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의 오빠 송해, 평전 '나는 딴따라다'.
이코노믹포스트 | 입력 : 2015/04/30 [18:28]
[이코노믹포스트=황영화기자] "제 고향이 황해도에요. 구월산 있는 거기요. 거기 가서 '전국 노래자랑, 고향에 왔습니다!'하면 소원이 없죠."(송해)
대한민국의 역사와 굴곡을 같이한 가수 겸 코미디언 송해(88)는 여전히 '핫'한 콘텐츠다. 최근 기념 공연으로 구순을 앞둔 그를 조명하려는 시도가 있었고 본인 자체로도 KBS 1TV '전국 노래자랑', '송해빅쇼' 등으로 전국을 돌았다.
"개인사를 쓰면서 민족사를 쓸 수 있고, 민족사를 쓰면서 또 대중문화사를 쓸 수 있는 이런 가치 있는 일이 어디 또 있겠어요. 큰 보람을 느꼈어요."(오민석)
시인이자 문학평론가인 오민석 단국대 영어영문학과 교수가 송해를 다시 뜨겁게 만들었다. 1년여의 세월 동안 송해의 그림자를 자처한 끝에 평전을 내놨다. '나는 딴따라다'다.
"제목은 제가 제안했어요. '딴따라'를 불어 '팡파르'와 비슷하다고 봐요. 팡파르는 스타들이 나올 때 하는 거잖아요. 그런 자부심이 있죠. 예전에는 '딴따라'라는 말에 한이 서렸었는데, 지금은 의미가 또 다르잖아요. 후배들에게 자신을 무시하는 이야기가 나오더라도 참고 극복하라는 의미도 전해주고 싶었죠."(송해)
송해는 1927년 황해도에서 태어나 1·4후퇴 때 남한으로 내려온 실향민이다. '송해'라는 예명도 배를 타고 월남하면서 자신의 인생이 '망망대해 위에 떠 있는 것 같다'는 의미에서 지은 이름이다.
"평전 작업 때문에 이야기를 같이 많이 했어요. 고통의 세월을 이야기하면서 서로 많이 울었죠. 같이 우느라 이야기가 중단된 적이 많아요. 선생님이라는 존재에는 웃음과 눈물, 고통과 환희가 동시에 있어요. 두 영역이 겹치는 게 매력이죠."(오민석)
두 사람의 인연은 인사동의 한 골목에서 시작됐다. 친근한 얼굴을 만난 오민석은 송해에게 '아는 어르신'을 만난 듯 인사를 건네고 돌아서는 순간 '아는 어르신'이 아니라 송해라는 사실을 떠올렸다. 그리고 십수년의 세월이 흐른 20년 전 두 사람은 목욕탕에서 헐벗은 채로 다시 만났다. 단골 목욕탕이 같았던 이들은 자연스럽게 술자리로 연을 이었다.
"만나는 사람마다 한 잔씩 해야 재미있잖아요. 인간적인 면을 알게 되면서 더 정이 쌓였죠. 그 덕분에 잊어버렸던 이야기까지 전부 나왔던 거 같아요."(송해)
"만나 뵙게 된 건 우연이었지만 뵙기 전부터 팬이었어요. 평전은 대상에 대한 지극한 애정이 없으면 불가능한 작업이거든요. 그 애정 안에서 비판적 거리를 유지하려 했죠. 매혹과 거리 사이의 긴장이 이 책을 낳았습니다."(오민석)
얼굴 자체가 하나의 상징인 까닭에 책 앞면에 책의 제목을 새기지 않았다. 생존한 인물을 다루는 점, 기존 연대기 위주로 기술되던 평전의 형식을 뒤집어 장면별로 구성한 것이 책의 특징이다.
"기존 평전의 문제점은 포커스가 주로 과거로 간다는 겁니다. 그래서 지루하기도 하죠. 그래서 저는 연대기 순으로 진행하되 중간중간 '지금'이 계속 개입하는 형식을 취했어요. 반은 과거, 반은 현재죠. 현재의 반은 일반인들이 무대에서 볼 수 있는 모습이고 나머지 반은 비하인드 스토리를 담았습니다."(오민석)
"인사말부터 저를 완전히 읽어내신 게 느껴져요. 자주 만나다 보니 체취까지 느꼈겠죠. 이야기가 제 삶의 중반에서 전반으로 가는 등 영화처럼 쓰셨어요. 만약 저를 다룬 영화가 나온다면 제가 출연해야죠. 젊은 시절 역할은 김수현을 시키고요. 껄껄. 상대 여배우도 있어야 하는데…전수현! 아니 전지현이 좋겠군요.(웃음)"
352쪽, 1만3800원, 스튜디오본프리 E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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