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분석】 김정은은 왜 트럼프에 화답하지 않았을까?최선희 방러·잇딴 도발로 불발 조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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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9년 판문점에서 만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사진=뉴시스 |
【이코노믹포스트=양승진 북한 전문기자】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를 계기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깜짝 만남’을 제안했지만 결국 불발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시아 순방길에서 수차례 김정은을 만나고 싶다는 의지를 피력했으나 북한은 아무런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일부에서는 30일 오후 판문점이나 개성, 원산 갈마지구 등에서 만날 것이란 전망을 내놓았으나 헤프닝으로 끝났다.
◇ 처음부터 ‘깜짝 회동’ 불발 조짐
‘은둔의 왕국’인 북한이 막판까지 고민했을지는 모르겠지만 트럼프 대통령과의 ‘깜짝 회동’은 처음부터 불발될 것이란 조짐이 있었다.
첫 번째는 대미 업무를 총괄하는 최선희 외무상을 러시아로 보내며 우회적으로 대화에 응하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두 번째는 지난 22일 극초음속 비행체를 발사한 데 이어 트럼프 대통령의 방일 기간 중 핵을 탑재해 주일 미군기지까지 때릴 수 있는 해상 대 지상 전략순항미사일을 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4일 아시아 순방 일정을 위해 대통령 전용기(에어포스원)에서 기자들을 만나 “김 위원장과의 만남에 100% 열려 있다”고 말했다. 이어 27일에도 말레이시아에서 일본으로 향하는 에어포스원에서 “김 위원장과 대화할 수 있으면 정말 좋겠다”며 순방 기간을 연장할 수도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에서 한국으로 이동하는 전용기에서 전략순항미사일 소식을 듣고서도 “모르겠다. 그(김정은)는 수십 년간 미사일을 발사해왔고 또 다른 미사일을 발사했다”며 의미를 축소했다. 이어 “난 그와 항상 좋은 관계를 갖고 있다. 난 어느 시점에 그를 만날 것이다. 알다시피 그는 스케줄이 매우 바쁘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김정은 위원장이 전략순항미사일 발사를 참관하지 않아 ‘깜짝 만남’에 대한 수위 조절로 이해됐다.
하지만 그걸로 끝이었다.
29일 경북 경주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시간이 맞지 않았다”고 아쉬움을 표했고, 이재명 대통령은 “그 제안 자체가 한반도에 평화의 온기를 불어넣었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을 잘 알고 있고, 이번에는 시간이 맞지 않았다”며 “김 위원장과 함께 모든 사안이 잘 해결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일정을 마친 트럼프 대통령은 귀국길 전용기 약식 기자회견에서 김정은 위원장과의 회동을 잡기 위해 연락했느냐는 질문에 “내가 너무 바빠서 우리(나와 김정은)는 대화할 기회가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정말 이것(미중정상회담)이 우리가 여기 온 이유다. 그렇게 했다면(김정은과 대화했다면) 이번 회담의 중요성에 비춰 무례한 행동이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내년 4월 중국에 가겠다”며 “김정은을 만나러 다시 오겠다”고 강조했다.
◇ 김정은 “실익 없다” 판단한 듯
‘깜짝 회동’에 대한 기대감이 커진 것은 2019년 6월 판문점 회동이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일본을 방문 중이던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로 김 위원장과의 만남을 제안한 지 30여 시간 만에 회동이 성사됐다.
하지만 6년 만에 ‘깜짝 회동’에 김정은 위원장이 선뜻 나서지 않은 이유는 그때와 사정이 달라진 게 원인이다.
전략적 입지가 강해진 북한은 미국에 관계개선이나 대북제재 해제를 위해 매달릴 필요가 없어졌다. 특히 러시아와는 파병 이후 혈맹관계로 발전하면서 든든한 뒷배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고, 중국과는 전승절 80주년 열병식에 참석하며 북중러 ‘반미 연대’를 굳건히 하고 있다.
김정은 위원장 입장에서는 언론을 통해 보도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만으로 만남에 선뜻 나설 경우 실익이 없다고 판단했을 것으로 보인다. 섣불리 회동에 나섰다가 결과물을 내지 못한 채 이벤트성에 그치면 2019년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노딜’이 반복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의 ‘뉴클리어 파워’(Nuclear Power, 핵보유국) 발언만으로는 사실상의 핵보유국 인정을 전제로 한 핵 군축 협상 제안으로 보기에는 부족하다고 느꼈을 수 있다.
현재까지 북미 간 사전 조율 정황은 공개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 측에서 만남 제의를 했는지도 불분명하다. 김정은 위원장 입장에서는 언론 보도만 보고 이 상황을 인지했을 수도 있다.
이와 관련 중국의 한 고위 당직자는 ‘트럼프-김정은 ‘깜짝 회동’ 30일 판문각이냐 원산이냐’는 시사주간의 29일자 기사를 보고 “정말이냐, 이게 가능하냐”고 질문해 온 것으로 보면 애시 당초 중국 측에 사전 설명을 하는 북한의 관례로 볼 때 ‘깜짝 회동’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볼 수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내년 4월 중국을 방문한다고 말해 그때는 ‘깜짝 만남’이 아닌 ‘정상 만남’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E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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