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2017년 8월 전북 고창의 ESS(에너지저장장치) 시설에서 화재가 발생한 것을 시작으로 경북, 전남, 경남, 충북, 충남, 경기, 강원 등 전국 각지의 ESS 시설에서 총 23건의 화재가 연달아 발생했다.이로 인해 ESS의 성장세가 꺾이기 시작했고 세계 ESS 배터리 시장이 성장하는 동안 한국은 위축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1일 ESS 화재 사고원인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조사 결과는 '민관합동 ESS 화재사고 원인조사위원회'가 약 5개월 여에 걸쳐 실시한 조사활동의 결과로 23개 사고현장에 대한 조사와 자료 분석, 76개 항목의 시험실증을 거쳤다.
사고 원인 조사 결과 총 23건 중 14건이 '충전완료 후 대기 중'에 발생했고 6건은 충방전 과정에서, 3건은 설치·시공 중에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고 원인으로는 ▲전기적 충격에 대한 배터리 보호시스템 미흡 ▲운영환경 관리 미흡 ▲설치 부주의 ▲ESS 통합제어 보호체계 미흡 등이 확인됐고 일부 베터리 셀에서 제조상 결함이 발견됐지만 이 결함을 모사한 실증에서 화재는 발생하지 않았다.
사고 발생 요인을 살펴보면 그간 ESS 운영이 얼마나 부실했는지를 알 수 있다. 과전압, 과전류 등 전기충격이 배터리 시스템에 유입될 때 배터리 보호 체계인 랙 퓨즈가 빠르게 단락전류를 차단하지 못했고 이로 인해 절연 기능이 저하된 직류접촉기가 폭발해 배터리 보호장치 내 버스바와 배터리보호장치의 외함에서 2차 단락 사고가 발생하면서 배터리에서 화재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또 산지 및 해안가에 설치된 ESS의 경우, 큰 일교차로 인한 결로와 다량의 먼지 등에 노출되기 쉬운 열악한 환경에서 운영되다보니 배터리 모듈내에 결로의 생성과 건조가 반복되면서 먼지가 눌러붙고 이로 인해 셀과 모둘 외함간 접지부분에서 절연이 파괴되면서 화재가 발생한다.
이와 함께 배터리 보관불량, 오결선 등 설치 부주의와 ESS가 하나의 통합된 시스템으로 설계·보호되지 못했던 점도 요인으로 지적됐다.
일각에서 제기된 '배터리 결함'에 대해 산자부는 "일부 배터리셀에서 결함이 발견됐고, 이를 모사한 시험을 했지만 배터리 자체 발화로 이어질 수 있는 셀 내부단락은 발견되지 않았다"면서 "다만, 제조결함이 있는 상황에서 배터리 충방전 범위가 넓고 만충 상태가 지속적으로 유지되는 경우 자체 내부단락으로 인한 화재 발생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런데 이 조사 결과에는 '책임론'이 없다. 김정훈 조사위원장은 11일 브리핑에서 "배터리, PCS(전력변환장치), SI(설계 시공) 등 세군데 모두 보호체계가 충분하지 않았다. 우리나라가 세계 처음으로 대규모 ESS 설치사업을 진행하다보니 이런 일이 발생했다. 외부 전압에 대한 보호체계가 제대로 안 돼 화재가 났다는 측면에서 배터리 제조사, SI 등에 복합적으로 책임을 물어야한다. 하지만 책임 공방은 그쪽이 알아서 할 문제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배터리 보호시스템 미흡'이 화재의 원인으로 밝혀진 만큼 배터리 제조사에게 책임을 물어야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조사위는 "배터리시스템 보호문제는 퓨즈 등 구성품 업체가 1차 책임을 지겠지만 총괄 책임은 배터리 제조사가 져야할 것"이라면서도 "특정 업체의 책임을 묻는다면 결국 법정에서 가려져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어쨌든 이번 조사 결과로 인해 그동안 ESS의 큰 규모와는 달리 총체적인 운영은 부실했다는 점이 제대로 드러났다. 산자부는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안전대책을 함께 발표했다. 잇단 화재 사건으로 안전성과 신뢰에 금이 갔던 ESS가 그간의 어설픔과 부주의를 딛고 안전하게 운영될 지 주목된다. E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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