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양군수 퇴계 이황의 '산수 유람'

이코노믹포스트 | 기사입력 2018/05/02 [15:23]

단양군수 퇴계 이황의 '산수 유람'

이코노믹포스트 | 입력 : 2018/05/02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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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코노믹포스트=황영화기자] 지금으로부터 470년 전이다. 1548년(조선 명종 3) 5월 단양군수 퇴계 이황(李滉·1501~1570)은 청풍(淸風·현 충북 제천시)을 다녀오면서 단양의 산수를 유람했다.

퇴계는 이 해 1월에 단양군수에 부임했고, 넉 달 뒤에 통첩을 따라 청풍에 다녀오는 동안 단양 일대 승경을 둘러보고 6월에 이를 '단양산수가유자속기(丹陽山水可遊者續記)'란 제목의 기행문을 남겼다.

퇴계는 화탄(花灘), 구담(龜潭), 옥순봉(玉筍峯), 단구협(丹丘峽), 석문(石門) 등을 유람했다.

그는 이때 이름이 없는 몇 곳의 승경지에 이름을 붙였다. 옥순봉, 채운봉(彩雲峯), 현학봉(玄鶴峯), 오로봉(五老峯) 등이다.

그 중에서도 현재 단양팔경(丹陽八景)과 제천십경(堤川十景)에 모두 들어 있는 명승 48호 옥순봉 이름은 이렇게 지어졌다. 옥순봉은 행정구역상 제천시 수산면 괴곡리다.

퇴계는 기행문에 "화탄을 거슬러 남쪽 물가의 절벽 밑을 따라 나아가면 그 위로 여러 산봉우리가 죽순처럼 깎아지른 듯이 서 있다. 그 높이는 천 백장(丈)이 될 만한데, 우뚝하게 기둥처럼 버티고 서 있고 그 빛깔은 푸르기도 하고 혹은 희기도 했다"라며 "그래서 이름 붙이기를 옥순봉이라고 했으니 그 모양에 따른 것"이라고 적었다.

퇴계는 자신이 둘러본 승경 가운데서도 현재 명승 46호이자 단양팔경의 하나인 구담을 가장 극찬했다.

그는 "산봉우리는 그림 같고 골짜기는 서로 마주 벌어져 있는데, 물은 그 가운데에 괴어서 넓고 맑고 엉키어 푸르고 거울을 새로 달아서 공중에 걸어 놓은 것 같은 것이 구담"이라며 "구담보다 더 좋은 곳이 있을 줄 어찌 알겠는가"라고 구담의 경치에 감탄했다.

퇴계는 '구담'을 다음과 같이 시로 읊었다.

 

'여러 갈래 시냇물이 동에서 서로 달리다가/ 협문에 이르러서 비로소 만나도다……숨은 바위 남녘물가 이끼 끼인 낚시터에/ 신령한 그 경관이 무이구곡 완연하다.'

퇴계는 단양에 자신의 흔적도 남겼다.

단성면 하방리 단양수몰이주기념관 앞에는 퇴계가 단양군수 시절 친필로 바위에 새겨놓은 '濯吾臺(탁오대)'와 '復道別業(복도별업)'이 있다.

'자신을 씻는 바위'와 '아름답고 깨끗한 자연 속에서 도를 이룬다'는 뜻의 퇴계 암각 친필이다.

탁오대와 복도별업은 충북도 유형문화재 81호와 82호다.

단양의 향토사학자인 지성룡(국사편찬위원회 사료조사위원) 단양문화원 이사는 "퇴계는 단양군수로 부임하기 전부터 단양을 여러 번 지나갔던 것을 알 수 있고 이런 인연으로 단양군수에 부임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며 "산 좋고 물 맑은 곳의 지방관으로 임명을 여러 차례 원했던 퇴계는 전에 지날 때 느꼈던 단양의 산수를 잊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E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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