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 위기를 기회로 삼아라

이코노믹포스트 | 기사입력 2016/07/14 [10:32]

브렉시트 위기를 기회로 삼아라

이코노믹포스트 | 입력 : 2016/07/14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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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믹포스트=황채원기자]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결정으로 전 세계 금융시장의 관심이 유럽회원국과 미국 등 주요 선진시장에 쏠리고 있는 가운데 한동안 잠잠했던 신흥시장(Emerging Market)이 재조명을 받고 있다.

일반적으로 대규모 변수가 글로벌 시장을 휩쓸 경우 자금이 안전자산에 몰리면서 변동성이 강한 신흥시장에는 악재로 받아들여지면서 통화가치와 증시 폭락으로 이어지곤 한다. 이번 '브렉시트' 충격도 예외는 아니었다.

남미 최대 시장인 브라질의 이보베스파 지수는 23일 브렉시트 국민투표가 치러진 직후 2거래일 동안 4.49%나 폭락했다.

아프리카 경제를 이끌고 있는 남아공(JALSH 지수)과 아시아 성장세를 중국과 함께 주도하고 있는 인도의 JALSH와 SENSEX도 같은 기간 각각 6.52%, 2.22% 급락했다.

하지만 막상 영국의 FTSE100 지수와 미국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도 같은 기간 각각 5.61%, 5.34% 떨어진 것과 비교하면 브렉시트가 신흥시장에 더 큰 충격을 줬다고 하기는 힘들다.

또한 지난 12일 S&P500이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브렉시트 충격이 다소 완화됐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신흥시장 증시도 비슷한 수준의 반등 랠리를 기록하고 있다. 브라질 이보베스파 지수는 이날 5만4256.41을 기록해 23일보다 오히려 5.23% 올랐으며, 인도 SENSEX 지수도 브렉시트 투표 결과가 나오기 전보다 2.98%나 웃돌았다.

다만 미국 뉴욕증시의 상승 랠리가 고용지표 호조 외에는 뚜렷한 펀더멘털(기초 경제여건)이 부실하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는 반면 신흥시장은 브렉시트를 발판으로 삼아 회복세가 강해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성장둔화로 고전하고 있는 선진국을 구해낼 것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선진시장 계속 흔들 '브렉시트'…신흥시장, 진앙점에서 멀다

11일(현지시간) 나스닥은 브렉시트의 1차 지진은 일단락난 것으로 보이지만, 아직 미국과 영국 같은 선진시장은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협상 등 여전히 많은 불확실성이 남아있다고 분석했다.

미국 시장에도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와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격돌할 대선을 앞두고 있으므로 대규모 변수가 남아있다.

반면 신흥시장은 지난 3년간 중국의 성장 둔화 등으로 어려운 시기를 겪었지만, 현재 상태의 선진시장에 비하면 변동성이 적다고 나스닥은 설명했다. 즉 상대적으로 안전해진 신흥시장에 자금이 유입되기 시작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도 신흥시장에는 브렉시트가 오히려 전화위복의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신흥시장은 영국이나 유럽시장보다 미국 시장과 더 밀접하게 움직이는 가운데 브렉시트 충격으로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인상 계획이 지연된 것이 대규모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아울러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인 양적완화 기조가 유지되면서 풍부한 자금이 다시 신흥시장으로 유입되는 수해를 입을 수 있다.

GAM홀딩스의 림 러브 영국시장 펀드매니저는 "(브렉시트는) 움츠러들었던 신흥시장 투자자들이 기다려 오던 전환점"이라며 "브렉시트의 첫 번째 충격이 끝난 가운데 신흥시장의 전망은 좋아 보인다"고 말했다.

◇견조한 성장세…선진시장 훌쩍 넘어

13일 FT는 국제금융협회(IIF)의 집계를 인용해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세계 경제 회복세를 주도한 신흥시장이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전 세계 경제가 성장둔화로 고전하고 있는 가운데 신흥시장은 경조한 성장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IIF가 각종 금융시장 변수와 통계, 설문조사 결과 등을 취합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 2분기 신흥시장은 평균 4.7%에 달하는 성장률을 기록했다. 이는 12개월 이동평균치를 훌쩍 넘는 수치이며, 2012~2014년 평균치(4.6%)도 상회했다.

각국 정부 발표 자료를 토대로 집계 신흥시장의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도 4.1%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달 마켓워치가 예상한 미국 경제성장률인 3%와 마르키트와 캐피털이코노믹스 등이 전망한 0.1%의 영국 성장률을 웃도는 수치다.

IIF는 통화와 증시, 원자재 등 "신흥국 경제성장률에 영향을 주는 변수가 견조해지고 있다"며 "현재 회복세가 앞으로도 수개월간 이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MSCI 신흥시장 지수와 JP모건 신흥시장지수, 블룸버그 금속지수 등은 모두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MSCI 신흥시장지수는 연초 대비 24%나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FT는 선진시장의 국채 수익률이 폭락하고 마땅한 투자자산이 줄어들고 있는 가운데 신흥시장이 구원투수로 등극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브렉시트로 무역 재협상 진행…신흥시장엔 절호의 기회

브렉시트 여파로 영국에 원자재 중심의 물품을 수출해온 신흥시장이 새로운 무역협상 기회를 얻게 됐다. 영국은 그동안 EU 단일시장에 대한 관세없는 접근성을 믿고 비회원 국가들과는 다소 유리한 무역 관계를 체결해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국이 EU에서 탈퇴하면서 EU 외(外) 국가들과도 더 포괄적인 무역관계를 맺어야 하는 처지에 빠졌고, 무역대상국들은 이번 기회를 이용해 자신들에게 유리한 계약을 체결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인도 뉴스통신매체인 '프레스 트러스트 오브 인디아'에 따르면 지난 8일 사지드 자비드 영국 기업부 장관은 인도를 방문해 니르말라 사타라만 인도 통상산업부 장관과 비공식 회담을 가졌다. 이들은 브렉시트 이후에 양자무역협정을 논의했다.

영국은 EU 탈퇴로 잃을 무역거래를 만회하기 위해 50개국 이상의 나라와 재협상을 진행할 예정이다.

사타라만 장관은 "재협상은 앞으로 단계별로 차근차근 이뤄지겠지만, 브렉시트 이후에 인도가 영국과 유럽시장에서 더 유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영국이 EU에서 탈퇴하면서 기존 EU 무역 규제로부터 자유로워지는 점이 일부 신흥시장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농축산물의 경우 신흥시장은 선진시장에 비해 규제가 약하기 때문에 EU 시장에 쉽게 수출을 하지 못해왔기 때문이다.

블룸버그 통신은 브라질의 소고기 수출업체인 미네르바를 인용해 영국은 EU 탈퇴로 잃은 수입물량을 충족하기 위해서는 수입문턱을 낮춰야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미네르바의 페르난도 갈레티 데 쿠에이로즈 최고경영자(CEO)는 "EU는 유럽 농부들을 보호하기 위해 다양한 규제를 도입했다"며 "영국이 EU를 탈퇴하는 것은 즉 영국 시장에 진입할 큰 기회라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E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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