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직자 부동산 백지신탁제' 이번엔 도입될까?

임동현 기자 | 기사입력 2020/03/26 [09:30]

'고위공직자 부동산 백지신탁제' 이번엔 도입될까?

임동현 기자 | 입력 : 2020/03/26 [09:30]

지난해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의 '투기 의혹'이 불거진 서울 동작구 흑석동 건물. 사진=뉴시스


[
이코노믹포스트=임동현 기자] 정부가 공직자들에게 1가구1주택을 권고하고, 더불어민주당이 국회의원을 공천하는 과정에서 다주택자의 공천을 배제하고 공천받은 후보자에게는 실수요 이외의 주택을 매각해 1가구1주택을 실현하겠다는 각서를 받는 등 부동산 투기를 막기 위한 노력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그동안 정치권에서 제안이 나왔지만 실현되지 못했던 '고위공직자 부동산 백지신탁제'를 이제 도입해야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백지신탁'은 공직자가 재임 기간 중 주식 등의 재산을 대리인에게 맡기고 관리하게 하는 것으로 공직자가 직위를 이용해 자신이 보유한 주식이나 채권, 부동산 등의 가격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정책을 입안하거나 법 집행을 막는 등 권력을 남용하는 것을 막기 위한 제도다. 지난 2005년 통과된 공직자윤리법 개정안에서 고위공직자의 '주식백지신탁제'가 도입되면서 부동산 백지신탁제도 거론이 됐지만 법안으로 연결되지 못했다.
 
그동안 공직자들의 부동산 소유에 대해 투기인지 아닌지를 놓고 논쟁이 계속되어왔고 각종 투기 의혹으로 낙마하는 사례도 계속 나왔었다. 대표적인 예로 김의겸 청와대 전 대변인이 대변인 재직 중이었던 2018년 7월 흑석동 재개발 상가주택을 25억7000만원에 매입한 뒤 지난해 12월 34억5000만원에 팔며 8억원이 넘는 시세차익을 얻은 것에 대해 '투기 논란'이 불거졌다. 이 논란으로 김 전 대변인은 민주당 공천을 신청했지만 불출마를 선언했고 최근 열린민주당 비례대표 후보로 확정됐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서도 부동산 백지신탁제도에 대한 논의가 있어왔다. 지난 2012년 대선 당시 안철수 후보는 '공직후보자가 취임 시 실수요 외 부동산 백지신탁 의무를 지고 퇴임 후 2년간은 실수요 목적 외의 부동산 취득을 금지한다'는 내용의 부동산 백지신탁제를 공약으로 내건 바 있다.
 
최근에는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부동산 백지신탁제 추진을 주장했다. 이 지사는 지난해 12월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공직자가 가진 부동산이 부동산 시장에 영향을 준다면 부동산 백지신탁제도 시행을 추진해봐야한다. 일정 직급 이상의 고위 공직자는 정책에 미칠 가능성이 높기에 주거용, 사업용 이외의 돈벌이용 부동산을 못 가지게 해야한다. 그래야 정책 자체가 중립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이혜리 도시계획연구소 이사는 "이번 총선에서 민주당이 다주택자를 공천에서 배제하고 1가구1주택 각서를 받는 등 노력을 보였지만 주택을 매각한 국회의원이 주택 외 다른 부동산을 사더라도 문제가 되지 않게 되는 헛점이 있다. 지금의 부동산 정책(보유세) 강화는 '생선가게를 고양이에게 맡기는 격'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기에 보다 적극적인 방안으로 부동산 백지신탁이 더 효과적이고 지속가능하다고 본 것"이라고 밝혔다.,
 
부동산 백지신탁이 도입되면 고위공직자는 취임 시 실수요임을 증명하지 못하는 부동산을 신탁사에 신탁하고 퇴직 2년 후에 부동산의 시세 또는 최초 매입가의 원리금 중 적은 금액을 돌려받을 수 있다. 특히 돌려받을 당시 부동산 시세가 높을 시에는 매입원가에 법정이자를 더해 돌려주고 나머지는 국가에 귀속되게 된다.
 
이런 가운데 민중당이 21대 총선 공약으로 '고위공직자 부동산 백지신탁제'를 내걸었다. 민중당은 "공직자와 재산공개대상자는 실수요 외의 모든 부동산을 백지 신탁하고 공공임대주택으로 활용 가능한 주택은 공공기관이 우선 매입해 공공임대주택화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재직 중인 고위공직자가 신규 부동산을 살 때도 반드시 실수요를 입증하도록 부동산거래 사전거래허가제를 도입하고 독립생계를 유지하는 고지거부자도 부동산을 새로 구입할 때는 실수요를 입증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또 녹색당은 지난 24일 논평에서 "코로나19가 일상에 미친 영향을 장기적으로 관리하고 회복하기 위해서는 부동산 불평등 타파가 필수"라면서 "국회의원들이 자발적으로 세비를 반납하고 고위 공무원들이 급여를 반납하는 등 고위 공직자들의 공적의지가 충만한 지금, 고위공직자 부동산 백지신탁제를 도입하자"고 밝혔다.
 
이혜리 이사는 "부동산 백지신탁은 부동산 투기를 근절할 불로소득 환수 장치를 확실히 갖추는 디딤돌이 될 것으로 보인다. 공직 후보의 인재풀을 보호하고 공직자들을 투기 의혹에서 자유롭게 해주는 효과가 있으며 국가에 귀속될 부동산 불로소득이 아까운 이들은 애초에 고위공직에 나가지 않을 것이기에 사리사욕을 추구하면서 명예와 권력까지 누리려 하는 이들은 알아서 걸러질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부동산 백지신탁제가 사유재산을 침해하고 공직자의 재산권을 지나치게 침해하는 등 위헌적인 요소가 있다는 지적을 하고 있으며 부동산으로 이익을 보고 있는 공직자들이 백지신탁제 통과를 주도하지 않을 것이라는 비관적인 입장도 나온다. EP
 
ldh@economicpost.co.kr
 
이코노믹포스트 임동현 취재부 가지입니다.
 
닉네임 패스워드 도배방지 숫자 입력
내용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는 글, 욕설을 사용하는 등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은 관리자에 의해 예고 없이 임의 삭제될 수 있으므로 주의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