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주민 상비약 ‘빙두’(필로폰) 지고 ‘아편’이 뜬다무상의료 붕괴되며 마약이 치료약 둔갑
|
[이코노믹포스트=양승진 북한 전문기자] 북한에서 ‘빙두’(필로폰)가 사라지고 ‘아편’이 뜨고 있다는 소식이다.
북한 당국의 주도로 재배해 외화를 벌어오던 아편과 빙두가 국내 시장에서 고수익 상품으로 판매되는 동시에 무상 의료제도가 마비되며 주민 상비약으로 둔갑됐다. 학생부터 어른까지 각종 치료제로 빙두가 사용돼 왔는데 최근에는 아편으로 대체되고 있는 중이다.
자유아시아방송(RFA)은 10일 함경남도의 한 소식통을 인용해 “고원군에서 아편(양귀비)을 재배해 암시장에 파는 농가가 많다”며 “내가 사는 산골 마을에는 열 집에 다섯 집은 아편을 심는다”고 전했다.
소식통은 “가정 비상약을 준비하는 목적으로 텃밭에 아편을 심는 경우도 있지만 판매 목적으로 재배하는 농가가 절반 이상”이라고 말했다.
북한 당국도 아편을 많이 심으면 통제하지만 20평 정도의 텃밭에 치료용으로 심는다고 하면 암묵적으로 눈감아준다는 게 소식통의 전언이다. 국가의료체계가 붕괴돼 치료받지 못하는 주민들의 상황을 어느 정도 의식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소식통은 “암시장에서 판매되던 빙두가 작년부터 점점 줄어들더니 올해는 현물을 사기 어려워진 것도 아편 재배가 급증하는 배경”이라고 밝혔다.
빙두가 사라진 것은 원자재 수급이 막혔기 때문이다.
소식통은 “빙두 제조를 위해서는 중국에서 밀수로 수입한 원자재가 필요한데 코로나 봉쇄 해제 이후에도 국경 밀수는 철저히 통제돼 북한 내에서 생산돼 유통되던 빙두가 대폭 줄었다”고 설명했다.
필로폰 제조에 쓰이는 주요 원자재는 페닐초산과 에페트린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주민들의 아편 소비는 오히려 증가했다”며 “요즘엔 아편 주사를 맞으면 가슴에 한이 쌓여 죽고 싶던 사람도 기분이 좋아진다는 얘기가 공공연하게 도는 추세”라고 전했다.
평안남도의 한 소식통도 “요즘 신양군에서는 두통과 설사에 빙두가 아니라 아편을 사용한다”며 “아편을 심는 농가가 많아져 언제든 살 수 있다”고 말했다.
소식통은 “농민들이 판매 목적으로 아편을 텃밭에 심는 것은 드물었지만 코로나 봉쇄로 장사가 막히며 일부 농민들이 아편 재배로 생계를 이어 갔고, 이것을 보고 따라 하는 농민들이 늘어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텃밭에 강냉이를 심지 않고 아편을 심으면 강냉이를 심어 수확하는 량의 몇 배 수익을 얻게 된다”며 “평안도의 경우 7~8월이면 아편 꽃망울을 칼로 금을 그어 받아낸 진액은 말려 팔고 꽃대 역시 말려서 판매한다”고 밝혔다.
특히 소식통은 이렇게 아편 사용이 증가한 것은 눅은(싼) 가격 때문이라고 지적이다.
그는 “아편 진액 1g 가격은 5000원(한화 약 416원), 아편대 1㎏은 1000원(약 80원)으로 빙두보다 가격이 훨씬 싸서 없어서 못 파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빙두는 1g에 1만8000원(약 1503원)으로 아편 진액의 3배가 넘는 것으로 전해졌다.
빙두가격이 비싼 이유는 초기비용에서 차이나기 때문으로 아편 재배는 호두 크기 만한 아편 열매 한 개에 깨알보다 더 작은 씨가 가득 있어 몇 개의 열매를 얻어 밭에 뿌리면 아편이 자라기 때문에 텃밭만 있으면 초기비용이 들지 않는 반면, 빙두는 최소 3000달러(약 403만원)를 투자해 원료와 자재를 구입해야 200g 정도의 현물이 나오기 때문에 당연히 가격이 비쌀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북한 가정에서는 두통과 설사 등 각종 급성 질환의 치료제로 빙두나 아편 진액 등을 상비약으로 준비하는 경우가 흔하다. 병원에 가서 치료받기 어렵고 돈이 있다고 해도 약을 구할 수 없기 때문이다. 보통 아편 진액은 동그란 환으로 만들어 상비하고 말린 꽃대는 달여 먹는다. 빙두는 뇌출혈 등에 대비해 잘사는 간부들이 상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EP
ysj@economicpost.co.kr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