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기우제 유감

주장환 논설위원 | 기사입력 2022/11/29 [08:16]

[칼럼] 기우제 유감

주장환 논설위원 | 입력 : 2022/11/29 [08:16]

 

[이코노믹포스트=주장환 논설위원] 기우제는 남미의 인디언부터 중국의 오지까지 전세계적인 기원 행사였다. 성경에도 비가 내리지 않자 엘리야가 갈멜산 정상에 올라가 기도드렸다는 이야기가 있다. 우리나라 왕들도 간혹 기우제를 지낸 적이 있었다. 과거 왕은 바로 하늘의 대리인이었다. 천명설 등을 내세우며 하늘로부터 왕권을 받아 백성을 다스린다는 명분이 그것이다. 그래서 비가 내리지 않으면 ‘부덕의 소치’라며 자세를 낮췄다.

구한말 까지만 해도 기우제를 지내는 경우가 많았다. 일부 지방에서는 1960년대 까지도 이런 풍습이 이어졌다. 고기며 과자 나물과 술 등을 올려놓고 기우제를 지낸 다음, 마을 주민들이 모여서 흥겹게 뛰놀거나 강강술래 등 춤을 추기도 했다. 또 짚으로 용을 만들어서 끌고 다니면 용이 화가 나서 비를 내린다는 미신을 신봉한 지역도 있었다.

용호상박(龍虎相搏)은 용과 호랑이가 싸우는 모습이다. 삼국지에서 해 조조(용)와 마초(호랑이)가 싸운 이야기에서 유래했다는 설이 있다. 그런데 이를 연상해 호랑이의 머리를 잘라 강물에 넣는 풍습이 있었다. 용과 호랑이가 싸워서 비를 내리는 용이 움직이기를 바란 것이다.

기우제 성공률 은 100%라는 우스갯 말이 있다. 비가 올 때까지 지내면 되니까 틀린 말이 아니다. 기우제는 대부분의 마을에서 지냈다. 농사를 지어야 밥을 먹고 사는데 비가 안오면 애가 탈 수 밖에 없다. 동물들을 잡아 신령님께 바치는 기우제부터 죄인들을 방면하는 선심을 베푸는 일까지 있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28일 광주·전남 지역의 가뭄과 관련해 “과거 왕조 시대에도 왕이 모든 국가 자원, 그리고 심지어 백성들까지 소유하고 있는 그 시대에도 기근이 발생하면, 사람으로서 어쩔 수 없는 기근이 발생했다 해도 왕이 책임을 졌다”면서 윤석열 대통령을 비판했다.

인공비도 만드는 과학만능 세상에 기우제 운운하는게 좀 어색할 뿐 아니라 이쯤되면 세상 사 모든게 대통령의 책임이 될 지경이다. 이태원 참사에 이어 가문까지 대통령 책임으로 몰아가 정치적 이득을 보자는 일이라면 참으로 끔찍하다. 더군다나 지금 우리나라의 실제적 권력은 이 대표가 이끄는 야당이 가지고 있다. 대통령은 그저 행정권력만 행사하고 있는게 아닌가. 물론 기우제를 왕(대통령)이 지내는 것은 그만큼 간절하며 정성을 다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이 대표의 말에도 그런 의미가 들어있기 바란다. EP

jjh@economicpost.co.kr

이코노믹포스트 주장환 논설위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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