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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호조·물가안정' vs '내수침체·세수부족' 명암2년 연속 무역수지 적자 탈출 유력…10개월째 수출 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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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믹포스트=김지혜 기자] 한국 경제가 올해 들어 수출 둔화세에서는 벗어났지만 앞길은 첩첩산중이라는 진단이다. 반도체가 이끄는 제조업에서는 뚜렷한 수출 증가세를 보이고 있지만 고금리 장기화로 내수 회복이 지연되면서 경기 개선을 제약한다는 분석이다.
폭증하는 가계빚은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기초여건)을 흔들 수 있는 악재로 꼽힌다. 가계빚이 늘면 민간 소비를 옥죌 수 있는데 이런 상황이 장기화되면 가계 경제가 무너지고 그 여파가 금융위기로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정부도 고민이 큰 상황이다. 당장 금리 인하에 대한 필요성은 커졌지만 불어난 가계 빚과 과열된 부동산 시장을 고려할 때 금리를 내리면 부동산 가격 상승을 부추길 수 있고 외환시장의 변동성을 높일 수 있어 결단을 내리지 못하는 모습이다.
재정을 투입해서 내수 침체를 극복하는 것도 쉽지 않다. 지난해 국세수입이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56조원 덜 걷힌데 이어 올해도 30조원 안팎의 세수결손 가능성이 높아 정부 주도의 세수 진작책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평가다.
◇ 2년 연속 무역수지 적자 탈출 유력…10개월째 수출 플러스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2023년 연간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수출은 6326억90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7.4% 줄었다. 당초 정부는 6850억 달러의 수출액을 목표로 제시했지만 500억 달러 이상 차이가 발생했다.
주력 품목인 반도체 수출이 전년대비 23% 가량 감소한데다 석유화학 제품의 대(對)중국 수출 감소가 15% 가량 줄어들면서 전체적인 수출액이 쪼그라든 것으로 나타났다. 수출 감소에 따른 무역수지는 99억7000만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무역수지는 2022년 477억8000만 달러 적자를 기록한 이후 2년 연속 적자에 빠졌다. 우리나라 무역수지가 2년 연속 적자를 기록한 것은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이후 처음일 정도로 심각하게 받아들여졌다.
다만 2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지만 기대감도 공존했다. 무역수지 적자폭이 개선됐고, 지난 2020년 10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감소했던 수출액이 반도체 단가 회복, 미국 시장 확대 등에 힘입어 10월 이후 증가세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이런 기대감은 현실이 됐다. 수출은 지난해 10월 이후 올 8월까지 11개월 연속 플러스 흐름을 이어갔고 주력 수출품목인 반도체는 지난 5월부터 4개월 연속 110억 달러가 넘는 호실적을 이어가며 수출 상승세를 견인하고 있다.
◇ 물가 상승률도2.0% 수준 안정세…체감물가는 여전히 높아
끝모르게 치솟던 물가도 안정세를 되찾았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41개월 만에 가장 낮은 2.0%를 기록했고 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 지수(근원물가)는 3년 만에 1%대 상승폭을 보이는 등 지표상 안정화 추세라는 평가다.
정부는 추세적인 물가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가 안정적인 흐름을 지속하고 있는 만큼 추가적인 충격이 없다면 올 하반기에도 2% 초중반의 물가상승률을 유지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다만 소비자물가의 하향 안정화 추세에도 서민들이 느끼는 체감 물가는 여전히 높다는 의견이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누적된 물가 상승으로 인해 소비자들이 느끼는 물가는 통계와는 괴리가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올해 8월까지 평균 소비자물가지수는 113.94로 2020년(물가지수 100)과 비교했을 때 13.94% 상승했다. 단적인 예로 2020년 1만원에 구매할 수 있었던 제품을 올해는 1만1394원에 사야 한다고 해석할 수 있다.
그동안 요금 인상을 자제해온 에너지 공기업들의 요금 인상도 서민에겐 부담이다. 이미 한국지역난방공사가 7월 들어 지역난방 요금을 9.53% 올린 데 이어 한국가스공사도 지난달 도시가스 주택용 도매 요금을 6.8% 올린 바 있다.
◇ 내수 부진이 韓 경제 성장에 걸림돌…불황형 소비 우려↑
고물가·고금리 영향으로 내수가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는 모습이다. '내 월급 빼곤 다 오른다'라는 말처럼 벌어 들이는 돈보다 써야 할 돈이 많아지면서 주머니 사정이 녹록지 않은 서민들은 지출을 줄일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물가 안정이 소비 진작으로 이어짐과 함께 수출 호조세에 따른 기업실적 개선이 투자여력을 늘려 설비투자 확대가 동반돼야 경제가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이상적인 상황인데 현재는 내수 부진이 우리 경제를 위협하는 상황이다.
일부에선 '소득감소→불황형소비→내수부진→투자위축→고용악화→소득감소'로 이어지는 불황형 인플레이션 현상이 나타날 경우 피라미드 형태로 구축된 우리나라 경제의 근본적인 체제가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내수 부진에 대한 해결책으론 금리인하가 꼽히지만 올해 2분기 가계빚은 3000조원을 넘어서며 한국은행의 고민을 키운다. 금리를 내리면 투기성 자금의 대출 수요를 자극할 수 있고 부동산 불안을 넘어 금융위기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국제결제은행(BIS)은 정례 보고서를 통해 "한국의 경우 국내총생산(GDP) 대비 민간신용 비율이 100% 선을 웃돌면서 경제성장률도 정점을 찍었다"며 가계 부채가 우리 경제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 돈 없는 재정당국, 경기부양 위한 확장재정도 여력 없어
재정당국이 하반기 예산을 투입해 내수 부진을 극복하는 것도 쉽지 않다. 올 상반기 경기 부양을 위해 재정이 집중 투입된데다 지난해 예상했던 세금 수입도 예상을 하회하면서 여력이 없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정부는 당초 올해 367조3000억원의 세금을 걷을 수 있다고 예상했지만 7월까지 걷힌 세금은 208조8000억원에 불과한 상황이다. 연말 기준으로는 32조원의 세수 결손이 발생 가능성이 높고 세수 오차율은 7~8% 수준으로 전망된다.
세수 펑크를 막기 위해선 반회계와 특별회계에서 불용되는 예산을 합하고 공자기금 활용, 교부세 및 교부금 미지급 등을 통해 예산을 메꿔야 하는데 불용 예산 확보를 위해 써야할 곳에 돈을 사용하지 못하면 내수에도 악재가 될 수 있다.
또 연간 재정집행 계획 561조8000억원 중 상반기에 357조5000억원(63.6%)의 예산을 집행한 것도 하반기 재정투입을 가로막는 요소다. 이미 상반기에 전년대비 19조2000억원 증가한 재정을 집행해서 하반기에는 투입되는 예산 규모가 적을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경제 수장인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지난달 27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내수진작을 위해 기업과 민간의 경제 활동을 촉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다만 이를 위한 방안으로는 "규제완화 등"이라고 언급하며 "확장재정의 경우 부채의 역주행 현상을 일으켜 부채가 늘어나게 된다"고 선을 그었다.
최근엔 가계빚 증가를 막기 위해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추가적인 건전성 강화 조치를 추진하는 등 가계대출과 시중 유동성 전반에 대한 모니터링 및 관리를 강화하겠다"며 원론적 답변을 되풀이했다. E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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