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모레퍼시픽 창업주 자녀, 페이퍼컴퍼니 설립 확인
이코노믹포스트 | 입력 : 2016/04/21 [15:03]
[이코노믹포스트=한지연기자] 아모레퍼시픽 창업주인 고(故) 서성환 회장의 자녀가 조세피난처인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한 사실이 확인됐다.
'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 뉴스타파'는 21일 발표한 '조세피난처의 한국인들' 4차 보도자료를 통해 "파나마 법률회사 모색 폰세카의 유출 자료에서 아모레퍼시픽 창업주의 장남인 서영배 태평양개발 회장이 설립한 페이퍼컴퍼니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워터마크 캐피탈(Watermark Capital ltd)'이라는 이름의 이 회사는 1달러 짜리 주식 1주를 발행한 전형적인 페이퍼컴퍼니라고 뉴스타파는 지적했다.
2004년 9월28일 설립된 이 회사는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의 아카라 빌딩에 주소를 두고 있다. 이 빌딩은 모색 폰세카의 버진아일랜드 지점이 있는 곳이다.
페이퍼컴퍼니를 만들도록 중개해 준 회사는'ING 아시아 프라이빗 뱅크'다. 이 곳은 최상위 부유층을 상대로 세무 상담과 자산관리를 해주던 싱가폴 은행이다. 회사 설립을 맡은 담당자는 한국인 김모씨였다.
뉴스타파는 "모색 폰세카 자료에서 은행이 페이퍼컴퍼니 설립을 대행하는 경우는 대부분 해당 은행에 개설된 계좌를 페이퍼컴퍼니의 명의로 돌려놓기 위한 것"이라며 "서 회장의 경우도 ING 아시아 프라이빗 뱅크의 계좌에 들어있는 자산을 숨기기 위한 목적으로 페이퍼컴퍼니를 만들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추정했다.
서 회장은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한 한국인들에 대한 보도가 시작되던 시점인 지난 2013년 이 회사의 주주와 이사 명단에서 사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아모레퍼시픽 창업주의 막내딸 서미숙씨도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씨가 만든 회사의 이름은 '웨이제 인터내셔널(Weise International ltd.)'이다. 이 회사 역시 버진아일랜드의 아카라 빌딩에 주소지를 두고 있었고 2006년 4월28일 설립됐다가 2014년 11월 6일 폐쇄됐다.
이 회사의 주주는 서씨를 포함해 4명이다. 나머지 세 명의 주주는 서씨의 아들로 확인됐다. 서씨의 경우도 ING 아시아 프라이빗 뱅크가 설립을 중개했다. 회사 설립은 오빠와 마찬가지로 한국인 김씨가 맡았다.
뉴스타파는 '주주명부에 자신과 세 아들을 동시에 올려놓은 것은 상속이나 증여 목적으로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한 것은 아닌지 의심해볼 수 있는 정황"이라고 의심했다.
이에 대해 서씨는 "2004년부터 캐나다 이민을 준비했으며 2006년 세무 당국에 신고를 하고 합법적으로 37억원의 외화를 반출했다"며 "페이퍼컴퍼니를 만든 이유는 PB 직원의 권유에 따라 캐나다에 송금한 자금을 운용하기 위해서였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서씨가 이 돈을 캐나다에서 빼내 다른 나라에서 운용한 점, 세 아들을 함께 주주로 등재한 점 등은 의문으로 남는다고 뉴스타파는 지적했다.
◇파라다이스 대표, 모나리자 전 회장, 광주요 회장도 페이퍼컴퍼니 설립
박병룡 파라다이스 대표 등 국내 주요 기업인들도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한 것으로 확인됐다.
박 대표가 이사로 등재된 페이퍼컴퍼니는 '에인절 캐피털 리미티드(Angel Capital Limited)로 1998년 1월22일 설립됐다. 이 회사는 설립 당시 무기명주식 1주를 발행하고 주주를 'Bearer'(익명의 주주)로 등재했다.
또 이 회사는 2003년 6월 주주를 무기명에서 차명 주주로로 교체했다. 차명 주주의 이름은 '브락 노미니스 리미티드(Brock Nominees Limited)'와 '텐비 노미니스 리미티드(Tenby Nominees Limited)'다. 이 두 차명 주주 앞으로 각각 1주씩 주식 2주가 발행됐다.
뉴스타파는 "익명과 차명으로 주주의 정체를 철저히 숨겨 실소유주가 드러나지 않게 한 동안 박 대표는 계속 이 유령회사의 이사로 등재돼 잇었다"며 "실소유주는 따로 있고 그는 관리인 역할을 한 건 아닌지 의혹이 가는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박 대표는 1996년4월 파라다이스 그룹 기획조정실 이사로 입사한 뒤 최고 재무책임자를 지내는 등 주로 재무통으로 활동해 왔다.
이에 대해 박 대표는 "에인절 캐피털 리미티드는 파라다이스 그룹과 무관하며 파라다이스 입사 전 근무햇던 회사의 동료들이 펀드 운용 목적으로 페이퍼컴퍼니를 만들 때 이사로 이름만 빌려준 것"이라고 해명했다.
김광호 모나리자 전 회장은 2008년 5월20일 버진아일랜드에 '트랜스 인터컨티넬탈(Trans Intercontinental Inc.)라는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했다.
김 회장은 지난 1999년 이후 지금까지 10차례 넘게 기업 인수와 매각을 반복하면서 막대한 시세 차익을 벌어들인 인수합병 전문가다.
뉴스타파는 "페이퍼컴퍼니가 존속하던 2008년 5월부터 2012년 11월 사이에도 김 전회장은 웨스텍코리아를 예림당에 , 엘칸토를 이랜드에 매각해 450억원을 벌었다"며 "이런 매각과 페이퍼컴퍼니가 관련성이 있는지에 대해 여러 차례 입장을 물었지만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조태권 광주요 회장은 1998년 8월12일 바하마에 '와 련 엔터프라이즈 리미티드(Wha Ryun Enterprise Limited)'라는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했다.
와 련 엔터프라이즈의 이사는 조 회장과 아내 성복화씨로 돼 있다. 이 회사는 1달러 짜리 주식 1주씩을 무기명으로 주주 1과 주주2에게 발행했다.
뉴스타파는 "조 회장 부부가 이 유령회사의 실소유주인 것으로 추측되는데 주주의 정체를 왜 무기명으로 해두었는지 의문"이라며 "조 회장은 '페이퍼컴퍼니는 전혀 모르는 일'이라며 설립 사실 자체를 부인했다"고 밝혔다. E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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