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전작권 전환, 백 번도 더 신중해야 한다

이코노믹포스트 | 기사입력 2025/07/14 [07:37]

【사설】 전작권 전환, 백 번도 더 신중해야 한다

이코노믹포스트 | 입력 : 2025/07/14 [07:37]

지난달 13일 오전 경기 동두천시 캠프케이시에서 새로운 부대와 교대해 본국으로 귀환하는 주한미군 제2보병사단 제1스트라이커여단 장갑차들이 대기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주한 미군 전력 이동설에 이어 감축설, 그리고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 문제가 연이어 터져 나오고 있다.

지난 5월, 월스트리트저널(WSJ)이 “국방부가 주한 미군 4500명을 철수시켜 괌으로 재배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한 이후 나타난 빠른 변화다. 이는 지난해 미국 의회가 주한미군 주둔을 지지하며, 국방수권법으로 2만 8500명 규모 유지 조항을 명시했던 때와는 다른 변화다. 여기에는 대만해협 유사시 한국의 반대로 주한 미군 활용을 제대로 할 수 없다는 미국의 의식이 깔려있다.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장관의 수석 고문을 지낸 댄 콜드웰과, 워싱턴 DC의 싱크탱크 ‘국방 우선순위(Defense Priorities)’의 제니퍼 캐버노 선임연구원은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서 현재 약 2만 8500명 수준인 주한 미군 중, 지상 전투 병력 대부분을 철수하고 약 1만명 정도만 남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미국이 8월에 발표할 신 국방전략(DNS) 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가 일고 있어 그 전개 여부를 두고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엘브리지 콜비 국방부 차관도 거들고 나섰다. 그는 얼마전 한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의 주된 문제가 아닌 북한을 해결하기 위해 더 이상 한반도에 미군을 인질로 붙잡아둬서는 안 된다”면서 가능한 한 빨리 전작권 전환이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미 국방부는 한국군에 전작권을 이양하면서 주한 미군의 병력을 감축하거나 육군 대신 공군·해군 위주로 편성을 변경하는 문제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작권 이양이 미군 감축으로 가는 첫 단계가 될 것이라는 분명한 메시지다.

이재명 대통령도 지난 20대 대선 때 “최대한 신속하게 전시작전권을 환수해야 한다”고 했다. 최근 더불어민주당에서도 전작권 전환 문제와 관련해 법 개정 등으로 지원하겠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문진석 민주당 원내운영수석부대표나 대미 특사에 내정된 김우영 민주당 의원 등은 “한미 간에 동맹국으로서 얘기 못 할 이유가 뭐가 있겠나”는 등의 지지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히고 있다. 과거 운도 못 떼던 시절에 비하면 놀라운 인식 변화다.

주한미군 철수 논의는 여러번 있어 왔다. 1970년대 카터 행정부는 3단계 철수안을 발표했으나, 한국의 반발과 미 의회의 반대로 백지화되었다. 당시 박정희 대통령은 카터로부터 온갖 협박을 당하면서도 지켜냈다. 80년대 레이건 행정부는 철수 계획을 폐기하고 주한미군 규모를 유지해 왔다. 그간 이런 저런 말들이 있었으나 크게 우려할 만한 일은 없었다.

우리 군부는 전작권 전환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합참은 얼마전 안규백 국방장관 후보자에게 업무 보고를 하는 자리에서 “절대 먼저 미 측에 전작권 전환을 요구해서는 안 된다”며 사실상 이 대통령 임기 내에 달성하기 어렵다는 취지로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합참은 “지휘 통제·감시 정찰 분야에서 아직 한국군은 (전작권 전환) 기준을 만족하지 못하고 있다”고 보고했다고 한다. 그러나 정권의 핵심 멤버들이 앞장 서고 있는데 얼마나 버틸지 의문이다.

주한 미군이 감축되거나 철수하게 되면 한반도 군사 균형이 무너지는 것은 불보듯 뻔하다. 대부분 군사 전문가들은 이 경우 핵무기까지 개발한 북한이 가만 있을리 없다고 보고 있다. 북한이 딴마음을 먹는다면 상상을 초월하는 재앙이 닥칠 것이다.

주둔은 국가 안보의 핵심 축의 하나다. 우리가 주권 운운하면서 전작권을 가져 오려 하지만 사실상 반드시 좋은 것은 아니다. 역사를 멀리 거슬러 올라가 보면 임진왜란이 일어나자 선조는 명나라 장수 이여송에게 조선 군사지휘권의 상징인 환도(環刀) 한 쌍을 올리며 명나라에 전작권을 넘겼다. 그 이후 이런저런 문제들이 돌출했지만 나라와 백성은 지키게 됐다.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등 32개국으로 이뤄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는 전쟁 시 각국의 지휘권을 유럽연합국 최고사령부에 이양한다. 전작권을 우리가 행사하는 것이 주권일지는 모르지만 그것이 생존과 직결되는 일이라면 가져가라고 해도 사양해야 하는 법이다. 국가 운명이 갈리는데 자존심이 무슨 소용인가. 오직 국가의 존망과 이익만 생각해야 한다. E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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