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 소액주주들 왜 반발하나.
KCC 주주들 사이서도 불만 목소리 나와.
이코노믹포스트 | 입력 : 2015/06/12 [17:50]
[이코노믹포스트=서재식기자]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을 두고 삼성물산 소액주주들의 반발이 일어난 데 이어 삼성 구원투수로 나선 KCC의 주주들 사이에서도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삼성과 미국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간 싸움에서 KCC가 백기사를 자처하며 삼성물산 자사주를 사들인 건 사실상 배임행위나 다름없다며 주주들 사이에선 KCC 경영진에 대해 법적 대응을 해야 한다는 말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1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KCC는 11일 삼성물산의 보통주 자기주식 899만557주를 장외매매로 주당 7만5000원, 총 6742억 9177만 5000원에 사들였다.
앞서 지난 8일에는 280억원을 들여 삼성물산 주식 0.2%를 장내 매수하기도 했다.
KCC가 엘리엇 등 합병 반대세력과 다음달 17일 열릴 합병 관련 주주총회에서 지분대결을 벌일 삼성을 적극 지원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이다.
하지만 KCC의 움직임에 이 회사 주주들은 불만이 가득한 표정이다.
KCC가 많은 현금을 보유하고 있다고는 하나, 7000억원이나 되는 '빅딜'을 진행하면서 주주들에게 합당한 이유를 설명하지 않아 반발을 사고 있다.
더욱이 시가보다 훨씬 비싼 가격을 지불하면서까지 삼성 측을 도와줄 필요가 있었느냐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삼성물산의 합병에 따른 주식매수청구권 가격은 주당 5만7234원이고, 자사주 매입이 실제 이뤄진 11일 종가 기준으로는 6만9700원이다. 주당 최소 5000원에서 최대 1만8000원 비싸게 사들인 셈이기 때문이다.
유안타증권 최남곤 연구원은 "주주들 입장에서는 회사가 본업을 하지 않고 왜 딴 곳에 돈을 쓰냐고 딴지를 걸 만한 여지는 충분하다"고 말했다.
KCC 주주들의 반발이 예상외로 심한 데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뚜렷한 명분 없이 삼성을 도와준 이후 주가는 계속 떨어지고 있고, 앞으로는 어디까지 더 떨어질지 알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기 때문이다.
KCC의 주가는 10거래일 연속 하락 중이다. 종가 기준 1일 54만2000원에서 12일 48만3000원으로 이 기간 떨어진 주가만 해도 10.9%에 달한다.
또 외국인의 KCC 주식 보유 비율이 삼성물산 자사주 매입 발표 10일 17.29%에서 11일 16.89%로 하루 만에 0.4%포인트가 줄어들었다.
11일 들어 공매도 거래량도 약 17만주로 전일 대비 7배가량 증가했고, 누적 공매도량도 그간 큰 변화가 없다가 하루 만에 약 2만3000주가 늘었다.
이로 인해 공매도가 차지하는 매매비중이 13%까지 치솟은 상태다. 공매도가 이렇듯 짧은 시간 크게 늘어났다는 건 향후 주가가 더 빠질 것으로 보는 투자자가 많다는 증거다.
최 연구원은 "최근 들어 KCC의 주가가 떨어진 데는 삼성물산 자사주 매입이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며 "지난해 현대차가 한국전력 부지를 산 뒤 주가가 크게 하락한 것과 유사한 상황"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앞으로가 더 문제다.
KCC 주가는 현재 52주 신저가 경신을 목전에 두고 있다. 종전 최저가는 47만1000원이지만 12일 종가 48만3000원, 장중 최저 46만7500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최 연구원도 "주주들 입장에서는 거버넌스(경영)에 대한 의혹을 제기할 수밖에 없고, 그렇기 때문에 한동안은 주가가 더 빠질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하기도 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각종 주식 관련 커뮤니티에 활동 중인 주주들 사이에선 삼성물산의 자사주 매입을 결정한 경영진에게 배임죄를 물어야하는 것 아니냐는 성토가 줄을 잇기 시작했다.
한 누리꾼은 "상장회사가 완전 개인회사냐"며 "정몽진 회장을 배임으로 고소합시다"는 글을 남겨 분노를 표출했다.
또 다른 누리꾼은 "더러운 판단에 죽는 건 개인뿐"이라며 "주주가치를 훼손하는 사람들을 처벌할 방법은 없는가"라는 한탄을 늘어놓기도 했다.
일부에선 삼성물산처럼 소액주주 모임을 만들어 본격적 단체 행동에 나서야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한 주주는 "회사가 자사주를 매입하던지 주가를 회복시키지 않으면 소액주주협의회를 만들어 법원으로 가는 수밖에 없겠다"고 회사 측에 경고성 메시지를 남겼다.
KCC가 과거 삼성에버랜드 주식을 사들여 2조원, 한라그룹을 도와 5000억원의 이익을 낸 경우가 있어 이번 결정에 대해 실제 배임죄를 물을 수 있는 여지가 크지는 않지만, 논란거리는 충분하다는 평가다.
최 연구원은 "과거 KCC가 이번과 비슷한 결정으로 이득을 본 전력이 있기 때문에 이번 일은 딱 잘라 배임이라고 할 수도, 또한 아니라고도 할 수 없는 부분"이라면서도 "분명 논란거리가 될 만한 결정인 건 맞다"고 말했다. E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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