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포스트=임동현 기자】 오늘은 '추억의 맛' 이야기를 해야할 것 같다. 지금은 사라진 동네 묵밥집 이야기다. 그 집은 본래 냉면과 만두, 만두전골 등을 파는 음식점이었고 만두를 직접 만들고 쪄서 팔았던 식당이었다. 그리고 여름 시즌에 팔았던 음식이 바로 묵밥이었다. 종종 고깃집 같은 곳에서 길쭉하게 썬 도토리묵에 육수를 부은 '묵사발'을 맛본 적은 있었지만 묵밥을 먹어본 적은 사실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날도 지금처럼 더운 여름날이었다. 술 한 잔을 하고 집으로 가던 중에 갑자기 허기가 느껴졌다. 쓰린 속도 풀고 싶었고 더운 날씨에 술 한 잔이 들어가니 몸이 더 더워지는 순간이기도 했다. 그 때 눈에 띈 집이 바로 이 집이었다. 원래는 시원한 물냉면을 먹어보자는 생각으로 식당에 들어갔는데 메뉴판에 '묵밥'이 눈에 띄었다. 한 번 먹어볼까하는 마음으로 묵밥을 시켰다. 반찬들이 나오고 잠시 후, 냉면 그릇 가득한 묵사발과 밥 한 공기가 나왔다. 묵사발에 밥을 말아서 먹는 것이었다. 길쭉하게 썬 도토리묵과 잘게 썬 신 김치와 오이, 김가루와 참깨, 그리고 각종 양념을 넣은 육수로 이루어진, 살얼음이 살짝 잡힌 묵사발이었다. 일단 국물부터 마셔보니 시원하면서도 매콤한 맛이 속을 달랜다. 묵 한 조각을 먹어보니 상당히 부드럽다. 과장을 조금 보태면 이가 없어도 사르르 녹여서 먹어도 되겠구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시큼한 김치와 고소한 김은 묵사발의 맛을 돋군다. '매콤 달콤 시원 고소'. 이 여덟 글자로 맛 표현은 끝이다. 그리고 이제 밥을 넣는다. 밥은 따뜻하다. 살얼음이 있는 육수에 따뜻한 밥이 들어가니 색다른 맛이 났다. 따뜻한 밥이 찬 기운을 잠재우면서 밥알은 더 탱탱해지고 국물은 딱 먹기 좋은 온도가 됐다. 미지근한 느낌이 아니라 한기가 사라진, 진정한 시원함이 느껴진다. 그렇게 밥과 함께 묵을 비우고 국물을 들이키니 어느새 그릇이 싹 비었다. 묵밥은 겨울에도 따뜻하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이기도 하지만 개인적으로 묵밥이 가장 맛있을 때는 여름이다. 바로 묵사발과 따뜻한 밥이 만나 이루어지는 '시원한 맛'을 즐길 수 있는 때이기 때문이다. 차가운 묵사발 그 자체만으로 더위에 반가운 음식이지만 급하게 먹다보면 갑자기 머리가 '띵~'하는 상황을 맞을 수 있다. 그리고 찬 음식은 자칫 몸에 탈을 일으킬 수도 있다. 이 때 따뜻한 밥 한 그릇을 넣어주면 차가움이 아닌 시원함으로 바뀌고 먹기도 한결 수월해진다. 그 '시원한 맛'은 여름 더위가 한창일 때 느낄 수 있다. 그 맛을 알게 해주고 종종 쓰린 속을 풀어주었던 묵밥집이 있던 자리에는 지금은 프랜차이즈 족발집이 들어섰다. 물론 어딘가에서 똑같은 맛의 묵밥을 만날 수 있겠지만 묵밥을 처음 먹던 때의 느낌, 그리고 동네 묵밥집이 준 시원함은 어떤 집도 흉내낼 수 없을 것 같다. 그 추억의 맛을 떠올리며 오늘 묵밥 한 그릇을 먹어볼까하는 생각을 해본다. EP ldh@economicpost.co.kr <저작권자 ⓒ 이코노믹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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