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아베는 아는가?…쇼와 일왕은 ‘하극상’ 때문에 골머리 앓았다

박상진 도쿄·베이징 에디터 | 기사입력 2019/08/21 [10:56]

[단독] 아베는 아는가?…쇼와 일왕은 ‘하극상’ 때문에 골머리 앓았다

박상진 도쿄·베이징 에디터 | 입력 : 2019/08/21 [10:56]

 [시사주간=박상진 도쿄·베이징 에디터] 일본 쇼와 일왕이 2차대전 패망의 원인이 하극상과학 경시라고 말한 메모가 발견됐다. 그는 일본 제124대 일왕(재위 19261989)으로 중일전쟁에 이어 제2차 세계대전 등 일본의 팽창주의에 가담하였고, 아라히토가미로서의 신격을 부정하는 인간선언을 발표했다.

 

일본 쇼와 일왕이 2차대전을 회고하는 메모가 발견됐다.사진은 NHK 캡처

 

NHK가 입수한 이 메모는 궁내부라고 적힌 11장의 종이 양면에 펜으로 필기된 것으로, 1948년부터 5년 반 동안 궁내부(궁내청)에서 장관을 지낸 지마 미치하루가 남긴 자료 중 일부다.

 

이 메모는 194810, 쇼와 일왕이 측근들 앞에서 약 1시간 30 분 동안 전쟁에 대해 회상할 때, 그 자리에서 작성된 것으로 보인다.

 

전쟁을 주도해 온 도조 히데키(진주만의 미국함대기지를 기습 공격해 태평양전쟁을 일으켰다) 내각의 문제점과 국민의 생활까지 감시한 이른바 헌병 정치그리고 전쟁 방식에 대한 생각도 담고 있다. 특히 19446월 미국과 일본 함대 사이에 벌어졌던 마리아나 해전(필리핀해 해전)의 패인에 대해서도 회고하고 있다. 또 도조 당시 총리가 밑에 있는 부하에게 일을 맡기자 이들이 도조의 권세를 빌려 국민에게 무리하게 강요해 인심이 멀어져 갔다고도 했다.

 

하극상 이야기도 나왔다. NHK는 군사역사학자인 메이지 대학의 야마다 아키라 교수의 말을 인용, “중견 각료들이 결정권을 가지고 윗사람이 추인해 나가는 형태가 되어 버렸다. 위에서 명령에 복종하는 군대의 가장 본질적인 부분이 없어지고 있었던 것이 문제이고, 쇼와도 인식하고 있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일왕과 실제 권력을 쥐고 있는 총리 등 내각과의 반목이 오래전부터 지속되어 온 것을 보여준다. 지난 15일 나루히토 일왕은 일본이 일으킨 침략전쟁의 역사와 관련해 깊은 반성을 말했다. 아버지 아키히토도 수차례 유감을 표했다. 그러나 아베 신조 총리는 여전히 입을 다물었다. 일왕의 입장에서는 하극상이라고 생각할 만하다.

 

이 메모에서 특히 눈에 띄는 것은 마지막 부분인 2차대전 패인항목. 여기에는 손자병법’, ‘정신에 무게를 두고 너무 과학 경시라고 적혀 있었다. 야마다 교수는 손자 병법이라는 것은 정치와 군사 균형을 생각하는 전통적 전쟁 방식으로 일본이 그 방법에 대해 배운 적이 없음을 보여 준다고 설명했다.

 

또한 일본은 인간의 정신에 중점을 둬 과학 기술을 군수(軍需)에 이용하는 측면이 늦었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고 부언했다. SW

 

psj@economicpost.co.kr

이코노믹포스트 박상진 도쿄.베이징 에디터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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