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가뭄 경고', 정권 리더십에 영향 줄까?.
英 BBC 보도.
이코노믹포스트 | 입력 : 2015/06/18 [18:34]
[이코노믹포스트=한신형기자] 북한이 최악의 가뭄으로 시달리고 있는 가운데 영국 BBC 방송은 북한의 이번 가뭄이 단순히 기근에 그치지 않고 정권의 리더십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17일(현지시간) 경고했다. 다음은 '북한, 1세기만의 최악의 가뭄에 직면'이라는 제목의 BBC 보도 내용이다.
북한이 100년 만에 최악의 가뭄에 직면해 주요 쌀 재배 지역에도 심각한 영향을 주고 있다고 밝혔다.
이 같은 발표에 대해 국민대의 북한 전문가 안드레이 란코브 교수는 BBC에 "예전 같았으면 북한 주민들은 위대한 지도자의 지혜가 아무 (나쁜)일도 발생하지 않게끔 이끌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대외 원조를 요청하는 건 그들의 자존감을 떨어뜨리는 것으로 여겼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지난 10년 동안 북한 주민들은 자연현상에 의해 발생하는 문제를 '있는 그대로' 인정할줄 아는 개방적인 태도로 변했다. 수령의 영도에만 의존하는 것은 비현실적일 뿐, 대외 원조를 받기 위해서는 문제를 받아들이고 인정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을 과거 몇 년 동안 깨우쳤기 때문이다.
비록 체제 내부의 문제를 인정하지 않고 있고, 현재의 북한 지도부에 대한 비판은 절대 금기시되고 있지만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는 정부 정책의 실패를 인정하는 건 더 이상 공공연한 비밀이 아니다.
북한에서 지금의 가뭄이 계속 이어진다면 몇 달 안에 식량 원조를 필요로 하는 것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곧 리더십의 방법에 대한 경고가 될 수 있다.
대부분 전문가들은 지난 20년 동안 북한 경제가 악화됐지만 비참한 기근을 다시 반복할 가능성은 훨씬 적다는데 동의하고 있다.
북한의 농업은 여전히 국가에 의해 통제를 받고 있지만, 주민들은 자신의 농작물을 더 키울 수 있도록 허락받아 궁극적으로는 생산의 증가로 이어지는 개혁이 북한 내부에 조용하게 스며들고 있다.
게다가 북한은 농산물 생산의 비중에서도 기존의 쌀에서 주요 식품으로 다변화하는 시도를 하고 있다고 로버트 윈스탠리 체스터 교수는 지적했다.
하지만 항상 심각한 식량 위기 직전인 북한에 최근의 가뭄은 좋은 소식이 아니라고 란코브는 말했다.
유엔(UN) 산하 기구인 세계식량계획(WFP) 아시아 지역 국장 존 아일리에프는 "북한의 농업은 여전히 강수량에 심하게 의존하고 있다"며 "(가뭄이 지속될 경우)앞으로 몇 개월 동안 수확의 결과에 따라 특히 북한 어린이들 사이에서 영양실조 급증을 유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WFP에 따르면 북한 어린이의 3분의 1은 이미 영양실조에 걸렸으며, 비슷한 수치의 어린이가 빈혈 증세를 나타내고 있다. 더욱이 4월에서 9월 사이의 흉작기에는 평년보다 식량 공급에 대한 '스트레스'가 더 심한 편이다.
북한의 가뭄은 군비 지출에도 '충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세계 최대 규모의 상비군을 유지하고 있는 국가 중 하나이며 선군 정책을 따라 정부의 (예산)지출이 이뤄지고 있다.
란코브는 "북한에서 원조 분배의 핵심 요소는 군(軍)의 기계(장비) 작동을 유지하는 것"이라며 "북한에서 원조품은 보안원(경찰)이나 군인들처럼 '정치적으로 민감한 직업'에 가장 우선적으로 배분되며, 폭동을 피하기 위해 대도시들에 우선적으로 배분된다"고 꼬집었다.
다만 북한 군이 많은 지역에서 주민의 삶에 연관되어 있다는 특성은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군이 지출하는 일부 군비는 농장을 위한 토지 개간과 같은 농업 프로젝트를 위해 쓰이기도 한다고 윈스탠리 체스터 교수는 설명했다.
란코브는 북한이 핵무기를 고집한다면 가뭄이 계속되더라도 외국의 원조를 받는 것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북한의 핵 프로그램은 국제적으로 제재를 불러 일으키고 외국의 기부자들에게도 북한에 대한 경계심을 높일 것"이라며 "국제사회가 좀 더 심각하게 북한의 상황을 이해하도록 압력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만약 북한이 원조를 요청할 경우 국제사회에서 북한 지도부에 더 많은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아 보이지만, 어떠한 기부자도 북한의 핵무기를 용인하고 원조 요청을 수용하진 않을 것이다. E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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