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SK그룹 집안이 가르쳐 준 재벌가의 정신

주장환 논설위원 | 기사입력 2025/12/03 [08:43]

【칼럼】 SK그룹 집안이 가르쳐 준 재벌가의 정신

주장환 논설위원 | 입력 : 2025/12/03 [0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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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믹포스트=주장환 논설위원】 최근 재벌가의 자식들은 ‘호사스럽고 사치스럽게 살 것’이라는 세간의 선입견을 깨뜨려 준 사람이 있다. 바로 최종건 SK그룹 창업자의 외손자로 SK 퇴사 후 IT 기반 기부 플랫폼 ‘돌고도네이션’을 창업한 이승환 이사장이다.

그는 얼마 전 유튜브 채널 ‘조선일보 머니’의 ‘머니가 만난 사람’에 출연해 절약하는 집안 가풍을 이어받은 여러 가지 에피소드를 털어놓았다. 그중에서도 가장 인상 깊은 이야기가 “냅킨도 하나를 그대로 사용해 본 적이 없다. 마트에서 사 오면 일일이 다 가위로 잘라서 반으로 쪼개어 사용한다. 물티슈도 한 장 이상 써본 적이 없고, 씻을 때 물을 많이 사용하거나, 쓸데없이 방에 불이 켜져 있으면 혼났다”라는 말이었다.

필자가 이 말을 가장 인상 깊게 들은 이유는 지우(知友) 때문이다. 그의 부친은 국영기업체 사장을 역임했으며 정재계 인사들과의 교분도 두터웠다. 그 역시 20대 중반에 세계 유수의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을 만큼 뛰어난 인재다. 그의 집안은 부유했고 형제들 모두 유복했다. 그럼에도 그는 ‘매우’ 아니 ‘지나치게’ 검소했다. 함께 다니다 보면 놀랄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친지나 주변인들에게는 후하게 베풀줄 알면서도, 필요 없는 물건은 절대 구입하지 않았다. 길거리를 가다 행여 땅에 떨어진 쓸 만한 물건을 발견하면 그냥 지나치는 법이 없었다. 최근에는 기업들로부터 기부받은 물품들을 저렴한 가격에 판매해서 장애인 및 취약계층의 자립을 돕는 상점을 자주 애용한다.

그런데 이 인터뷰를 보다가 특히 놀란 것은 이승환 이사장과 지우의 습관이 거의 일치했기 때문이다. 그 역시 휴지를 4번 접어서 잘라 사용하고 물티슈를 4 등분해서 사용한다. 더욱 재미있는 것은 웬만하면 휴지나 물티슈를 사지 않는다. 길거리에서 광고용으로 나눠주는 것을 받아서 쓰는 것이다. 집안 냉난방기도 안 쓰고 견딜 수 있는 만큼 견딘 후에야 사용하고, 물과 전기의 사용도 극소화한다. 핸드폰 사용도 최소화하는데, 혹시 외부에 있을 때 배터리가 부족해지면 주변에 있는 공원이나 공공시설의 태양광 스마트폰 충전시설을 활용하는 것을 즐거움으로 삼는다.

이런 행동이 일견 “좀스럽다”거나 “궁상을 떤다”고 비춰질 수도 있다. 그러나 ‘티끌 모아 태산’이라는 말이 왜 나왔겠는가. 이런 습관이 세대를 이어가면 그 집안은 반드시 크게 융성할 것이다. 특히 절약 정신은 절제의 미덕으로 마음가짐을 단단하게 만들어 주는 이점이 있다. 이는 흥청망청하는 마음을 잡아주어 삶을 망치지 않게 만들어 준다. 로또에 당첨되어 큰돈을 거머쥔 사람들이나 부동산이나 주식에서 대박을 맞은 사람들 가운데 얼마 못 가서 알거지가 되는 경우가 많은 것은 바로 절제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절제가 없는 용기는 만용이며, 절제가 없는 지혜는 허망하다.

일반적으로 부자가 되는 사람을 두 가지 유형으로 나눈다. 하나는 근검절약하는 사람이다. 다른 하나는 세상에 베풀어서 부자가 되는 사람이다. 이런 사람은 하나를 베풀면 열이 돌아온다는 세상의 이치를 잘 알고 있다. 자신은 최대한 근검절약하면서도 취약계층을 위한 기부 프로젝트를 운영하는 이승환 이사장의 사례를 보면서, 훌륭한 가문과 뜻있는 재벌들의 삶의 방식 유사하다는 사실을 새삼 느끼게 되었다. 그러면서 지우를 다시 한 번 소중하게 쳐다보게 된다. EP

jjh@economicpost.co.kr

이코노믹포스트 주장환 논설주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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