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포스트=주장환 논설주간】20·30대의 출렁거림이 탄핵정국을 강타하고 있다. 20·30대는 계엄령 선포 초기만 해도 야당 지지 성향을 보였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차츰 바뀌더니 지금은 50% 이상이 탄핵반대에 동참하고 있다. 서부지방법원 사태로 체포된 사람들 중 20·30대가 다수를 차지한 것도 불의에 민감하고 정의와 공정, 상식을 원하는 청년들의 인식이 드러난 것이라 볼 수 있다. 계엄령 선포의 잘잘못 여부를 떠나 윤석열 정부에 대한 야당의 발목잡기와 이재명 대표 방탄, 입법폭주, 탄핵 남발, 예산삭감, 공수처의 불법행위, 편파적인 법원의 태도 등에 반감을 가지게 되었다는 것이다. 특히 카톡 검열, 여론조사업체 관리 법안, 보수 유튜브 및 1타 강사 고발 등은 마른 섶에 불을 당긴 격이었다. 게다가 북한의 지령을 받고 암약한 민노총 간첩사건, 더불어 민주당의 간첩법 개정 반대 등도 거부감을 상승시켰다. 탄핵반대 집회를 찬성 집회로 왜곡 보도하는 등 언론의 편파 방송 및 보도도 이들을 자극시켰다. 서부지법에서 일어난 불미스러운 일들은 이런 인식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여야 및 좌우를 넘어서서 원칙과 정당성을 통해 적극적인 삶을 운영하는 마인드셋을 가진 이들 세대 중 일부는 이번 탄핵반대 운동을 민주화 운동이라고 지칭하기도 하는 걸 보면, 이른바 ‘1987년 체제’의 스펙트럼 안에서 40여 년을 살아왔던 세대의 입장에서는 격세지감이 느껴지기도 한다. 이들 세대는 안보관도 투철하다. 자유민주주의 질서를 풍요롭게 향유했던 이들에게 공산주의는 악몽이다. 연평해전, 천안함 사건 등을 눈으로 직접 봐 왔고 탈북민들에 대한 소식도 비교적 자유롭게 들으면서 자연스럽게 형성된 사고관이라 하겠다. 우리 사회 일부에서는 우리 역사가 자학사관이라며 고종, 영조, 중종, 동학혁명 등에 살을 붙이고 미화하는 작업을 해왔다. 그런데 정작 해방 이후 대한민국에 대해서는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나라’ 라는 등 자학사관으로 일관해 왔다. 이런 편협한 사고에 수십 년간 가스라이팅 되어 있던 40·50대의 맹목적 사관은 20·30대의 눈에 조선조 성리학 곰방대를 물고 눈을 부라리는 틀딱으로 보이는 것이다. 과거 운동권은 독재 정권에 맞선 반독재 투쟁의 명분을 내세웠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이들의 투쟁 방식은 왜곡되어 민주적 권리를 억압하고, 타인의 목소리를 억누르는 전체주의적 행태로 변질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들의 정치적 지향은 한마디로 말해 '레짐 체인지(regime change)'에 다름 아니었다. 이명박 정부를 위협해 반신불구로 만들더니 박근헤 탄핵, 이제는 윤석열 탄핵으로 모든 보수 정부 기능을 마비시키고 정권을 찬탈하려 하고 있다. 한때 진보의 서사(narrative)는 정의와 민주화를 독점했다. 서사의 자장(磁場)은 파괴적 힘을 가진다. 어느 쪽이 장악하느냐에 따라 그 자장은 영혼까지 지배한다. “내가 세상을 버릴지언정 세상이 나를 버리게 하지는 않겠다”는 조조의 말이 서사 속 소품과 만날 때 이는 선동, 폭력, 파괴 등을 낳는다. 이 무시무시한 힘은 1991년 “죽음의 굿판을 걷어치우라”는 김지하 시인의 호소에도 불구하고 대한항공 자작극설, 광우병 괴담, 세월호 미군 폭침설, 천안함 미군 잠수함 충돌설, 사드 튀김설, 연평도 포격 유도설 등 수많은 가짜 뉴스로 국민들을 속이고 이간질 해왔다. 억압받는 노동자·농민이 들불처럼 일어나서 권력자와 가진 자를 처단한다는 혁명신파극이나 ‘억지 춘양’ 격 역사극은 이제 그 수명을 다했다. 길바닥에 드러눕고 화염병 던지고 시체를 들고 돌아다니며 침을 퇴퇴 뱉는 내로남불 혁명가 놀음은 이제 종말을 고한 것이다. 민주화는 이미 열매를 맺은 가치다. 민주화 이후 한국 보수는 인권, 복지, 사회통합, 다양화된 이념 체계, 규제완화 등에 부합하는 새로운 자유주의 이념을 정립하지 못하고 어영부영해 왔다. 이러는 사이 좌익은 반민주, 일당독재, 종북, 종중, 반일 몰이 죽창가로 퇴행을 거듭해 왔다. 국민들은 공정한 복지사회를 원하고 있다. 이제 우리는 새로운 정의와 가치를 찾아 나서야 한다. 창조적이고 혁신적이며 민주적이고 자유를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젊은 지성들이 이 나라를 이끌어나가야 한다. 586은 30년 이상 해 먹은 진영의 서사를 이제 내려놓고 새로운 세대들이 이 나라의 앞날을 열어갈 수 있도록 퇴로를 열어줘야 한다. 그것이 20·30대와 그 아래 세대들이 풍요와 사랑, 정의가 넘치는 대한민국에서 잘 살 수 있게 만드는 길이다. EP jjh@economicpost.co.kr <저작권자 ⓒ 이코노믹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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