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EU, '치킨게임' 발전 양상

'대서양 무역전쟁' 직면

이코노믹포스트 | 기사입력 2018/05/02 [10:46]

美-EU, '치킨게임' 발전 양상

'대서양 무역전쟁' 직면

이코노믹포스트 | 입력 : 2018/05/02 [10:46]

 

▲ [AP]


[이코노믹포스트=AP] 미국과 유럽연합(EU) 간 통상 갈등이 “대서양 무역전쟁(a transatlantic trade war)”을 불사하는 치킨게임 양상을 보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EU산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대한 고율관세 부과 유예기간을 일단 6월1일까지 한 달 더 연장했지만, 양측 간 무역 갈등은 쉽사리 풀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EU과의 무역협상에서 ‘치킨게임’을 벌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FT는 미국과 EU 간 무역협상에서 파국을 피하기 위한 아무런 기준선도 설정돼 있지 않다고 우려를 전했다.

 FT는 트럼프 대통령이 철강·알루미늄 고율 관세 부과 유예기간을 한 달 연장함으로써 EU에 “대서양 무역전쟁”을 피할 수 있는 길을 찾으라는 압력을 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FT는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의 이러한 조처가 대서양 무역전쟁을 피할 수 있는 길을 열어 줄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미국과 EU 측 관계자들은 미국과 EU 간 무역협상에서 가장 큰 장애물은 트럼프 대통령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FT는 지난 주 미국을 방문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독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등이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매력공세(charm offensives)”를 펼쳤지만 이 역시 무역협상에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미시간 주 중간선거 유세를 하는 자리에서 EU에 대한 공세를 이어갔다. 그는 EU가 미국산 제품, 특히 자동차에 대한 높은 무역장벽을 두르고 있다고 비난했다.

 

전날 메르켈 총리와의 정상회담을 가졌던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가 EU에서 물건을 파는 일이 매우 힘들다. EU는 미국을 이용하고 있다. 더 이상은 안 된다. 어제 EU 측에 이런 사실을 말했다. 그런 날들은 이제 끝났다”라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 관리들은 미국의 대(對) EU 무역협상 방식이 마치 북한의 핵 프로그램을 중단시키기 위해 대북 압박을 가하는 방식과 유사한 모습을 취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트럼프는 그동안 핵 도발을 이어온 북한에 대해 “화염과 분노” 등 수위 높은 발언과 강도 높은 경제 제재를 이어왔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달 27일 문재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갖고 “완전한 비핵화”를 담은 판문점 선언을 내놓은 것도 트럼프 행정부의 이 같은 공세적 정책 덕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달 30일 EU와 캐나다, 멕시코 등 의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대한 고율관세 부과 유예기간을 당초 예정한 5월 1일에서 6월 1일로 한 달 연장했다. 백악관은 이와 함께 아르헨티나, 호주, 브라질과는 철강·알루미늄 고율 관세에 관한 원칙적 합의에 도달했으며 "세부 사항은 이른 시일 내에 확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미국은 지난 3월 국가안보를 명분으로 수입산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대해 각각 25%와 10%의 고율 관세 부과 방침을 밝혔다.

 미국 시라큐스대학의 경제학자이자 국제통상 전문가인 메리 러블리는 미국과 EU간 무역갈등이 트럼프 행정부에서 설정한 철강·알루미늄 관세부과 유예기간인 내달 1일까지 완전한 합의에 이르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러블리는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작은 양보도 승리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러블리는 FT와의 인터뷰에서 “이는 전적으로 EU 측에 달린 문제다. 트럼프 행정부와의 치킨게임에 어느 선까지 갈 것인지 하는 문제다. 트럼프 행정부는 작은 선물도 받아 들일 수 있다”라고 말했다.

 FT는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과 EU, 캐나다, 멕시코 등과의 무역협상에서도 대북 압력을 행사하는 것과 같은 방법을 취하려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의 이런 접근 방식이 EU 혹은 중국과의 무역협상에서도 통할 수 있을 것인지는 미지수로 남아 있다. EU는 미국과 일전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장 클로드 융커 EU집행위원장은 지난 3월 2일 할리 데이비슨 오토바이, 버번 위스키, 리바이스청바지 등 미국산 제품들과 오렌지, 쌀 등 농산품에 대해 25% 수준의 보복 관세 부과 검토 방침을 밝혔다. 중국 역시 미국의 잇단 무역공세에 대해 ‘장군멍군’식의 대응으로 맞서고 있다.

 미국은 산업제품에 대한 관세 인하 등을 포함한 폭넓은 무역협정 개정을 요구하고 있다. 미국은 특히 EU 측의 자동차 관세 인하를 압박하고 있다. 미국이 수입산 승용차에 대해 2.5%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는 데 반해 EU는 10%를 부과하고 있기 때문이다.

 EU측 통상정책 관계자들은 이런 단순 비교는 공정치 않다고 주장하고 있다. 미국은 소형 트럭에 대해 높은 관세를 매기고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EU 측에 철강·알루미늄 쿼터를 수용하면 관세 부과를 면제받을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윌버 로스 미국 상무장관은 지난 1일 CNBC와의 인터뷰에서 EU 등에 대한 철강·알루미늄 관세 부과를 한 달간 유예하기로 한 것과 관련해 "백악관은 관세면제 연장을 오래 끌 생각이 없다. 무역 침해를 억제하기 위해 곧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밝혔다. EU산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대한 관세부과를 한 달간 유예했지만 최종 부과 여부에 대한 결정을 질질 끌지는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되고 있다.

 한국은 수출물량 쿼터를 수용하면서 잠정 유예 7개국 중 유일하게 관세 면제 지위를 확정했다. 한국은 이로 인해 앞으로 2015∼2017년 대미 철강 수출 평균의 70%에 해당하는 쿼터 물량에 대해 추가 관세 없이 수출할 수 있게 됐다. E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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