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인터뷰]정주환 '카카오택시' 부사장
"생활 불편 모바일로 해결하는 것이 사업 목표"
이코노믹포스트 | 입력 : 2016/02/26 [14:17]
[이코노믹포스트=한지연기자] "해외에서도 카카오택시 진출 문의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미국에서 진출 문의가 들어온 데 이어 다른 나라에서도 제안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콜비로 당장 수익을 낼 생각은 없고 올해는 지난 1년간 쌓인 승차 데이터를 바탕으로 품질 향상에 주력할 계획입니다. 궁극적으로 생활의 불편함을 모바일로 해소하는 생태계를 만들고 싶습니다."
정주환(38) 카카오 부사장 겸 최고사업책임자(CBO)가 전 세계를 대상으로 카카오택시 성공 사례를 널리 알렸다. 정 부사장은 25일 오전 11시(현지시각)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세계 최대 모바일·전시회 'MWC 2016'에서 강연을 통해 전 세계 정보통신기술(ICT) 관계자들에게 카카오택시를 소개했다.
정 부사장은 SK커뮤니케이션즈와 네오위즈게임즈를 거쳐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기업 써니로프트를 창업, 경영하다가 지난 2013년 카카오의 써니로프트 인수와 함께 카카오에 합류했다. 카카오에서 카카오택시 기획부터 출시까지 전 과정을 이끌었다.
MWC에서 정 부사장의 강연 주제는 '개인 맞춤화와 온디맨드 서비스'(Personalization and the On-demand Economy)'였다. 정 부사장은 기업 카카오 소개, 카카오택시 개발 과정과 성과 등을 밝혔다.
정 부사장은 "일상의 불편함을 모바일로 해결하기 위해 사람들의 생활을 관찰하다가 이동에 주목했다"며 "출퇴근이나 등하교 등 일상생활에서 많은 시간을 차지하는 이동을 편리하게 하자는 취지에서 카카오택시를 출시하고, 내비게이션 기업 김기사를 인수했다"고 설명했다.
정 부사장은 현재 대리운전 서비스 '카카오 드라이버'와 미용실 예약 앱 '카카오 헤어샵' 상반기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카카오택시는 이달 출시 1년을 맞았다. 카카오택시는 지난해 2월 13일 기사용 앱으로 처음 모습을 드러냈다. 같은 해 3월 31일 이용자 앱 출시와 함께 도로를 달리기 시작했다.
카카오택시는 출시 10개월 만에 20만명 이상의 기사 회원 확보, 하루 70만건 호출 수, 누적 7200만건의 호출 수를 기록하며 순항하고 있다. 하지만 카카오택시가 성장하면서 원조 콜택시 앱 '리모택시' 등 중소기업이 사업을 접었다. 카카오택시의 파생 서비스인 카카오 드라이버가 대리운전업계의 뜨거운 이슈인 점도 극복할 과제다.
카카오는 카카오택시 출시 노하우를 바탕으로 지난해 11월 국내 첫 고급택시 '카카오택시 블랙'을 선보이기도 했다.
MWC 강연에 앞서 정 부사장을 따로 만나 강연 소감과 카카오택시의 성과, 앞으로의 사업 계획을 들어봤다.
다음은 정 부사장과의 일문일답.
-카카오택시가 출시 1년을 맞았다. 1년간 축적한 빅데이터는 어떻게 활용할 계획인가.
"벌써 1년이라니 실감이 나지 않는다. 1년 전 서비스를 시작할 때는 택시 수요를 예측 결과가 실제 상황과 달라 시행착오를 많이 겪었다. 1년, 한 바퀴를 돌고 나니까 장마철 택시 이용 형태는 어떻고, 12월 송년회 시즌에는 어떻게 준비를 해야 하는지 윤곽이 잡혔다. '예측'이 아닌 '실질 빅 데이터'를 바탕으로 움직일 수 있게 됐고 이를 카카오택시 품질 강화와 새로운 서비스 개발에 참고할 계획이다."
-카카오택시가 이렇게까지 큰 반응을 얻을 줄 알았나.
"초반에는 성공을 크게 기대하지 않았다. 시작도 하기 전에 큰 성공을 낙관하는 것은 조심스럽지 않은가. 결과적으로 카카오택시에 대한 반응은 기대 이상이었다."
-카카오택시를 운영하며 어려웠던 점은.
"이용자가 급격히 늘어나자 카카오택시 서버가 출시 3일째 잠시 멈추는 일이 벌어졌다. 다행히 이용자가 많지 않은 낮이라서 큰 문제로 확대되지 않았지만, 수요를 잘 예측해야 한다고 절실히 느꼈다. 카카오택시 출시 시점에는 팀원이 10명밖에 없었다. 지금은 4배 이상으로 늘어났다. 사업이 확대되는 만큼 이용자들의 개선 아이디어를 꾸준히 반영하면서 카카오택시팀 인원도 늘리고 있다."
-카카오택시의 올해 목표는.
"지난 1년이 배우는 해였다면 올해는 1년간 쌓인 데이터를 바탕으로 품질을 높일 계획이다. 이용자가 더 편리하고, 기사가 더 편리하게 이용하는 서비스를 만들도록 집중하겠다."
-카카오택시 미국 진출설이 나왔다. 외국 진출은 확정됐나.
"제안은 계속 들어오고 있다. 미국의 한 택시회사에서 먼저 연락이 왔고 다른 나라에서도 문의가 오고 있다. 지난해에는 국내 시장에 집중하는 상황이었다. 올해부터는 어떤 기회들이 있을지 볼 것이다."
-어떤 나라에서, 어떤 기업들이 러브콜을 보내고 있나.
"우버에서 위기감을 느끼는 전통 택시 회사들로부터 연락이 온다. 카카오택시는 택시 면허 보유자만 운행할 수 있어 우버의 대항마를 찾는 외국 택시 사업자들이 많다."(외국에서 우버 택시는 택시 면허가 없어도 모바일 콜을 받아 자신의 승용차로 택시 영업을 할 수 있다. 국내에서는 이런 영업행위가 불법이다.)
-카카오택시는 콜비가 없다. 유료화 모델인 고급택시 '카카오택시 블랙'이 있지만, 카카오택시만큼 이용이 활발하지는 않다. 카카오택시의 수익 모델은 무엇인가.
"많은 분이 '언제 어떻게 돈을 벌 것이냐'라는 질문을 던진다. 당장 수익을 내려면 수수료와 콜비를 받으면 되겠지만 아직은 아니다. 아예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서 수익을 나눠 갖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카카오택시는 운전자와 승객을 연결하는 본질에 집중하고,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노력해야 할 때다. 카카오톡이 카카오 게임 등으로 돈을 벌지만 '메시지 소통'이라는 본질에 집중한다. 카톡 메시지 하나 보낼 때마다 광고 팝업창이 나타나면 이용자들이 다 떠나지 않겠는가. 오히려 본질 안에서 부가가치가 일어난다. 구체적인 방향에 대해서는 계속 고민하고 있다."
-상반기 출시되는 대리운전 앱 '카카오 드라이버'와 미용실 예약 앱 '카카오 헤어샵'의 골목상권 침해 논란이 거세다. 어떻게 소통하고 대응하고 있는가.
"구체적으로 말씀드리긴 어렵지만 현재 진행 중이다. 올해 더욱 적극적으로 더 많은 중소기업·스타트업과 협력관계를 만들겠다. 카카오가 '우리가 골목상권을 침해하는 것 아니에요. 상생을 추구하는 겁니다'라고 말하는 것보다는 실질적인 모습을 보이는 게 더욱 중요하다."
-기존 대리운전 사업자들의 카카오 드라이버 반대가 특히 거센데.
"갈등을 빚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실생활의 불편함을 모바일로 해소하자는 것을 강조한다. 대리운전업계는 구조화된 영역이 아니다. 대리운전 사업자 간 갈등도 심하고, 수수료율이나 업무환경이 체계적이지 못하다. 카카오 드라이버는 업체들 나름의 고충, 기사 나름의 고통을 낮추는 관점으로 접근한다. 예를 들어 수동 차량 소유자에게는 1종 보통 면허 소유자의 기사를 연결하고, 앱에서 대리운전비를 정해서 흥정 단계를 없애는 식이다."
-미용실 예약 앱 '카카오 헤어샵' 출시도 진두지휘하고 있는데 영세 미용업자들의 불안감이 크다. 미용실 사업 진출은 지나치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 사업도 경쟁이 아닌 협력을 지향한다. 동네 미용실들이 고객들과 더 잘 연결되게 하는 것이 목표다. 미용실에 갈 때 예약한 시간에 손님이 나타나지 않는 '노쇼(No Show)' 고충이 크다. 카카오 헤어숍으로 원하는 서비스를 선택하고 선결제하면 노쇼를 줄일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손님과 미용사 모두 윈-윈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유사한 영역의 스타트업이 많은데 시장 점유율 다툼보다 협력할 부분을 모색하겠다."
-새롭게 구상하는 사업 아이템은 무엇인가.
"다양한 분야를 검토하고 있다. 중국 시장도 참고를 많이 한다. 중국은 우리보다 모바일 전체 영역에서 3년 정도 앞서 있다고 생각한다. 아까 말씀드렸다시피 일상생활의 불편함을 모바일로 해결할 수 있는 분야가 모든 대상이다. 이미 다양한 영역에 스타트업이 진출해있지만, 전국적인 커버리지를 못 갖는 경우가 많다. 카카오가 그런 부분을 같이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협력 상생 모델이 될 것이다."
◇ 약력 ▲1978년생 ▲서울대 기계항공공학 학·석사 ▲2004년 SK커뮤니케이션즈 신규 사업 담당 ▲2008년 네오위즈게임즈 게임사업 팀장 ▲2010년 넥스알 사업총괄이사 ▲2011년 써니로프트 대표 ▲2013년 카카오 신규 사업팀 팀장 ▲2014년 카카오택시TF 팀장 ▲2015년 카카오 최고비즈니스책임자(CBO). E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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