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포스트=주장환 논설위원】 역사는 반복된다. 인간의 탐욕과 이를 통제하려는 국가의 의지는 수천 년간 충돌해 왔다. '시장과 싸우는 권력'과 ‘이에 반발하는 세력’간의 갈등은 서슬이 퍼렇다. 조선 후기, 육의전을 비롯한 시전상인들은 금란전권(禁亂廛權)이라는 막강한 특권을 가졌다. 난전을 금하고 독점 판매권을 행사할 수 있는 이 권한은 초기에는 상거래 질서 유지를 목적으로 했으나, 결국 상인들의 카르텔을 형성시켰다. 물건을 사재기하여 가격을 조작하고, 새로운 공급자(난전)의 진입을 폭력적으로 막으면서 물가는 폭등했고 민초들의 삶은 피폐해졌다. 이보다 앞선 로마 제국에서도 유사한 비극이 있었다. 301년, 디오클레티아누스 황제는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해 '최고가격령'을 선포했다. 1,000여 종의 품목에 가격 상한을 두고, 이를 어기는 상인은 사형에 처하는 초강수를 뒀다. 결과는 참혹했다. 상인들은 처벌을 피해 물건 내놓기를 거부했고, 시장은 즉각 마비되었다. 이 두 사례의 공통점은 '공급의 흐름'을 무시하고 '가격'만을 억누르려 했다는 점이다. 현재 다주택자를 투기 세력으로 규정하고 가해진 강력한 대출 규제와 징벌적 과세는 과거 정책들과 닮아 있다. 투기를 잡겠다며 시장의 모든 거래를 옥죄자, 그 피해는 아이러니하게도 실소유자와 청년층에게 돌아가고 있다. 대출 규제의 벽은 자산이 부족한 청년들이 전세를 얻거나 내 집을 마련할 기회를 일부 봉쇄했다. 결국 이들은 전세에서 월세로 밀려나며 주거비 부담에 허덕이고 있다. 도심 내 전세 매물이 잠기면서 가격이 치솟자, 청년과 서민들은 삶의 터전을 잃고 경기도 등 외곽 지역으로 밀려나고 있다. 과거 쌀 투기꾼의 횡포로 고향을 등졌던 백성들처럼, 현대판 '주거 유민'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 조상들이 운용했던 상평창은 규제가 아닌 '완충 장치'로서의 해법을 제시했다. 국가가 직접 유효한 공급자가 되어 시장의 심리를 안정시켰다. 투기꾼들이 가격 상승을 기대할 때, 국가가 비축미를 풀어 그 기대를 꺾어버리는 방식이었다. 현대 부동산 문제도 이 '상평창식 유연함'이 절실하다. 다주택자를 옥죄기만 할 것이 아니라, 양도세 한시적 감면이나 강남 3구 등 초고가 지역을 제외한 일부 지역의 규제를 해제하는 등의 방법을 통해 그들이 보유한 매물이 시장에 자연스럽게 흐르도록 물길을 열어주어야 한다. 지지부진한 재건축·재개발도 폭발적으로 터주어야 한다. 억지로 막힌 둑은 터지기 마련이지만, 수문을 열면 물은 아래로 흐른다. 투기 억제를 명분으로 청년들의 대출까지 옥죄는 것은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격이다. 생애 최초 구매자나 청년층에게는 과감한 대출 규제 완화와 저리 지원을 통해 '주거 사다리'를 복원해 주어야 한다. 투기를 막는 목적은 투기꾼을 벌주는 것이 아니라 '국민의 주거 안정'이다. 공급을 억제하는 방식의 규제는 결국 선량한 실수요자에게 비용을 전가한다. 시장의 생리를 인정하되, 그것이 공익을 해치지 않도록 적절한 유인책을 설계하는 것이 현대판 상평창의 핵심이다. 쌀이든 집이든, 필수재를 다루는 정책은 섬세해야 한다. 칼을 휘둘러 거래를 끊는 정책은 일시적 통쾌함을 줄 순 있어도 시장의 파멸을 불러온다. 다주택자의 매물을 유도하는 유연한 퇴로와 청년·실수요자를 위한 현실적인 금융 지원이 결합될 때, 비로소 부동산 정책이 빛을 발하게 될 것이다. EP jjh@economicpost.co.kr <저작권자 ⓒ 이코노믹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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