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켈 선택에 달린 風前燈火 그리스 운명!
치프라스 '초긴축카드', 메르켈에 통할까!.
이코노믹포스트 | 입력 : 2015/07/10 [09:44]
[이코노믹포스트=황채원기자]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가 예상을 뛰어넘는 '초긴축 카드'를 내놨다.
10일 AP 통신 등에 따르면 그리스 정부는 9일(현지시간) 유로그룹에 최근 국민투표에서 부결된 트로이카(유럽연합·국제통화기금·유럽중앙은행) 채권단의 협상안보다 훨씬 가혹한 개혁안을 제출했다.
향후 2년 동안 재정수지를 120억~130억 유로 개선시키는 내용이다. 이는 채권단과 당초 합의했던 79억 유로(올해 27억 유로, 내년 52억 유로)보다 50억 유로 더 많은 규모다.
그리스의 개혁안은 채권단의 제출 요구 마감 시한인 9일 자정을 불과 몇 시간 앞두고 제출됐다. 그만큼 내부의 논란도 치열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리스가 예상보다 훨씬 강한 긴축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가운데 이 안이 최대 채권국인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마음을 돌릴 수 있을 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 그리스 긴축안 어떤 내용 담겼나
그리스의 새 개혁안에는 연금과 조세제도 개편 등 혹독한 긴축 계획이 담겼다.
그리스는 연금제도를 지속 가능하게 하기 위해 올해 국내총생산(GDP)의 0.25∼0.5%, 내년 국내총생산(GDP)의 1%를 절감할 수 있는 연금개혁안을 도입키로 했다.
이를 위해 조기 퇴직자들에게 불이익을 주고 법정 은퇴 연령은 2022년까지 67세로 상향하기로 했다.
사회연대보조제도(EKAS)에 따른 혜택도 2019년까지 단계적으로 폐지키로 했다.
강도높은 세수 확보 작업도 진행된다. 오는 10월부터 부가가치세율을 ▲ 23%(레스토랑 등) ▲ 13%(에너지·호텔 등) ▲ 6%(의약품·서적·극장)로 단일화한다. 섬 지역의 부가가치세 인하 혜택도 폐지된다.
또 군사비 지출을 올해 1억 유로 줄이고, 내년에는 긴축 규모를 두 배로 늘린다. 법인세율을 현행 26%에서 28%로 상향하고, 농민우대세율과 연료보조금도 없애기로 했다. 사치세를 적용하는 선박 기준도 강화했다.
그리스 정부는 세금 징수를 전담하는 자율적 기관을 설립, 탈세자와 연료 밀수자 등을 적발할 방침이다. 아울러 파산법을 개정하고, 지역공항·항구·전력회사 등에 대한 민영화도 추진한다.
치프라스 총리가 채권단의 요구보다 더 가혹한 긴축 카드를 내놓은 배경은 그리스의 긴박한 자금 사정 때문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 메르켈에게 공 넘어가…설득 가능성은?
그리스 정부는 오는 10일 의회로부터 이 긴축안을 승인받을 계획이다. 하지만 국민투표에서 부결된 안보다 더 가혹한 내용이라 승인 과정이 쉽지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치프라스의 정치적 우군인 급진좌파연합(시리자). 노동조합, 청년그룹 등이 대부분 지난 국민투표에서 '반대'를 선택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치프라스가 의회의 동의를 받아내는데 성공한다면 채권단과의 협상이 타결될 가능성은 매우 높아진다.
그리스는 국제통화기금(IMF) 보고서를 근거로 '30% 부채 탕감과 만기 20년 연장'을 요구해 왔다.
그러나 상황이 급박한 만큼 그리스가 원금 감면은 제외하고 이자율과 만기일 등을 조정하는 '채무 리프로파일링' 수준도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공은 이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에게 넘어갔다.
메르켈 총리는 9일 역시 채무 탕감에 대한 부정적인 입장을 거듭 밝혔다. 하지만 뉘앙스는 다소 달라졌다.
그는 이날 사라예보에서 기자들을 만나 "'고전적' 의미의 채무 탕감은 불가하다"고 말했다. 국제사회는 '고전적'이라는 수식어에 주목하고 있다. 메르켈 총리의 발언이 새로운 형태의 부채 경감 방식을 검토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 도날드 투스크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 등을 비롯한 미국, 영국, 프랑스 당국자들은 그리스에 대한 채무 탕감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하지만 그리스의 최대 채권자인 독일의 메르켈 총리는 "채무 탕감은 논의의 대상조차 아니다"라며 홀로 강경한 태도를 보여왔다. 치프라스의 초긴축안이 메르켈 총리를 설득시킬 수 있느냐에 따라 유로존의 운명은 크게 바뀔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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