 경제적 문제와 법적 테두리라는 단단한 벽에 부딪힌 형국이다. E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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