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포스트=주장환 논설위원] 우리 국민들의 의사에 대한 존경심은 대단하다. 우리나라에 처음 들어온 미국인 의사 알렌같은 사람이 이 땅에서 보여준 혁신적 의료기술과 봉사정신, 인간애 등은 당시 사람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그러나 뭐니뭐니해도 지금의 장년층 사람들에겐 조선시대 명의 허준이 상당한 영향을 끼쳤다. 그 이유는 허준에 대한 드라마때문이다. 1976년 ‘집념’, 1991년 ‘동의보감’, 1999년 ‘허준’, 2013년에 ‘구암 허준’이란 이름으로 방영되었는데 공전의 히트를 쳤다. 사람들은 이 드라마를 통해 의사들의 고충과 애환을 잘 이해하게 되었으며 더욱 친근하게 다가갔다. 그리고 존경심도 동시에 올라갔다. 필자도 이 범주에서 늘 의사들을 바라봤다. 그러나 최근 의사들의 발언을 보면서 큰 충격을 받았다. 내뱉는 말이 이전에 들어본 적 없는 거칠고 공격적이었기때문이었다. 대한의사협회 박용언 부회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간호협회의 한 보도자료를 캡처해 올리며 “그만 나대세요, 그럴거면 의대를 가셨어야죠. 장기 말 주제에 플레이어인줄 착각, 참 오지시네요”라고 썼다. 그러면서 “주어 목적어 생략합니다. 건방진 것들”이라고 덧붙였다. 강선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열린 '의료계 비상상황' 관련 청문회에서 참고인으로 출석한 임현택 의협 회장에게 '미친 여자'라는 말을 들었다고 털어놓았다. 임 회장은 "표현의 자유 영역"이라고 반박했으나 수긍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 같다. 지난 봄에는 주수호 당시 의협 비대위 언론홍보위원장이 의사를 '매 맞는 아내', 환자를 '자식', 정부를 '폭력적 남편'에 빗대 "매 맞는 아내가 자식 때문에 가출 못할 거라고, 자식을 볼모로 폭력을 행사하는 남편과 무엇이 다르냐"고 말했다. 의사·의대생만 이용할 수 있는 온라인 커뮤니티 '메디스태프'에는 "(환자들이) 응급실을 돌다 죽어도 아무 감흥이 없다", "더 죽어서 뉴스에 나왔으면 하는 마음뿐"이라는 글이 올라왔다. 여론조사 결과, 전 국민의 60%에 가까운 58.2%가 의사증원을 바란다고 했다. 또 우리나라의 인구 1000명당 임상(진료) 의사 수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하위로 나타났다. 의사가 한시라도 빨리 늘어나야 하는 이유다. 의협은 정부가 의대증원에 관한 대안을 마련해 달라는데도 완전히 묵살하고 있다. 안하무인이라는 말이 나오고 자기들 밥그릇만을 생각한다는 비난이 쏟아져도 할 말이 마땅치 않다. 과거 우리나라 보통 사람들이 의사라는 이미지를 떠올릴 때 주로 들은 말이 히포크라테스의 선서다. 여기에는 희생· 봉사 등의 의료인의 소명(召命)이 담겨져 있다. 이대로 간다면 그나마 남은 존경심은 사라지고 그저 그런 보통 직장인과 같은 대접을 받게 될 것이다. 안타까운 일이다. EP jjh@economicpost.co.kr <저작권자 ⓒ 이코노믹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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