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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 딸의 아름다운 마지막 밤.
연극 '잘자요, 엄마'.
기사입력  2015/06/19 [16:11] 트위터 노출 : 0   이코노믹포스트
 


[이코노믹포스트=황영화기자]
   '난 자살할거야, 두 시간 안에.'

연극 '잘자요, 엄마'는 딸 '제씨'의 자살선언으로 시작한다. 평범한 주말 저녁 예상치 못했던 딸의 선택을 받아들여야만 하는 엄마 '델마'와 자신의 인생에서 처음으로 확실한 선택을 하려는 딸의 마지막 대화를 통해 삶과 소통이라는 본질을 파고든다.

극작가 마샤 노먼의 작품으로 1982년 오프 브로드웨이 레퍼토리 극장에서 초연됐다. 이듬해인 1983년 미국에서 가장 권위 있는 퓰리처상 드라마 부문에서 상을 받으며 지금까지도 작품성과 가치를 인정받아 세계 곳곳에서 공연되고 있는 작품이다.

한국에서는 1987년 김용림, 윤석화 캐스팅으로 첫 선을 보였다. 이후 나문희, 박정자, 손숙, 윤소정, 예수정 등 저력 있는 배우들이 엄마 역을 거쳐 갔다. 딸은 연운경, 정경순, 서주희, 오지혜, 황정민이 맡았다.

7년 만에 다시 무대에 오르는 이번 '잘자요, 엄마'에는 초연의 히로인 김용림과 지난 2008년 공연 당시 '잘자요, 엄마' 최고의 히트를 기록하게 한 주역 나문희가 다시 한 번 엄마 '델마'로 출연한다.

18일 서울 대학로 수현재씨어터에서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문삼화 연출은 "'델마'에 다가가는 두 배우의 색과 아우라가 정말 다르다"며 "작품 분석을 공유하고 공통된 방향을 정하지만 너무나도 다른 델마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20년 만에 다시 '잘자요, 엄마'에 출연하는 김용림은 "무대에 이렇게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설렌다"고 고백했다. 김용림이 연극 무대에 서는 것은 마지막 작품 '엄마는 50에 바다를 발견했다' 이후 10년여 만이다.

"초연 때는 좀 어렸기 때문에 연기를 하면서 크게 와닿지 않는 부분도 있었어요. 나이를 먹고 보니 이 모녀의 이야기가 더욱 절절하게 와닿습니다. 다시 무대에 설 용기도 안생기고 시간도 없었는데 더 늙기 전에 연극을 해야겠다는 욕심으로 함께 할 결심을 하게 됐어요."(김용림)

8년 전이나 지금이나 연습할 때마다 매번 눈물을 흘린다는 나문희는 "전보다 작품이 요구하는 소리, 상대역의 소리가 더 잘 들린다"며 "이번이 더 느낌이 좋다"고 말했다. 그만큼 작품이 전하는 메시지를 더 이해하게 됐고, 딸의 감정을 직관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게 됐다는 의미다.

"딸이 간질병에 걸린 걸로 나오는데, 자살을 결심하는 순간은 오히려 병에서 좀 치료가 됐을 때에요. 난 그게 너무 마음이 아팠어요. 오히려 정상적인 사람이 세상을 살기가 쉽지 않은 것을 보여주는 거잖아요."(나문희)

자살을 결심하고 선언한 딸은 엄마 혼자서도 지낼 수 있도록 마지막 준비를 하다가 그동안 엄마에게 하지 못했던 말을 하고 묻지 못했던 것들을 묻는다. 엄마는 자살하겠다는 딸의 결심을 돌리기 위한 시간을 벌어보지만 극은 예정된 결말을 향해간다.

결국 '잘자요, 엄마'라고 마지막 인사를 건네고 죽음을 선택하는 딸 '제시'는 연극 '억울한 여자' '미스프랑스' 등에서 탄탄한 연기를 보였던 이지하와 연극 '엄마들의 수다' '눈먼 아비에게 길을 묻다'에서의 진실한 연기로 히서연극상 '올해의 연극인상'을 받은 염혜란이 연기한다.

절망에 빠진 요즘 젊은이를 대변하는 '제씨'라는 인물로 삶의 고통과 외로움을 지고 있는 젊은 관객들에게 계속 삶을 지탱해 나갈 수 있을만한 여지와 위로를 전할 예정이다.

"혜란이가 '제씨'를 연기하는 것을 보면 가슴 위로 10t짜리 트럭이 지나가는 것 같다"고 느낄 만큼 그 무게를 느끼고 있다는 이지하는 작품 속 대사를 들며 '잘자요, 엄마'의 의미를 설명했다.

"뭐라도 나를 이 세상에 붙들어 줄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 푸딩이나 콘플레이크라도 진짜 좋아하는 게 있다면 세상에 머물 수 있지 않을까. 이런 대사가 있어요. 우리 연극을 통해서 관객들이 아주 작은 어떤 것이라도 스스로 존재할 의미를 얻을 수 있게 됐으면 해요."(이지하)

염혜란은 "엄마랑 같이 환하게 웃는 장면이 정말 가슴 아프면서도 좋다"며 "'제씨'가 자살을 선택하기 전에 엄마랑 그렇게 웃으며 얘기할 기회가 한 번이라도 있었더라면 뭔가 달라지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잘자요, 엄마'가 가족 간 진솔한 대화의 물꼬를 틀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배우 조재현이 이끄는 수현재컴퍼니가 제작한다. 7월 3일부터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1관. 러닝타임 90분(인터미션 없음), 4만5000~5만5000원. 수현재컴퍼니. 02-766-6506  E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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