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 연극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톡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연극계 대부 오현경·연극계 대모 손숙, 무대서 다시 만나
기사입력  2018/01/31 [17:32] 트위터 노출 0 페이스북 확산 0   이코노믹포스트

 

▲    


[이코노믹포스트=황영화기자]
"'3월의 눈' 다섯 번째 공연에 처음 합류하게 됐는데 손 여사라 편하게 한다고 할 수 있었다. 친하고 안 친하고의 문제가 아니라 마음이 맞고 안 맞고의 문제인데, 손 여사는 다른 배우를 잘 배려해준다. 이미 극에 익숙한 사람인데, 새로 하는 나 때문에 애를 먹고 있다."(오현경)

"배려는 오 선생님이 더 해주신다. 서로 포옹하는 장면이 있는데 객석 정면에서 내 얼굴이 보이지 않을 수 있다고, 각도도 직접 조정해주시더라."(손숙)

"상대방(존재감)을 죽이는 배우가 많다. 그것은 잘못된 연기다. 배우들 사이에도 예의가 있다. 의도적으로 자기가 돋보이려고 하는 건 추해서 못 본다."(오현경)

배우 오현경(82)은 고등학교 때부터 연극을 시작해 올해 62년차를 맞은 '연극계의 대부', 손숙(74)은 1964년 연극 '상복을 입은 엘렉트라'로 데뷔한 54년차 '연극계의 대모'다.

연기 경력 도합 116년차를 맞은 '우리나라 연극계의 산증인'인 두 배우가 처음으로 한 무대에 선다. 오는 2월7일부터 3월11일까지 명동예술극장에서 관객과 다시 만나는 연극 '3월의 눈'에서 부부로 호흡을 맞춘다.

'3월의눈'은 국립극단(예술감독 이성열) 3월의 대표적인 레퍼토리다. 2011년 백성희장민호극장의 개관을 기념하며 초연했다. 평생 한옥에서 함께 살아온 노부부의 일상과 삶 그리고 죽음을 실재와 환상을 오가며 사라짐에 대해 담담하게 이야기하는 수작이다.

손자를 위해 평생을 일구어온 삶의 터전이자 마지막 재산인 한옥을 팔고 떠날 준비를 하는 '장오', 그리고 그의 아내 '이순'의 이야기다. 우리 시대에 가장 주목받는 극작가인 배삼식의 대본을 거장 연출가 손진책이 연출했다. 오현경은 이번에 처음 장오를 연기하고, 손숙은 바로 전 공연인 3년 전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이순으로 무대에 올랐다.

생성과 소멸에 대한 깊은 성찰의 헌사를 던지는 이 연극은 삶과 죽음을 톺아보는 계기를 안긴다. 이미 무대에서 다양한 삶의 경계를 오간 오현경과 손숙의 깊은 공력이 맞물리면 여운은 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오현경은 '3월의 눈'에 대해 처음 장오를 연기한 장민호(1924~2012)의 연극이지 내 연극은 아니다라고 짐짓 선을 그었다. 국립극단 이성열 예술감독이 이끈 극단 '백수광부'의 대표작 '봄날'의 아버지하면 오현경이 떠오르는 것처럼 말이다.

오현경은 "우리쯤 나이를 먹으면 연기 경력이 생겨, 고집이 있다. 내 스타일대로 하게 되면 전체적인 작품의 연출이 헷갈리게 되는 거지"라고 고민했다.

하지만 손숙은 "장오를 연기하는 사람이 달라져 또 다른 재미가 생겼다"면서 "연극은 배우의 예술이니까 어떤 배우들이 맞느냐에 따라 그림이 달라진다"라면서 용기를 북돋웠다. 

 

이순은 세련되고 살짝 깎쟁이 같은 면모도 있는 전형적인 서울 할머니. 여전히 도회적인 모습을 지닌 손숙과 딱 맞는 캐릭터다. 외로운 중년주부의 공허한 심리와 자기 자신을 찾아나서는 유쾌한 일탈을 그렸던 1인15역의 '셜리 발렌타인' 등을 떠올리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손숙은 "이런 역할이 주어진 것 자체가 감사하다"는 마음이다.

평소 절친한데다가 서로에 대한 애틋한 정으로 찰떡궁합의 호흡을 보여주는 두 사람이 연극 인생 50여년 만에 처음 만난 건 활동 범위가 달랐기 때문이다.

TV 드라마 '손자병법'에서 '만년 과장' 이장수를 맡기 전 드라마센터와 실험극장 등에서 활약한 오현경은 재야극장의 대표적인 인사였다. 국립극단 단원이었던 손숙은 이른바 메인 스트림 무대에 올랐다. 겹치는 영역이 없었던 것이다.

그럼에도 오현경은 "처음 같이 하는데 여러 번 한 것 같다"며 애정을 드러냈다. 오현경은 "손 여사는 학생 때부터 봐왔다. (손숙이 재학 중이던) 고려대에서 연극을 하는 것도 봤고. 나이는 8세 차이가 나지만 군대 다녀오고 해서 활동 시기는 비슷했다"고 돌아봤다.

두 사람이 절친했던 큰 연결고리를 배우 윤소정(1944~2017)이다. 윤소정은 오현경이 가장 사랑했던 아내 그리고 손숙과 가장 절친했던 동갑내기 친구였다.

지난해 6월20일 대학로 마로니에공원에서 대한민국연극인장으로 엄수됐던 윤소정의 장례에서 손숙은 "친구 소정아. 화사하게 화장을 하고 편안하게 관 속에 누워 있는 너를 보면서 '줄리엣'인가 '오필리어'인가 생각하고 있었다"고 애정이 담뿍 담긴 추도사를 전했고 오현경은 그런 손숙을 보면서 눈가가 촉촉해졌다.

오현경은 "두 사람은 우리 결혼 초부터 같은 동네에 살았다"면서 "그래서 손 여사가 속속들이 나에 대해 잘 알고 있었고 두 사람이 같이 내 흉도 많이 봤을 거다"라면서 그리움이 배인 웃음을 지었다. 손숙은 "소정이는 여전히 아깝다"고 했다.

내리자마자 녹아내리는 '3월의눈', 그 자체가 인생의 비유인 연극 '3월의 눈'은 오현경과 손숙의 윤소정뿐만 아니라 관객들이 각자 그리워하고 아끼고 존중하는 무엇을 떠올리게 하는 작품이다. 이 사실을 잘 아는 두 사람 역시 어느 때 이상으로 한껏 무대에 대한 애정을 품고 있다. 

오현경은 "연극은 연극인 정신을 갖고 있지 않으면 할 수 없다"고, 손숙은 "무대에 설 수 있다면 단역이라도 상관없다. 그래서 이순 같은 역할은 더 소중하다"고 말했다.

 

제52회 동아연극상 연기상에 빛나는 하성광을 비롯해 김정은, 유병훈, 이종무, 박지아 등 이번에 함께 출연하는 후배 배우들은 연신 어깨 너머로 두 사람의 연기를 훔쳐봤다. EP

ⓒ 이코노믹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트위터 트위터 페이스북 페이스북 카카오톡 카카오톡
 
닉네임 패스워드 도배방지 숫자 입력
내용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는 글, 욕설을 사용하는 등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은 관리자에 의해 예고 없이 임의 삭제될 수 있으므로 주의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