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한 아침의 나라’에 수록된 ‘삼국지연의도’ 공개.
이코노믹포스트 | 입력 : 2015/04/16 [17:19]
[이코노믹포스트=황영화기자] 독일 상트 오틸리엔 수도원의 노르베르트 베버(1870~1956) 신부가 1923년 내놓은 ‘고요한 아침의 나라’에는 ‘삼국지연의도’가 수록됐다. 소설 ‘삼국지’의 중요 장면을 그린 그림으로 중국 촉한의 관우 장군을 장군신·재복신(財福神)으로 믿는 동관왕묘(東關王廟) 에 걸었던 그림이다.
독일 출신 안드레 에카르트(1884~1968)의 ‘조선미술사(Geschichte der koreanishen Kunst)’(1929)에도 동관왕묘 ‘삼국지연의도’가 실렸으나 행방을 알 수 없었다.
그런데 김태곤(1936~1996) 전 경희대 교수가 수집한 ‘삼국지연의도’ 4점을 복원 처리하는 과정에서 ‘거한수조운구황충’(據漢水趙雲救黃忠: 조운이 한수에서 황충을 구하다)이 ‘고요한 아침의 나라’ 도판과 같음이 밝혀졌다. 또 ‘장장군대료장판교’(張將軍大鬧長板橋: 장비가 장판교에서 조조 군사를 꾸짖다)는 ‘조선미술사’ 도판과 같았다.
그림 일부분이 떨어져 나간 ‘제천지도원결의’(祭天地桃園結義: 유비·관우·장비가 천지에 제사 지내고 도원결의를 하다)와 ‘장장군의석엄안’(張將軍義釋嚴顔: 장비가 엄안을 의기롭게 풀어주다)은 동일 계열로 추정됐다. 이에 따라 4점의 ‘삼국지연의도’는 동관왕묘 그림임이 분명해졌다.
국립민속박물관(관장 천진기)은 남강(南剛) 김태곤 교수가 평생 수집한 무속 관련 유물을 소개하는 ‘민속학자 김태곤이 본 한국무속’ 특별전을 22일부터 기획전시실에서 진행한다.
김태곤이 1960년대부터 굿 현장을 꾸준하게 기록하면서 멸실 위기에서 수집한 ‘관운장군도(關雲將軍圖)’ 등 무신도, 북두칠성 명두 같은 무구와 무복, 동해안굿 사진(1960~70년대 촬영), 남이장군사당제(1972년 촬영) 동영상 등 300여 점이다.
김 교수는 원광대와 경희대에 재직하며 평생 민속 현장을 조사·연구 하면서 ‘한국의 무신도(巫神圖)’ 등 저서 34권과 ‘황천무가연구’(黃泉巫歌硏究) 등 논문과 글 200여 편을 남긴 민속학자다.
대학 시절부터 전국의 굿 현장을 찾았고 무당들이 무업(巫業)을 그만두면서 소각하거나 땅에 묻는 무신도와 무구를 수집했다. 무속 연구에 힘을 쏟으면서 ‘모든 존재는 미분성(未分性)을 바탕으로 순환하면서 영구히 지속한다’는 ‘원본사고’(原本思考) 이론을 이끌어 내기도 했다. 몽골·시베리아까지 조사 범위를 확대하면서 비교연구를 시도하던 중 1996년 61세의 이른 나이에 작고하면서 그의 연구는 멈췄다.
그의 사후에 부인 손장연 씨가 자료 보존을 위해 자택에 항온항습기를 설치하는 등 노력을 기울이다가 2012년 7월, 국립민속박물관에 기증했다. 기증 자료는 조사현장 사진·동영상 등 아카이브자료 1883건 3만198점과 무신도 등 유물 1368건, 1544점이다.
이번 전시는 기증유물을 중심으로 35년에 걸친 민속학자 김태곤의 학문적 발자취를 따라가는 방식으로 꾸민다.
신과 인간의 소통을 기록한 그의 조사 노트와 사진, 영상 기록 등을 만날 수 있다. 1972년 남이장군사당제(南怡將軍祠堂祭) 영상, 굿상 조사 노트 등의 자료 등이 포함됐다.
특히 남이장군 사당제는 1972년을 끝으로 중단됐는데 당시 김태곤이 촬영한 영상과 사진자료는 1983년 남이장군사당제를 복원하면서 고증 자료로 쓰였다. 1999년 이 제의가 서울특별시 무형문화재 제20호로 지정되는 데 기초자료가 됐다.
서울 용산에 있던 무녀 밤쥐 최인순(1912~1983) 신당도 재현된다. ‘시베리아 무복’(경희대학교중앙박물관 소장)과 미발표 육필원고인 ‘한국민속과 북방대륙민속의 친연성(親緣性)’ 등도 소개한다. 전시는 6월22일까지다. E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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