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한은이 전날 공개한 7월 금통위 의사록에 따르면 금융통화위원 다수는 물가 안정세와 내수 부진에도 급증하는 집값과 가계부채를 경계하며 금리를 낮추는 데 주저했다. 금통위는 이달 11일 열린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12회 연속 만장일치 의견으로 3.5%로 묶었다.
3개월 연속 2%대 기록하며 둔화되고 있는 소비자물가 하락세와 6분기 만의 마이너스 성장률에도 금통위가 금리 인하를 망설이고 있는 것은 최근 집값 오름세가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이 영향으로 가계부채 역시 치솟고 있다.
의사록에서 한 금통위원은 기준금리를 위한 두 가지 전제조건으로 외환 시장 안정과 구조조정 및 부동산 가격 안정을 거론했다. 이 위원은 "금리 인하가 경제의 구조조정 노력을 되돌리거나 일부 지역의 부동산 가격 상승을 촉발하는 계기가 돼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다른 위원은 "가계대출은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 하락, 정부의 정책대출 공급 등에 예상을 상회하는 증가세를 보였고, 아파트 매매 및 전세 가격도 수도권을 중심으로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다"면서 "과거 패턴을 고려할 때 전반적인 주택시장 과열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위원은 "과거 경험상 주택 가격과 가계부채 규모와의 상관관계가 상당히 높은 편이어서 주택 가격 상승 추세가 지속될 경우 가계부채가 다시 큰 폭으로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7월 넷째 주(22일 기준)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 대비 0.06% 상승하며 지난주(0.05%)보다 상승 폭이 확대됐다. 수도권(0.13%→0.15%) 및 서울(0.28%→0.30%)의 상승 폭이 커진 상황이다. 특히 서울은 18주 연속 상승세를 보였다.
이 결과 가계대출도 치솟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주요 시중은행의 주담대 잔액은 지난 25일 기준 557조4116억원으로 한달 채 안돼 5조2600억원 급증했다. 주담대 잔액은 5월 5조3157억원, 6월 5조8467억원으로 올해 들어 최고치를 경신했다.
의사록에서는 정부의 스트레스DSR 연기 시행 효과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정부는 은행과 2금융권 주담대에 스트레스금리의 50%를 적용하는 2단계 시행일을 기존 7월에서 9월로 미루고, 전 금융권에 100%를 적용하는 3단계를 내년 하반기로 연기한 상태다.
한 금통위원은 "주택 가격 상승은 가계부채 증가뿐 아니라 주거비 상승으로 이어져 가계소비 제약과 물가상승 압력으로 이어질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면서 "최근 주택 매매거래가 실수요자 중심으로 이뤄져 주택매매가격이 대출금리에 민감하게 반응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해당 위원은 "주택 매매 가격이 대출금리에 민감하게 반응할 가능성이 높아진 것 같다"면서 "이에 정책대출과 스트레스DSR을 포함한 거시건전성정책 추진 상황을 감안해 주택시장으로의 유동성 유입 상황을 면밀하게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위원은 "정책 효과의 부문별 상충 정도 등을 다시 한번 재점검하고,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거시건전성 정책과의 조합 모색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의사록에서 금리 인하를 위한 선제조건으로 부동산 가격 안정이 등장하는 한편 정부와 같은 박자를 내고, 스트레스DSR 등 정책 효과를 봐야한다는 견해가 나오면서 한은이 미국보다 선제적으로 금리를 낮추기 어려울 것이라는 시각에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서 연준이 9월 금리 인하 가능성은 100%를 기록했다. 0.5%포인트 이상 내릴 것이라는 의견도 10%다. 스트레스DSR 3단계 시행이 9월부터 시행되는 만큼 정책 시행에 따른 효과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8월 인하는 이르다는 해석이 나온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집값에 대한 우려가 높았고, 거시건전성 추진을 감안해야 한다는 언급도 나왔다"면서 "8월보다 10월 인하 가능성이 우세해진 것으로 보이며, 7월 의사록만 봐서는 8월 인하 소수의견 2명도 기대하기 어려워진 상황"이라고 풀이했다. E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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