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포스트=박재경기자] 2008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미국 프린스턴대 명예교수가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에게 내년으로 예정돼 있는 소비세 증세(8%->10%)를 연기할 것을 제언했다.
23일 도쿄신문, NHK 등 일본 언론 보도에 따르면, 크루그먼 교수는 22일 도쿄 총리관저에서 열린 국제금융경제분석회의 제3차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아직 일본은 디플레이션이라는 환경에서 벗어날 로켓의 속도를 갖추지 못했다"면서 "지금 소비세 증세를 해서는 안 된다"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 16일 제1차 회의에서는 2001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지프 스티글리츠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가 증세 연기를 제언했다.
아베 총리는 지난 16일부터 3회에 걸쳐 세계적인 경제 석학들 및 일본 경제정책자들과 국제금융경제분석회의를 열었다. 아베 총리는 이번 회의가 오는 5월 이세시마(伊勢·志摩)에서 열리는 선진 7개국(G7) 정상회의 의장국으로서 세계경제의 안정을 위한 논의를 하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그것은 표면적인 이유로 보이며, 실질적으로는 세계 경제 석학들의 입을 빌려 소비 증세를 연기하기 위한 근거를 마련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경제 석학들이 전문가적인 이유를 들어 "증세할 때가 아니다"라는 의견을 내놓으면, 아베 총리는 이것을 근거 삼아 '증세 보류'카드를 빼들 수 있기 때문이다.
아베 총리는 그간 소비세 증세를 예정대로(2017년 4월) 실시할 것이라고 주창해 왔지만, 일본 정계에서는 그가 증세 보류를 실시할 공산이 크다고 보고 있다. 소비세 증세를 보류해 민심 이반을 막은 후, 중의원을 해산한 후 오는 7월 중참 양원 동시선거를 치르면 여권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크루그먼 교수는 재작년에도 아베 총리의 소비세 증세 보류에 기여한 바 있다. 그는 재작년 총리 관저에서 아베 총리를 만나 "아베노믹스를 지지하지만, 소비세 인상은 신중해야 한다"면서 증세 보류를 제안, 아베 총리는 2015년 10월 소비세 인상을 2017년 4월로 연기했다.
또한 지난 22일 요미우리 신문 보도에 따르면, 정부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최근 요미우리와의 인터뷰에서 소비세율 인상에 관해 "소비세를 인상해 세수가 줄어들게 된다면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 소비세 인상 연기안에 힘이 실리고 있다. E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