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포스트=주장환 논설위원] ‘돌아온 장고’라는 서부영화가 있다. 미국 남부와 멕시코의 국경지대에서 장고라는 낯선 총잡이가 커다란 관을 끌고 마을에 등장하면서 시작되는 이 영화는 마카로니 웨스턴의 대표작이다. 마카로니 웨스턴은 이탈리아의 대표적인 음식인 스파게티에서 따온 이름이다. 60년 대 일본을 중심으로 마카로니 웨스턴(マカロニ·ウェスタン)이라는 말이 사용되면서 우리 영화계에서도 회자되었다. 미국 서부극과는 다르게 선악의 구분이 모호하다. 주인공도 무조건 선과 정의를 갖춘 영웅이 아니다. 프랑코 네로가 주연한 이 영화는 자신의 아내를 죽인 원수를 갚는다는 고독한 킬러의 복수극을 그리고 있다. 지금 보면 구태의연한 설정이지만 당시에는 제법 인기를 모았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존 웨인이나 클린트 이스트우드. 게리 쿠퍼같은 정통 미국 서부극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처럼 정의나 의리로 무장하지 않으며 무엇이 선인지, 무엇이 악인지 보여주지 않는다. 싸우는 이유는 단 한가지, 복수와 탐욕이다. 돈 앞에서 정의고 의리는 없다. 남보다 더 잘먹고 더 잘살아보겠다고 미쳐 날뛰는 위악스러운 인간 군상들의 처참한 종말을 보여줄 뿐이다. 이 영화는 어찌보면 돈과 마약, 술로 미국 사회를 흔들었던 이탈리아 마피아의 존재를 미리 들여다보는 <대부> 같은 영화의 밑자리 같은 것일 수도 있겠다. 자유, 평등, 박애, 정의 등의 청교도 정신으로 무장한 서부개척시대의 미국인들과는 달리 오직 살아남는 것이 제1의 덕목이었던 또 다른 이민시대의 생존법을 그렸기 때문이다. 현대판 장고, 트럼프가 다시 돌아왔다. 그는 하루 16번 거짓말을 하고 온갖 성적 추문과 형사 사건에 연루돼 있다. 서민들이 볼 때 그는 그저 범죄자일 뿐이다. 그런 그를 미국인은 선택했다. 마카로니 웨스턴 속 장고같은 인간이 되어도 좋으니 미국민끼리 잘 먹고 잘 살게 해달라는 이야기다. 세상은 혼자 잘 먹고 잘 사는 그런 법은 없다. 미세한 박테리아나 각종 세균, 들판의 보이지 않은 꽃과 나무들 까지도 서로 협력하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다. 미국은 2차 대전 이후 여러 동맹국과 협조하면서 세계를 이끌어 왔다. 그 덕분에 대부분의 동맹이 위기를 극복하며 성장해 왔다. 그것은 인류 성장의 거대한 플랫폼이었다. 이제 트럼프의 조카인 메리 트럼프의 말처럼 “세계의 보건, 경제안보 및 사회구조를 위협”하는 별종이 다시 한 번 세계 최고의 권력을 잡았다. 영화는 그래도 보는 재미라도 있지 이 사람은 정말 불안하다. EP jjh@economicpost.co.kr <저작권자 ⓒ 이코노믹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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