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포스트=김지혜 기자] 금융감독원(금감원)이 라임펀드를 판매한 은행 최고경영자(CEO)들에게 중징계를 통보하면서 각 은행에 비상이 걸렸다. 라임사태는 1조6,000억원 규모의 원금 상환이 중단된 사건으로, 이번 징계 수위에 따라 이들 수장의 향후 거취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된다. ◇ 우리은행, 지배구조까지 영향 끼치나
4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라임펀드 판매은행들에 대한 제재심의위원회(이하 제재심) 회를 예고한 가운데 우리은행과 신한은행 최고경영자(CEO)에게 중징계를 사전 통보했다.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당시 우리은행장)에겐 ‘직무정지’ 제재안을, 진옥동 신한은행장에겐 ‘문책경고’,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에겐 ‘주의적 경고’를 각각 사전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사 임원에 대한 제재는 해임 권고·직무 정지·문책 경고·주의적 경고·주의 등 5단계로 나눠 진다. 이 가운데 문책 경고, 직무 정지, 해임 권고는 중징계에 해당한다. 현직 임기 종료 후 향후 3~5년 간 금융권 재취업이 금지된다.
먼저 손 회장은 우리금융지주 회장과 우리은행장을 겸임했던 시절 라임 펀드를 판매한 게 중징계 처분 원인으로 꼽힌다. 라임펀드 판매사 8곳 중 판매 규모가 가장 큰 곳이 우리은행이었다는 점에서 고강도 징계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라임펀드 관련 은행들의 판매금액 현황에 따르면 우리은행 3577억원, 신한은행 2769억원, 하나은행 871억원, 부산은행 527억원, 경남은행 276억원, 농협은행 89억원, 산업은행 37억원 등 순이었다.
특히 손 회장은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에서 문책경고를 받은 데 이어 라임펀드 사태로 직무정지 처분을 받게 됐다.
그는 지난해 1월 금감원이 DLF 불완전 판매의 책임을 물어 문책 경고를 내리자 중징계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과 함께 행정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이에 서울행정법원이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여 지난해 3월 임기 3년의 회장 연임에 성공했다.
이번에도 소송으로 대응할 가능성이 높지만 두 번 연속 중징계를 받게 됐다는 점에서 현직을 유지한 채 소송을 하는 게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업계 반응이 나온다. 이에 우리금융 지배구조에도 영향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진 행장은 손 회장보다 한 단계 낮은 수위의 중징계를 통보받았다. 신한은행은 우리은행 다음으로 라임펀드 판매 규모가 크다. 진 행장은 차기 회장 후보군으로 꼽히는 인물이다. 지난해 첫 연임 성공에 이어 만약 이번 중징계가 결정될 경우 3연임과 그룹 회장직 도전이 어렵게 된다.
이 밖에 조 회장은 경징계를 받은 상태다. 신한은행 이외에도 신한금융투자가 라임 사태와 연계돼 있다는 게 금감원 판단이다. 징계의 배경으로 그룹의 매트릭스 체제인 자산관리(WM) 부문을 통해 신한은행과 신한금융투자가 두 곳에서 라임펀드를 판매했다는 점이 거론됐다.
해당 은행들에 대한 구체적인 제재심 일정은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다만 오는 2월 25일 관련 절차가 진행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 금융당국 책임론 대두 지적 한편 금융권에선 이번 징계에 대해 금융사에만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금감원의 이번 CEO 징계는 금융회사들의 지배구조 불안정을 야기할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금감원은 앞서 지난해 주요국 금리 연계 DLF(파생결합펀드) 사태 때도 CEO 중징계를 염두에 둔 채 불완전판매의 제재 근거가 되는 '자본시장법'은 배제하고, 내부통제 미흡을 이유로 '금융회사 지배구조법'을 끌어들여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금융당국 역시 사모펀드 사태를 막지 못한 책임이 있다는 점을 말하고 싶다”며 “당국이 먼저 근본적인 개선안을 내놓고 금융권 전반에 대한 고민과 자성을 촉구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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