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포스트=박재경기자]보수 우파 인터넷 매체 '브레이트바트(Breitbart)'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 시대를 맞아 뉴욕타임스에 버금가는 주류 언론으로 승격할 수 있을까.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은 13일(현지시간) 초대 백악관 수석 고문 및 전략가에 스티브 배넌(62) 선대위 최고경영자(CEO)를 임명했다. 배넌은 브레이트바트를 창업한 사람이다. 지난 8월부터 선거대책회의 최고경영자를 맡아 트럼프를 대통령으로 만든 일등공신으로 꼽힌다.
배넌이 백악관의 요직을 차지하면서 덩달아 브레이트바트의 세력 확장이 점쳐지고 있다. 앞서 브레이트바트는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를 대통령 후보로 예측했던 주류언론과 달리 초반부터 트럼프를 강력히 지지해 왔다.
13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는 브레이트바트가 파리, 베를린, 카이로에 지사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면서 그 중에서도 가장 큰 뉴스룸은 워싱턴이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미디어 비평가들은 배넌의 수석 고문 및 전략가 임명이 자유 언론에 대한 경고가 될 것으로 예측했다. 이들은 브레이트바트가 백악관의 무기가 돼 언론 매체로서 전례 없는 역할을 할 가능성을 갖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전 브레이트바트 대변인 커트 바르델라는 "국영 미디어 그룹에 가까워질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을 위한 사실상의 '슈퍼 팩(super PAC)' 역할을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브레이트바트는 이미 철저히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편에 서고 있다. 선거 다음 날 웹 사이트 메인을 장식한 기사는 트럼프 지지자들의 혐오 범죄 증가를 반박하는 '소셜 미디어 상에서 범람하는 가짜 혐오범죄'였다. 전국에서 벌어지는 반트럼프 시위에 대해서는 "징징거리는 반민주주의자(Anti-Democracy crybabies) 수천 명이 시위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브레이트바트는 선거 기간에 여성혐오, 인종차별, 외국인 배척 등 철저한 극우적 가치를 내세우며 트럼프의 공약을 뒷받침했다. 또 이민자, 흑인 등에 대한 부정적 시각을 심어줄 수 있는 기사를 메인으로 내세워 독자들의 동조를 꾀하며 인기를 얻고 있다.
그러나 편집장 알렉산더 말로는 브레이트바트가 미국판 '프라우다(구 소련시절 공산당 기관지)'가 될 수 있다는 전제를 부정했다. 그는 "우리는 트럼프에 충성하지 않는다. 우리는 독자와 우리가 추구하는 가치에 충성한다"며 "배넌의 역할과는 관계없다"고 선을 그었다.
전통적인 공화당 지지 매체인 폭스뉴스는 브레이트바트가 경쟁 상대조차 되지 못한다고 밝히고 있다. 유명한 기자가 거의 없는 온라인 전용 콘텐츠로는 수천만 가정에 이르는 TV 네트워크를 확보하고 있는 폭스뉴스와 경쟁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통계에 따르면 브레이트바트의 웹 사이트 방문자는 폭스뉴스 사이트 방문자보다 훨씬 적은 수치다. 하지만 소셜 미디어에서의 활약은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소셜 미디어 이용자 사이에서 화제가 되는 어젠다 설정에 앞장서면서 페이스북 방문자는 지난 해에 비해 두 배 이상 증가했다. 대선 개표 방송에서도 브레이트바트의 페이스북 페이지 접속자 수는 폭스뉴스, CNN, 뉴욕타임스에 이어 전체 플랫폼 사용자 상호작용 규모 4위를 차지했다.
브레이트바트의 최고경영자 래리 솔로는 "우리는 공동체를 만들었고, 그것을 강조했다"며 "사람들에게 주는 어떤 소속감이 우리가 지지를 받는 이유"라고 밝혔다.
한편 편집장 말로는 "사이트의 국제적인 확장은 다가오는 프랑스, 독일의 선거와 관계가 있다"며 "브레이트바트는 프랑스 극우 정당 국민전선 마린 르펜의 대통령 입후보를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국민투표를 언급하면서 "미국에 소외되는 독자층이 있었듯 유럽에도 무시당하고 있는 독자들이 있다"고 덧붙였다. E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