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포스트=주장환 논설위원] 글쓰기는 인간에게 무엇인가. 이는 동물과 인간을 차별화시키는 독특하고도 고유한 정체성이다. 글쓰기는 인간의 진보를 촉진해 왔고, 새로운 문화혁명을 이끌어냈다. 이는 인간을 가장 가치 있게 만드는 위대한 행위다. 소설가나 시인 등 작가들은 이런 행위를 통해 인류를 한 단계 더 발전시켜 왔다. 호모 사피엔스가 세상을 지배한 것도 글쓰기를 통한 커뮤니케이션을 광범위하게 전파했기 때문이다. 역사를 움직인 다양한 책들의 역할은 그야말로 눈부시다. 이런 책들을 통해 인류는 무지에서 깨어났고 자신의 권리를 획득했으며 자유를 얻었다. 그러나 이제 이런 시대의 종말을 알리는 경고가 시작됐다. 최근 미국 할리우드 작가들이 대본 작성 시 인공지능(AI) 사용 제한을 요구하며 파업에 나섰으며, 일본 연예계에서도 AI가 일자리를 대체하지 않도록 법적 조치를 취해 달라는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미국 영화계는 작가들 대신 AI를 이용해 대본을 만들기 시작했다. 이뿐 아니다. 배경 그림이나 각종 이미지 등도 AI가 대체한다. 당장 작가들의 살 길이 막막해졌다. 미국작가협의회의 요구는 AI를 영화제작에 사용하지 말라는 것이다. 그러나 영화제작자동맹(AMPTP)은 거절하고 있다. 일본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일본 연예종사자협회는 AI가 연예계 및 예술 산업 전반에서 일자리를 대체할 수 있다며, 예술가들의 권리와 생계를 보호하기 위한 법적 조치를 촉구하고 있다. 가수, 배우뿐 아니라 아나운서들까지도 AI가 생성한 대체인(代替人)이 활약하고 있다. 사태의 심각성을 안 미국에서는 바이든 대통령이 최근 구글의 순다르 피차이, 마이크로소프트의 사티아 나델라, 오픈AI의 샘 앨트먼 등 첨단 기술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을 백악관으로 불러 AI의 위험으로부터 대중을 보호할 것을 촉구했다. 이들은 "사회를 보호해야 할 도덕적 의무가 있다"는 경고를 받았다. 이런 분위기는 앞으로 전세계적으로 퍼져 나갈 것이다. 무한해 보이는 인공지능의 잠재력은 통제 불능 상태가 될수 있다는 우려를 불러일으켰지만, 그것이 인류에게 파멸을 알리는 신호가 될 지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다양하다. 사실 인류는 새로운 기술로 늘 변화해 왔다. 진보는 어찌보면 위험이 따른다. 그렇다고 해서 현재에 머물러있을 수 만은 없다. 예를 들어 암을 정복하는 신약의 출현 같은 것은 인류의 이익에 부합된다. 따라서 새 기술의 위험성을 잠재우고 유익한 쪽으로 돌려 공존하는 법을 배우는 게 최선이다. 아무튼 이런저런 식으로 합리화해 봐도, 소설가나 시인 등 작가들의 설 자리가 점점 더 줄어드는 것 같아 씁쓸한 마음이 드는 것은 사실이다. SW jjh@economicpost.co.kr <저작권자 ⓒ 이코노믹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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