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두 번째 임기가 문을 열었다. 1기 때 그의 ‘아메리카 퍼스트’ 정책으로 이런저런 문제에 시달려 왔던 우리로서는 어려운 상대를 다시 만나는 셈이다. 가장 우려되는 것은 동맹에 대한 그의 불편한 시각이다. 트럼프는 우리나라가 방위비를 더 많이 부담해야 한다면서 증액을 요구해 왔다. 이번에 그 압력이 더 심해질 것이다. 전문가들은 한미 간에는 연합훈련, 전략자산, 방위비 등 동맹 운용을 둘러싼 논란이 늘어날 것이며 미군 철수 내지 감축 주장이 부상할 가능성도 배제 하지 못한다고 했다. 북한이 고도의 미사일 능력을 증강시키고 핵무기로 위협하는 상황에서 트럼프의 이런 사고방식은 여러가지 어려움을 몰고 올 것이다. 선거 전 그는 나토에 대해서도 유사한 논리를 폈다. 이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다. 전쟁을 끝내겠다고 벼른 만큼 우크라이나가 손해보는 시나리오가 현실이 될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현재 점유한 영토를 유지하는 방식으로 종전을 구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스라엘과 중동 일부 국가간의 공방도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예측하기 어렵다. 그간 우리 정부는 미국과의 동맹을 강화시키고 한미일 안보협력 및 나토와의 협력 강화에 매진해 왔다. 이제 트럼프가 동맹을 자신에게 해를 끼치는 존재로 여기고 한미 동맹을 거래수준으로 격하시킨다면 정책 방향을 재조정해야 할지도 모른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확장억제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입을 모은다. 장사꾼 기질의 트럼프가 북한의 미국에 대한 핵 공격을 무릅쓰고 우리나라에 확실한 핵우산을 보장할 것인지 의문이 커질 것이다. 트럼프는 자신이 계속 집권했다면 지금과 같은 북핵 대결 상황은 없었을 것이라고 큰소리쳐 왔다. 이런 가운데 북한과 미국이 직거래 한다면 한미 동맹이 이완을 물론이고 우리나라만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기’가 될 가능성도 높다. 트럼프노믹스 2.0은 전 세계 보호무역 장벽을 높이고, 미국 중심의 제조업재편을 가속화해 대외 의존도가 높은 국내산업에 부정적 영향이 예상된다는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반도체, 배터리 등 우리가 공을 들였던 분야에서도 타격을 입을 수 있다. 바이든 행정부가 약속한 칩스법(반도체 지원법) 보조금도 어디로 튈지 예측 불가능하다. 칩스법에 따라 삼성전자는 미국에 440억달러(약 61조원)를 투자하고 64억달러의 보조금을 받게 돼 있다. SK하이닉스는 투자금 38억7000만달러, 보조금 4억5000만달러다. 아직 이들이 받은 보조금은 거의 없는데 트럼프가 취소할까 걱정된다. 여기다 미국과 중국의 갈등은 더욱 심화될 수 있다. 트럼프는 중국을 글로벌 공급망에서 전면 배제하고 징벌적 관세율을 60% 이상 부과하며 첨단산업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겠다고 했다. 이제 어차피 트럼프의 재집권은 현실이 되었다. 그 여파는 우리 뿐 아니라 전세계에도 영향을 줄 것이다. 차분하고 정리된 마음으로 향후 발생할 여러가지 돌발적 사건에 대해 미리 대비하고 사안 별로 최선을 다해 대처해 나가는 수 밖에 없다. 야당도 정부 때리기에만 몰두하지 말고 국익을 위해 좋은 안을 마련하고 협조하여야 한다. 그게 세계 10대 선진국인 대한민국 야당이 진짜 할 일이다. EP webmaster@economicpost.co.kr <저작권자 ⓒ 이코노믹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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