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사우디에 핵확산 길 열어줬다

‘원자력 협정’ 전격 승인··· “중동 핵무장 문턱 낮출 것” 우려
사찰 의무인 ‘골드 표준’ 미적용···관련국 반발로 국제적 파장

조명애 워싱턴 에디터 | 기사입력 2026/07/23 [06:05]

트럼프, 사우디에 핵확산 길 열어줬다

‘원자력 협정’ 전격 승인··· “중동 핵무장 문턱 낮출 것” 우려
사찰 의무인 ‘골드 표준’ 미적용···관련국 반발로 국제적 파장

조명애 워싱턴 에디터 | 입력 : 2026/07/23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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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믹포스트=조명애 워싱턴 에디터·불문학 박사】 트럼프 대통령이 사우디아라비아의 자체 우라늄 농축 가능성을 열어두는 민간 원자력 협정을 전격 승인했다고 CNN이 22일(현지시간) 미국 정부 당국자 및 소통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번 협정은 국제사회의 엄격한 감시 기준인 이른바 '골드 표준(Gold Standard)'을 적용하지 않고 체결되어, 미국 내 의회는 물론 중동 정세에 거센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에너지부(DOE)는 이날 오후 해당 협정에 대한 서명이 완료되었음을 공식 발표했다. 미국 원자력법에 따른 이른바 ‘123 협정(123 Agreement)’ 형태의 이번 합의는 30년간 유지되며, 미국 원전 기업들이 사우디의 원자력 프로그램 구축을 위해 기술과 전문성을 제공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사우디 영토 내 우라늄 농축은 미국-사우디 합동 팀이 상업적 타당성 및 정당성을 사전 검토한 후 추진된다. 해당 시설은 민감 기술을 사우디에 직접 이전하지 않고 미국 측이 직접 건설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에 따르면, 사우디는 향후 10년간 독자적인 농축 기술을 개발하거나 제3국으로부터 이를 구매하는 것이 금지된다. 에너지부는 이번 협정이 "수십 년간 수십억 달러 규모의 파트너십의 시작"이라며 미국 내 고임금 일자리 창출과 원전 산업 복원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가장 큰 논란이 되는 대목은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강력한 감시 체계인 ‘추가협정서(Additional Protocol)’ 비준 의무가 면제되었다는 점이다. 과거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는 미국과 협정 체결 당시 우라늄 농축 및 재처리를 전면 포기하고 강도 높은 사찰을 수용하는 ‘골드 표준’을 따랐다. 반면 사우디는 성지 메카나 왕궁에 외국 사찰단이 들어올 수 있다는 이유로 이 협정서 서명을 강력히 거부해 왔다.

대신 이번 협정에는 모델 프로토콜과 유사하지만 사우디 측이 반대해 온 독소 조항을 제외한 ‘양자 담보 협정’이 포함됐다. 크리스 라이트 에너지부 장관은 "이번 협정이 최고의 원자력 안전과 비확산 기준을 준수한다"고 강조했으나, 미국 의회와 비확산 전문가들의 반발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 협정은 이제 의회의 필수 검토 과정을 거치게 되며, 하원과 상원이 각각 거부 결의안을 통과시킬 경우 무산될 수도 있다.

민주당 에드 마키 상원의원은 "사우디의 핵확산을 허용하고 중동 지역의 군비 경쟁에 불을 지피는 행위"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비확산정책교육센터(NPEC)의 헨리 소콜스키 소장 역시 "UAE, 튀르키예, 이집트 등 주변국에 나쁜 선례를 남겨 중동 전체의 핵무장 문턱을 낮출 것"이라고 우려했다.

CNN은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이나 러시아가 사우디 원전 시장을 선점하는 것을 막고 미국 중심의 영향력을 유지하기 위해 이번 협정을 전격 추진했으나, 미 의회 심의 과정에서 치열한 정쟁이 벌어질 것이라고 전했다. E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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