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배당 전쟁] ‘금융당국 vs 금융지주’ 이견차 좁혀지나

입장 차이 명확…‘경제 불확실성’vs ‘주주가치 훼손’

김지혜 기자 | 기사입력 2020/12/10 [11:14]

[연말배당 전쟁] ‘금융당국 vs 금융지주’ 이견차 좁혀지나

입장 차이 명확…‘경제 불확실성’vs ‘주주가치 훼손’

김지혜 기자 | 입력 : 2020/12/10 [11:14]

 금융감독원은 최근 금융지주·은행의 연말 배당을 일시적으로 축소하는 방안에 대해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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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믹포스트=김지혜 기자] 금융감독원과 금융지주사 간 연말 배당을 둘러싼 입장 차이에 관심이 쏠린다. 금융당국은 재차 배당 자제를 권고한 반면, 금융지주사들은 주주가치 제고라는 명분 사이 고심이 깊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엇갈린 입장차를 과연 어떻게 극복해낼지 업계 이목이 쏠린다.

 

◇ 배당 축소안 협의 중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최근 금융지주·은행의 연말 배당을 일시적으로 축소하는 방안에 대해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금감원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가 확산됐던 지난 4월 이미 금융지주와 은행 등에 배당 자제를 권고한 바 있다. 당시 윤석헌 금감원장은 은행권에 주주 배당과 성과급 지급 중단 등을 권고하며 이 같은 움직임에 동참해줄 것을 당부했다.

 

미국과 영국 등 해외서도 코로나 직격탄으로 인해 금융권의 배당을 제한하는 분위기인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연말까지 자사주 매입을 중단하며 배당금을 종전 수준 이하로 동결 주문했으며, 영국 건전성감독청의 경우 은행에 배당 전면금지 조치를 내렸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주주 배당보다는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에 대한 금융지원 및 건전성 관리에 더 집중할 것을 금융지주사들에 권고하고 있다. 지난 10월까진 코로나19가 비교적 완화되는 분위기 속에 금융지주사들의 3·4분기 실적 또한 양호했다. 따라 배당에 무게가 실리면서 주주 기대감도 높아진 게 사실이다. 문제는 최근 코로나19가 재확산되면서 주주 배당에 대한 금융당국 압박이 거세지고 있다는 점이다.

 

금융지주사들은 배당과 관련한 금융당국의 방침에 일부 공감을 하면서도 전면 받아들이기엔 곤란한 모습이다. 사진=김지혜 기자



◇ 배당 제한 “아이러니”

 

이와 관련 금융지주사들은 배당과 관련한 금융당국의 방침에 일부 공감을 하면서도 전면 받아들이기엔 곤란한 모습이다. 특히 코로나19에도 양호한 실적을 바탕으로 한 ‘주주가치 제고’라는 명분도 무시할 수 없다. 게다가 현실적으로 배당 제한에 나설 경우 주가 하락으로 주주가치를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지난 3분기 KB금융과 신한금융는 각각 1조1,666억 원, 1조1,447억 원 순익을 올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4.1%, 16.6% 증가했다. 하나금융은 순이익 7,601억 원을 기록해 전년동기 대비 9.1% 감소했다. 다만 누적 기준 2조1,061억 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3.2% 증가했다. 우리금융의 순이익은 4,798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3% 감소했다. 충당금 증가로 저조한 실적을 거뒀던 지난 2분기 순이익 1,423억 원에 비해서는 양호했다.

 

아울러 금융지주사들은 코로나19 대비 충당금을 상당 부분 쌓아놓은 상황이다. 하나금융지주는 지난 7월 코로나19 사태 대비를 위해 대손충당금을 2,000억 원 넘게 쌓았음에도 이익이 증가하면서 손실흡수 능력이 충분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지난해와 같은 수준(500원)의 중간배당을 실시하기도 했다.

 

한 금융지주사 관계자는 “코로나19와 당국의 입장을 주시해야 하는 상황임에도 주식회사인 만큼 주주들에게 책임을 다 하는 모습도 필요하다”면서 “수익성이 양호했고 충당금도 충분한 상황에서 배당을 자제하게 되면 주가는 떨어질 수 있다. 외부적으로 처한 현실 등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최근 ‘금융주 연말배당 축소를 반대한다’는 내용의 국민청원이 올라와 주목받았다. 청원인은 이 글에서 “대한민국은 자유경제 시장”이라며 “올해 금융권 모두 양호한 경영실적을 기록했고 주주가치를 훼손할 권리는 그 누구에게도 없다”고 했다. 배당이 제한될 경우 주주 반발이 커질 수 있음을 방증하는 대목이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올해 전반적으로 실적이 양호한 금융지주들이 배당을 급격하게 줄인다면 투자자 반발이 거세질 수도 있다”라면서 “증권업계에서도 금융지주사들이 배당을 줄인다면 주가 하락은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연말 배당은 주주 입장에선 매우 중요한 사안이기 때문에 금감원은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E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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